[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접짝뼈국- 혼인잔치 때 신랑신부 상에만 올려진 귀한 음식
[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접짝뼈국- 혼인잔치 때 신랑신부 상에만 올려진 귀한 음식
  • 류양희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11.1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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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식 특수 부위 뼈다귀국...고추양념 안써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한 전통의 맛 일품
무로 국물내고 淸醬으로 간맞춰 메밀가루 첨가...일반 감자탕과는 맛 확연히 달라
요리 대결 TV 프로그램 ‘한식대첩4’서 제주요리팀 우승하며 재조명되기 시작

이름이 생소하다 못해 두번세번 되묻게 되는 ‘접짝뼈국’이 제주에 있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TV프로그램 ‘한식대첩4’에서 접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접짝뼈국’을 요리했던 제주의 요리팀이 우승하면서 이제는 "한식대첩에서 우승했던 그 음식"이라고 소개할 수 있게 됐다.

접짝뼈의 정확한 부위와 뜻을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봤지만 사전적 정의는 알아내지 못했다. 다만 MBN의 ‘궁극의맛’에서 10년 경력의 돼지 장인 ‘도감’이 정확한 부위를 짚었고 화면을 통해 그래픽으로 표시해주어 접짝뼈 부위의 이해를 도왔다. -이 프로그램에서 접짝뼈는 최고로 맛있는 부위중 하나로 소개된 바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 펴낸 ‘전통향토음식-제주인의 지혜와 맛’에서도 접짝뼈 부위에 대해 ‘돼지를 잡아서 베어낸 어깨 부분으로 갈비뼈를 떼어낸 자리에 있는뼈’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들을 종합해볼 때 접짝뼈 부위를 대략 어림해볼 수는 있는데 일부에서는 보다 넓게 부위를 잡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전적 의미는 접짝뼈국을 실제 조리하는 일반 식당 주방에선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접짝뼈국이 사실상 거의 일반적인 뼈다귀탕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감자탕도 돼지등뼈가 주재료이지만 이제는 1인분 식사용으로 ‘뼈다귀해장국’이란 이름을 붙여 굳이 부위를 구분하지 않듯 접짝뼈국도 그렇다.

원래 접짝뼈국은 특수 부위라서 귀한 음식으로, 혼인잔치 때도 신랑신부 상에만 올랐던 음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접짝뼈국이 대중화되면서 개념이 달라졌다. 부위를 엄밀히 따져 정확히 추출해내 온갖 솜씨를 부리는 고급 요리가 아닌이상, 일반 대중적인 음식에 부위를 정확히 따지고 드는 것은 넌센스다. 까다로운 식객 아니고선 별로 중요하지 않을뿐더러 전통적인 유래를 따져보아도 그렇다.

돼지를 잡으면 이를 나누는 돗추렴을 통해 집집마다 분배받은 부위가 다 달랐다. 하지만 부위와 상관없이 일단 그 고기를 뼈까지 푹푹 삶아 여러 음식을 만들었고, 그 중 살을 다 발라내고 남은 뼈로 한번 더 국을 끓여냈으니 이제와서 그 정확한 부위를 따져 무엇할까. 그 부위가 돼지 앞뒷다리가 아니면-돼지 앞뒷다리는 돼지족발탕 또는 아강발국을 끓였다- 등뼈와 갈비뼈요, 그와 연결된 잔뼈들이 전부이니 그걸 다 접짝뼈국이라 통칭해도 무방했던 것이다.

접짝뼈국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에서는 고기 중심으로 맛깔나게 손님들에게 내놓는 것 같다. 내가 먹어본 식당에서는 냉면기 같은 큰 그릇에 감자탕에서나 보았던 큼직한 등뼈와 갈비뼈가 살벌하게(?) 담겨져 나왔다. 말 그대로 ‘뼈다귀국’이었다. 그래서 나는 접짝뼈국을 제주식 뼈다귀국, 제주식 감자탕 쯤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양념이 달라 일반 감자탕과는 맛이 전혀 다르다. 접짝뼈국은 무를 함께 넣어 국물을 내고 청장으로 간을 맞추는 것 빼고는 뼈를 우려낸 것 이상 특별한 조리법이란게 없다. 물론 다진 마늘과 생강 약간을 넣는거야 돼지잡내를 잡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다.

