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 물고기 이야기_방어(1)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 물고기 이야기_방어(1)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8.2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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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 때는 방어에 기름기도 별로 없고 식감도 좋지 않은데다가 비린내도 세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어사상충 같은 기생충도 많아져 여름철에는 방어를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필자가 방어를 처음 맛 본 것은 하필 여름 초입인 6월 쯤 강원도 삼척 임원항에서였다. 10여년도 훨씬 더 전 일이니 방어가 뭔지도 모를 때였고 당연히 제철이 언제인지도 몰랐다. 사실, 회를 사주겠다는 이의 발음을 잘못 알아들어 처음엔 ‘광어’를 사주겠다는 걸로 알아들었다. 어쩐지 엄청 싸더라니... 지금 와서 그 때 기억을 떠올려보니 대방어도 아니었으나 우선 그 크기가 만족스러웠다. 싼 가격에 그 정도 크기면 보나마나 양이 많을 것이었다. ‘6시 내고향’같은 TV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작은 어촌 포구에서 갓 잡은 물고기를 ‘고무 다라이’ 물 속에 놓고 파는 풍경이 그저 도시사람의 눈에는 마냥 이채로워 회 맛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돋우었다.

그래서 그 때 먹은 방어회가 참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어디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때 먹은게 ‘방어’가 아니라 ‘부시리(히라스)’였을 것이라고들 한다. ‘여름 부시리, 겨울 방어’란 말은 그래서 알게 됐다. 다만 방어 제철인 겨울에 값이 치솟는 방어를 대신해 부시리를 속여 판다는 건 이해가 되는데 부시리 제철인 여름에 부시리를 방어라고 속여 팔았다는건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방어가 그리 많이 알려졌을 때가 아니라 방어나 부시리나 다 방어로 불렸던 시절이기는 했다. 어쨌든 전문가 아닌 이상 실제 구분이 어렵다는 방어와 부시리의 구분은 방어라는 것조차 처음 먹어보고 부시리라는 건 아예 있는지조차도 모르던 그 당시 내겐 큰 의미가 없었다.

방어축제에서 경매를 위해 방어를 들어올려 보이고 있는 모습 (출처_최남단방어축제 홈페이지)
방어축제에서 경매를 위해 방어를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
(출처_최남단방어축제 홈페이지)

동해안에만 있는 줄 알았던 방어가 제주에서도 유명하다는 것은 제주에 와보고서야 알았다. 방어의 국내 3대 산지로 꼽는 곳이 동해 거진항과 남해 통영, 그리고 제주 모슬포다. 이중 통영산은 동해나 제주에서 잡은 어린 방어를 대방어로 키우기 위해 해상 가두리 양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통영산이 양식과정에서 수조 적응력이 높아져 유통에 편리하고 워낙 대방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따라 가장 전국적으로, 특히 수도권에 널리 공급돼 통영산 방어가 꽤나 유명해졌다. - 일본산 양식 방어도 통영을 거쳐 들어온다.

하지만 자연산을 고집한다면 역시나 거진항 방어와 제주산 방어이겠다. 따지고 보면 거진항 방어나 제주산 방어나 통영산 방어는 다 같은 방어다.

대략 섭씨 14도~18도 수온에서 활동하는 온대성 회유어종인 방어는 여름철 동해안으로 북상했다가 겨울철엔 남하 하는데, 그래서 동해에서 방어가 가장 많이 잡힐 철이 9월~11월 경이다. 방어가 너무 차가운 물을 피해 내려오면 그곳이 제주도 남쪽 바다이고 때는 대략 11월~2월이 된다. 그러면 이때가 제주도 방어의 제철을 맞는 것이다. 그런데 방어가 가장 맛있을 때가 딱 11월~2월이다. 그러니 방어는 제주도가 그렇게나 유명한 것이다. 다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으로 동해 어디쯤 적당한 수온대가 형성된다면 방어는 굳이 제주 바다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그 해 제주도 방어는 어획량이 급감하는 흉어기가 된다.

어획량의 급격한 기복은 어민들에게는 고통이다. 당연히 방어 양식을 떠올려보게 한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방어 양식은 통영에서처럼 치어를 잡아다가 가두리양식을 하는 축양 양식 수준이었다. 반면 연간 15만톤에 이르는 방어 최대 소비국가인 일본은 이미 30여년 전에 알에서부터 성어까지 키워내는 완전양식에 성공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불과 얼마 전인 2017년에서야 완전양식 기술에 성공했는데 이것이 세계 두 번째라고 하니 방어 완전 양식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몇 년 안으로 국내산 양식 방어의 대량 유통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증가세인 방어 소비에 어떤 변화를 더 가져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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