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닭고기 이야기①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닭고기 이야기①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12.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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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다보니 육지에서 벗들이 내려오는 날에는 반가운 마음에 집에서 기다리질 못하고 보통 공항에 마중을 나가게 된다. 그런데 그럴땐 대개 식사시간과 겹칠때가 많다. 출발하는 입장에서보면 고작 한시간 정도의 비행이니 시간이 애매하면 아예 제주에 도착해 밥을 먹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허기를 못견디겠으면 간단히 끼니만 면하고 비행기를 탄다. 

지금은 공항가까운 곳에 살아서 급하면 배고픈 벗들을 바로 집으로 데려와 밥상을 차리기도 하지만 서귀포 남원에 살때는 공항에서 남원으로 넘어오는 시간이 김포에서 제주 오는 시간만큼 걸리기에 중간에 어디서든 식사를 해야했다.

모처럼 제주에 온 벗들을 생각해 빨리 공항을 벗어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제주시내는 아무리 식당들이 많아도 딱히 정보도 없는데다가 교통체증과 주차문제도 신경쓰여 아예 남원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런데 또 서귀포 쪽으로 넘어오면 시골 정서가 남아있어 식당들이 평일 저녁엔 다들 일찍 문을 닫는다. 까딱 잘못하면 내리 두끼를 굶기게 생겼다. 그럴땐 여간 초조해지는게 아니다.

그래서 이젠 주요 거점에 식당 한두군데 씩은 꼭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육지의 벗들도 만족스럽고 대접하는 입장에서도 보람될만한 그런 식당 말이다. 그중 제일먼저 염두에 둔 메뉴가 ‘닭칼국수’다. 공항에서 남원으로 넘어 오는 길이 남조로인데 이 길에 교래리(제주시 조천읍 교래리)가 있다. 이곳이 ‘토종닭 유통특구’로 지정돼있어 닭요리 음식점들이 밀집돼있다.

교래리는 교래자연휴양림과 돌문화공원, 산굼부리가 있으며 에코랜드와 미니랜드 등이 있어 관광객들 사이에도 꽤나 알려진 곳이다. 또 멀지않은 곳에 절물자연휴양림과 사려니숲도 있다. 하지만 워낙 넓직넓직하게 초원이 펼쳐져있고 느릿느릿 풀을 뜯는 말들을 볼 수 있어 대표적으로 상습 정체구간인 교래사거리임에도 북적댄다는 느낌보단 여유로운 풍경이 인상깊은 곳이다. 이곳은 또 곶자왈 지역이라 화산암반층으로 이뤄져있어 제주의 ‘삼다수’를 생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이 왜 하필 ‘토종닭 유통특구’가 됐을까?

교래리는 해발 400고지가 넘는 중산간지역이다. 1947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무려 7년 7개월간 지속된 ‘4.3사건’때 해안선으로부터 5km 이상 한라산쪽으로는 올라가지 못하도록 금족령이 내려져 교래리의 마을은 전부 소개(疏開) 되었고 한동안 마을은 인적이 끊긴채 폐허가 되었다. 4.3사건이 마무리되고 금족령이 풀렸지만 그동안 해안가에 새로이 터를 잡은 마을 사람들은 쉽사리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직접 겪은 공포의 트라우마도 더더욱 마을로 되돌아오는 길을 막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더 흘러서야 하나둘씩 마을로 돌아오는데 막상 돌아와보니 폐허 위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교래리는 돌이 많아 농사짓기엔 원래부터 적당한 곳이 아니었다. 지대가 높은 탓에 바다에서 올라온 구름이 걸려서인지 큰 비도 잦다. -남원 살 때 어느날은 날씨가 하도 좋아 에코랜드에 놀러갔는데 서귀포 쪽과는 달리 교래리는 잔뜩 흐리다가 결국 강한 비를 맞았던 기억이 있다. 비가 아니더라도 교래리는 흐린날이 많고 계절이 바뀔때는 특히 더 안개가 자욱한 곳이다. 그래서 교래리는 지금도 농사보다는 주로 말목장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 다시 돌아온 주민들이 폐허 위에서 비교적 금방 생산물을 얻을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닭을 키우는 일이었을 것이란 추론을 어렵지 않게 해볼수 있다.

1970년대를 전후해 교래리에 닭사육 농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닭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도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도민들사이에 입소문도 더해져 2009년에는 드디어 제주도 토종닭 유통특구로 지정이됐다.

당시 제주도의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지역별 유명세 축산물을 이용한 1차와 3차산업 연계를 통한 도민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투어 프로그램 운영과 축산물 지역명소 육성을 통한 돈버는 축산창출을 위한 축산물 유통특구 지정으로 새로운 유통소비 패러다임을 추진키로 하고 제주시 조천읍 교래마을을 「토종닭 유통특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도내 각 행정시를 통하여 유통특구 사업을 희망하는 생산자단체(마을회 포함)대상으로 신청받은 결과 교래리마을회에서 토종닭 유통특구 지정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현장 및 사업계획서 검토 결과 교래리 토종닭 마을을 제1호 유통특구로 선정하게 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때 지원받은 예산으로 마을 입구에 대형 아치를 세워 지금까지도 마을의 상징이 되다시피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토종닭’의 용어 정리부터하고 넘어가야겠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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