그런데 특이한 건 여기에 메밀가루를 넣는다는 것이다.

‘전통향토음식-제주인의 지혜와 맛’의 설명에 따르면 ‘메밀가루나 보릿가루를 풀어 넣으면 기름과 물의 유화를 잘 시켜주고 국물이 빨리 식지 않게 해준다’ 서울에서 자란 입장에서는 메밀이라고 하면 이효석의 ‘메밀꽃필 무렵’을 제일 먼저 떠올리고는 강원도 봉평 일대에만 많은 줄 알았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의 ‘메밀의 특성과 산업적 현황’ 자료에 보면 재배면적은 2014년 기준 제주가 622ha(전체 30%)로 가장 많았고, 강원(17%), 전북(17%), 전남(16%)순이었다. 생산량이야 당연히 재배면적에 따라 비례하는 것이겠지만, 2016년 기준 제주특별자치도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제주가 국내 메밀 생산량의 절반에 가까운 48%에 이르러 14%인 강원도에 비해서도 월등히 많다. 가뭄에 강해 건조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은 토양의 물빠짐이 많은 제주에서 재배하기엔 적절한 작물이었다는 점에서 제주는 메밀을 많이 재배해왔고 그에따라 요리에 메밀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접짝뼈국이 뼈다귀해장국이나 감자탕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는 고추양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주의 전통요리들을 보면 고춧가루가 들어가는게 별로 없다. 이미 언급한 바 있듯이 고추가 우리에게 전래된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까닭도 있겠으나 제주에서는 고춧가루가 귀해서 더 그랬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의 블로그 ‘바람의 레시피’에서 이와 관련한 설명을 살펴보면 이렇다.

‘고추는 임진왜란 전후에 일본으로부터 전래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왜겨자’라고도 불렸는데 일본에서 전래된 작물들은 토질과 기후가 일본과 가장 유사한 제주에서 농사를 지으면 실패하는 일이 별로 없다. 고추 역시 제주에서는 어느 집에서나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제주의 고추 농사는 다른 지방의 고추처럼 고춧가루를 얻기 위함이 아니다. 제주는 전국에서 일조량이 가장 높은 곳이라서 제주의 고추는 전국에서 당도가 가장 높은 고추였고 그로 인해서 병충해에 가장 약한 고추일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빨갛게 익어가면서 당도가 높아지면 어김없이 병충해가 농사를 망치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에서의 고추 농사는 약을 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농가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 옛날 농약이 없던 시절에는 속절없이 당하면서 그나마 수확할 수 있었던 소량의 붉은 고추로 김치도 담가먹고 조림에 살짝 곁들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 제주의 향토음식점에서 손님에게 제공되는 고춧가루 범벅이 되어버린 갈치조림이나 고등어 조림은 제주의 전통음식이라 할 수가 없겠다.’(제주로컬푸드이야기 6편 – 풋고추젓국무침 중에서)

접짝뼈국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고 하더라도 젊은층에서는 그리 낯익은 음식은 아니다. 접짝뼈국을 아예 모르는 제주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매스컴의 영향과 로컬 의식의 확산으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음식 중 하나가 됐다.

직접 접짝뼈국을 먹어본 한사람으로, 일반 감자탕집에서 감자탕이나 뼈다귀해장국에 ‘접짝뼈국’을 사이드메뉴로 추가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감자탕이나 뼈다귀해장국의 자극적이기까지한 얼큰한 맛이 중독성이 있긴 하나, 함께간 아이들의 경우 이것이 매워 고기를 물에 한번 씻어 건져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나처럼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 초딩입맛 '어른이'들에겐 ‘접짝뼈국’이 딱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알맞게 고춧가루를 넣어서 먹어도 되니 굳이 감자탕이나 뼈다귀해장국보다 경쟁력에서 뒤질 이유는 없다.

스트레스가 많은 ‘피로 사회’이다보니 사람들이 자꾸 자극적인 맛으로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심지어 ‘너무 매워 화가난다’면서도 더 매운맛을 찾는 이도 있을 정도다. 최근 제주도의 음식들도 이런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라 안타깝다. 그러나 찾아보면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한 제주의 전통 음식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제주에서 이런 음식들을 맛보며 잠시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힐링의 한 방법이겠다. 그리고 그런 음식 중 하나로 ‘접짝뼈국’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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