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닭고기 이야기②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닭고기 이야기②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1.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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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재래닭인 토종닭은 사실상 멸종
축산원, 재래종과 토착종으로 용어 구분
최근 재래닭 복원으로 새로운 정의 필요

2008년 3월 축산과학원과 토종닭협회에서 공동 주최한 ‘토종닭 인증기준 및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당시 농협중앙회 축산지원부 이제영 양계팀장이 발표한 ‘국내 토종닭 사육 및 유통실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대로 우리 조상들은 닭과 깊은 연관을 맺으며 살아왔다. 고구려 시조인 동명성왕이나 신라시조 박혁거세, 가야시조 수로왕, 경주김씨 시조 김알지, 신라 4대왕 석탈해가 모두 알에서 태어났다. 실제 지난 1973년 경주 천마총에서는 1500여 년 전의 계란이 출토되기도 했음을 볼 때 우리 고유의 닭이 있었음은 명백한 것이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외국에서 닭의 종자가 도입된 것은 1906년 고종황제의 칙령을 통해 권업모범장에서 횡반플리머스록종 등을 사육하여 보급하면서일 것이다. 또한 6.25전쟁을 거치면서 축산업이 황폐화되었고, 1960년대 들어 경제개발 계획이 수행 되면서 육계도 부업육계사육이 본격화되어 1963년에는 닭고기 전용종이 미국에서 수입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한협에서 도입 종계를 토착화해 우리 환경에 맞는 종계로 정착시켰다. 축산과학원 (구 축산기술연구소)에서도 1990년대 중반에 우리고유의 닭 혈통을 확보해 산업화하고자 재래닭 육용화 사업을 추진해 현재 정립되었고, 그 외에도 관심 있는 농가들을 중심으로 토종닭을 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래닭(적갈색)_출처_국립축산과학원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토종닭인가? 시골닭이라고도 하고 아직도 정의가 없었으니 안타까웠다. 외국에서 수입된 닭을 키워서 토종닭이라고 하기도 하고, 한편 재래닭, 준육용계라 하기도 하고, 더구나 토종닭과 산란계를 교잡하여 F1을 토종닭 이라고도 하고 심지어는 백세미를 크게 키워 토종 닭으로 판매하는 등 소비자들이 알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토종닭 산업이 체계가 잡히지 않아 뒤쳐저 보이기 마련이었다. 토종닭의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듯 토종닭 사육 농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 베이스도 구축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서 언급됐듯이 이 때까지만 해도 토종닭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내려지지 못했다. 진짜 토종닭인 순수 재래닭은 6.25전쟁 등을 겪으며 축산업이 황폐화되고 무분별한 교잡이 이뤄져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본다. 재래닭이 알도 적게 낳고, 성장도 느려 전후복구 등으로 들여온 외국 개량종과 경쟁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제 토종닭이라 부르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용어 정리를 통해 토종닭 순계를 재래종과 토착종으로 크게 구분지었다.

국립축산과학원 홈페이지의 축종별 100문 100답을 보면 ‘재래종’ 즉 ‘재래닭’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육되어온 닭으로, 근래에 다른 품종과 섞임이 없이 순수혈통을 유지해 온 재래종 품종 또는 내종으로 사육 유래가 명확하고, 계대번식 및 세대별 검정기록이 있어야 하며, 매년 1세대 간격으로 계대를 유지하여 최소 7세대 이상 순수혈통으로 유지되어온 확실한 기록에 근거하고 품종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유전적 특성이 계대하여 유지되는 순수집단으로 실용계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계로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토착종’은 ‘외국에서 품종이 성립되어 국내에 순계로 도입하여, 최소 7세대 이상 계대유지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기후 풍토에 완전 적응된 품종으로, 국내 도입 경위가 명확하고 계대번식 및 세대별 검정기록이 있어야 하며, 매년 1세대 간격으로 계대를 유지하여 최소 7세대 이상 순수혈통으로 유지되어온 확실한 기록에 근거 하고, 품종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유전적 특성이 계대하여 유지되는 순수집단으로, 실용계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계통으로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은 “토종이라 함은 ‘우리 땅에서 예전부터 길러 오던 고유한 품종’이라고 여기는 것이 일반인들의 상식이다. 그런데 ‘예전부터’라는 시간적 속성의 막연함을 전문 영역에서는 허용하지 않는다. 토종닭이라고 했을 때 그 닭이 삼국시대 때부터 있었던 것을 말하는지 고려시대 때부터 있었던 것을 말하는지 분명히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동식물은 지역간 이동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동식물이 단군시대부터 줄곧 있어 왔던 것은 아니다. 우리 땅에 새로 유입되는 품종이 수없이 있었겠다. 이를 우리는 외래종이라 한다. 그러나 이 외래종이 끝까지 외래종으로 남지 않는다. 우리 땅에 적응해 살거나 잘 길러지고 재배되면 토종이 된다. 그런데 이 외래종이 토종화되는 기준을 정해야 외래종과 토종을 구별할 수 있다. 토종화되었다고 하는 기준은 동식물의 생태에 따라 다 다를 것이다.”고 부가 설명한바 있다.

어쨌든 ‘토착종’은 이해가 되는데 어차피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재래닭’을 이제와서 정의를 내린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멸종된 ‘재래닭’을 복원해 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재래닭’을 복원해 냈기에 그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멸종된 ‘재래닭’을 복원한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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