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제주 물고기 이야기_방어(2)
[류양희의 수다 in Jeju]- 제주 물고기 이야기_방어(2)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9.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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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수록 맛 있어...최소 8kg 이상은 돼야 제대로 즐겨
등살 배꼽살 가마살 꼬리살 등 부위별 다양한 맛 일품
전 튀김 탕 찜 회 등 요리법도 달라 코스로도 인기

제주에 살면서 방어철이 되면 꼭 모슬포에 가서 방어회를 한두번은 먹게 된다. 처음엔 방어에 대해 잘 몰라 가격만 맞춰서 싸게 먹을 수 있는 집을 찾아다녔는데, 이제 경험이 늘수록 방어는 절대 그렇게 먹는게 아니란 걸 알았다.

제철에 모슬포를 가면 횟집마다 대방어 가격이 쓰여 있다. 요새는 어떤 음식이든 양껏 많이 먹으려는 사람들 보다는 다양한 종류를 조금씩 맛보려는 이들이 많다. 그러니 굳이 대방어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게다가 일행이 많지 않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굳이 대방어가 아니어도 된다고 말하는 순간 맛좋은 방어를 맛볼 기회는 저만치 달아나게 된다.

방어는 1kg 내외를 소방어, 3~5kg을 중방어, 5kg이상을 대방어라 한다. 하지만 대방어라고 해도 제대로 맛보려면 8kg짜리 이상은 먹어야 한다. 횟감의 크기가 크면 맛이 덜하다는 선입견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방어는 정반대다. 방어는 크면 클수록 더 맛이 있다.

모슬포에서 20kg짜리 대방어를 본 적이 있는데 워낙 크고 힘이 강하다보니 회 뜨기 전에 방어를 기절시키는데 두꺼운 몽둥이로 방어 대가리를 있는 힘껏 내리치는 걸 보았다. 아주 살벌한 풍경이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회를 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에 내려와 첫 연말을 맞아 제주시내 고급호텔 뷔페에서 회식할 때 15kg짜리 대방어 회 뜨는 걸 직접 본 적도 있다. 호텔 측에선 그걸 ‘해체쇼’라면서 이벤트로 보여준다. 고래 정도는 돼야 ‘해체한다’는 표현을 쓰는 줄 알았는데, 실내에서 15kg짜리 대방어 회 뜨는 걸 직접 보니 정말 ‘해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한참 신기하게 쳐다보다 자리로 돌아왔는데 육지사람 살뜰히 챙겨주던 상사(上司) 한 분이 아주 귀한 거라면서 특별히 부탁해 가져왔으니 꼭 맛보라고 건네주는게 있었으니, 대방어에서도 몇 점 나오지 않는다는 배꼽살이었다.

방어해체쇼 (출처_최남단방어축제 홈페이지)

대방어가 워낙 크니 방어회에도 부위가 있다. 반면에 방어가 작으면 작을수록 부위에 따른 구분을 짓기가 애매하다. 그래서 방어는 큰 걸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배꼽살은 말 그대로 방어의 뱃살 아래 쪽에 있는 부위를 말한다. 이 배꼽살이 방어의 내장을 둘러싸고 있기에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식감이 쫀득하면서 꼬들거린다. 맛은 고소한 맛이라고 할까. 고기의 항정살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다.

목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가마살도 있다. 목살은 아가미와 지느러미 사이의 아랫부분을 말하는데 이 부위를 구이로 요리해 먹는 사람도 있다. 배꼽살과 가마살 외에 꼬리살도 있다. 방어는 그 큰 몸을 움직이다보니 꼬리 쪽의 근육이 많다.

방어회는 등살과 뱃살을 주로 먹게 되는데, 척추에 가까울수록 붉고 배에 가까울수록 하얀색을 띤다. 그래서 척추에 붙은 사잇살이 가장 붉은 색을 띠고 뱃살이 가장 희다. 등살과 뱃살 사이를 중뱃살이라고 구분짓기도 한다.

방어는 크기만큼 부위도 많아 요리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이걸 조금씩 다 맛보고 싶다면 방어 코스요리를 시키면 된다. 지난겨울 모슬포에서 방어 코스 요리를 먹어본 곳은 ‘돈방석’이라는 횟집이었다. 실제 들어가보면 자리마다 ‘돈’ 그림이 있는 방석이 놓여있다. 조금은 촌스러운 컨셉트에 관광객들보다는 모슬포 사람들 사이에서나 알려졌던 곳인데 여행자들이 개인 블로그에 소개를 하면서 관광객들도 꽤 찾는 식당이 됐다.

방어는 크기만큼 부위도 많고 요리 방법도 여러 가지. 조금씩 다 맛보고 싶다면 방어 코스요리 추천. 지난겨울 모슬포에서 방어 코스요리를 먹어본 ‘돈방석’ 횟집
방어는 크기만큼 부위도 많고 요리 방법도 다양하다. 조금씩 다 맛보고 싶다면 방어 코스요리를 추천한다.
지난겨울 모슬포에서 방어 코스요리를 먹어본 ‘돈방석’ 횟집

일단 돈방석(?)에 앉아있으면 제일 먼저 밑반찬들과 함께 ‘방어전’이 나온다. 술 좋아하는 이들은 먼저 이 방어전에 소주 한 모금으로 애피타이저를 삼는다. 그리고는 곧 방어회, 우선 회만 눈에 들어오게 되지만 곁들여 먹으면 좋을 여러 요리들도 함께 나온다. 튀긴 자리돔에 양념장이 발라져 나온 것도 있었고, 넓적하니 고구마튀김만 있는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방어 튀김도 섞여 있었다. 심지어 방어 내장 수육까지도 나온다. 그러니 밑반찬으로 나온 김 같은 것들에는 아예 눈길도 가지 않는다. 편식이 아주 심한 큰 애 몫이나 될까.

그런데 보다못해 사장님이 직접 나와 설명을 해준다. 방어회를 양념장에 들어간 양파, 부추, 파절이 등과 함께 김에 싸서 먹어보라는 것이다. 참치회를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김의 용도를 단번에 알았을 것을... 방어회를 김에 한번 싸먹고 나니 그다음엔 다른 방식으로는 회를 못먹겠다. 결국 우리 식구들은 김을 두번 세번 추가했다.

방어전, 방어튀김, 방어회 등 방어 코스요리
방어전, 방어튀김, 방어회 등 방어 코스요리
친절한 사장님이 직접 방어살을 들어 보여주고 있다.

방어 지리탕이 나오기 전에 밥을 먼저 시키니 밥은 방어 대가리 구이와 함께 먹으라고 한다. 어두육미(魚頭肉尾), 방어는 특히나 더 그렇다.

방어의 볼살은 특수 부위다. 방어가 크니 대가리도 크다. 그걸 굽자니 아무리 잘 구워도 겉은 타고 속은 덜 익는다. 그래서 잘 익은 겉부분부터 먹고나면 덜익은 속살은 한 번 더 구워준다. 다시 구우러 간 사이에 방어 김치찜을 맛보면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우리 식구들은 이쯤에서 너무 배가 불러 자리에서 일어서려하는데 사장님이 굳이 방어지리탕 국물이라도 맛보고 가란다. 결국 방어지리탕에 들어간 수제비가 또 먹음직스러워 결국 몇 점 더 집어먹고 국물도 후루룩 마신 뒤 이젠 정말 배가 터질듯 괴로워하며 겨우 일어섰다.

사장님이 친절하기도 하거니와 다양한 방어 요리를 착한 가격에 맛볼 수 있어 손님 접대하기에는 이 집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방어가 제철이 아닐 때다. 사장님은 방어가 제철이 아니어도 다른 회 코스요리도 있으니 걱정말고 손님 모시고 꼭 오란다.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 무엇보다도 깜빡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다시 떠올랐다. 여름엔 방어 대신 부시리가 있다지 않았는가 말이다. 조만간 다시한번 돈방석에 앉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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