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꿩대신 닭 ⑤_ '맛의 방주'에 등재된 꿩엿 그리고 닭엿
[류양희의 수다 in Jeju] 꿩대신 닭 ⑤_ '맛의 방주'에 등재된 꿩엿 그리고 닭엿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6.1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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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조를 엿기름으로 당화시킨후 꿩 또는 닭고기 넣어 푹 고와 만들어
엿보다 잼에 가까워 식빵에 발라먹기도...제주동부 번영로와 성불오름 가면 맛볼 수 있어

'꿩엿'은 2014년 국제슬로푸드협회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된 음식이다. ‘맛의 방주’는 말 그대로, 보존할 가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음식, 식재료, 종자 등을 다시 잘 지켜가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4천여 종 이상이 등재되었고 우리나라 것도 50여종이 올라있다. 

농도가 엿보다 잼에 가까워 빵에 발라먹기도하는 꿩엿
농도가 엿보다 잼에 가까워 빵에 발라먹기도하는 꿩엿
(출처_제주민속식품 블로그)

꿩 엿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울릉도 호박엿’처럼 딱딱한 형태가 아니다. 제주를 여행하다 가끔씩 ‘꿩엿’ 간판이 보이면 입이 심심할 때를 대비해 엿이나 먹어볼까 하고 들어섰다가는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꿩엿’이라기보다는 ‘꿩잼(jam)’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싶은 외양 때문이다. 실제로 꿩엿은 식빵에 발라 먹기도 한다.

‘전통향토음식-제주인의 지혜와 맛(제주특별자치도 펴냄)’에 보면 제주 엿의 특징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제주지역의 엿은 흐린조(차조)에 골(엿기름)을 넣어 당화시킨 후 부재료를 넣어 푹 고와서 만드는 것으로 부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이 지역의 엿은 간식이라기보다는 육류 섭취가 적었던 과거에 보양식이나 약용식물을 첨가하여 허약한 병자나 노인, 어린이들의 치료약 내지는 보양식의 기능을 갖고 있었다. 많이 알려진 엿 종류는 ᄃᆞᆨ엿(닭엿), 돗궤기엿(돼지고기엿), 꿩엿, 새비엿, 익모초엿, 하늘레기엿(하눌타리엿)등이다. 백중날 겉보리로 골(엿기름)을 만들어 말렸다가 섣달 첫 납일에 엿을 고아 먹으면 만병에 효험이 있다고 하였다.’

‘골은 엿기름의 제주방언이다. 만드는 방법은 겉보리를 물에 하룻밤 담갔다가 바구니에 건져서 자주 물을 뿌려준 후 통풍이 잘되고 그늘지며 따뜻한 아랫목에 두면 약 2~3일이 지나 싹이 난다. 일주일이 지나면 싹이 3-4mm 정도로 자라는데 이 때 손으로 잘 풀어주면서 햇볕에 바짝 말려서 가루로 만든다. 골에는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효소인 베타 아밀라아제를 함유하고 있다. 전분에 엿기름이 들어가 당화되면 전분이 분해되어 맥아당이 생기며 단맛이 나는데 이런 음식이 식혜나 엿이 된다.’

‘예로부터 제주도에서는 마늘이나 닭, 꿩, 하눌타리, 익모초, 새비(들찔레의 열매), 무릇, 돼지고기 등으로 엿을 고았다. 재료에 따라 엿의 명칭이 바뀌는데 이 엿들은 떡과 같이 먹기도 하였으나 육류나 약초를 재료로 하기 때문에 회복기 환자에게 먹이는 등의 보신용 음식으로 애용되었다. 꿩은 경기를 예방하는데 특효가 있다하며, 약으로 이용할 경우는 장꿩이 더욱 좋다. 익모초엿은 통경과 산후의 약, 생리불순 등의 특효가 있고 또한 허약한 사람, 임신이 안되는 여자, 자궁이 약한 여자에게도 좋다.

ᄃᆞᆨ엿(닭엿)은 토종닭이 약용효과가 크다고 하며, 수탉인 경우에는 부화후 3개월 정도 된 닭이 좋고, 암탉일 경우는 산란기의 닭이 적합하다. 엿은 식혀서 엿 단지에 넣고 보관한다. 옛날에는 보리 항아리에 엿 단지를 놔두면 쉽게 변하지 않았다. 다른 식구들이 먹지 못하게 숨긴 것인지 아니면 보리의 제습 작용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지금 제주에서는 여행객이 닭엿을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관광상품화에 있어서는 닭보단 희소가치가 높은 꿩이 한발 더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에서 서귀포로 넘어가는 길 중에 제주 동부에서는 번영로(97번 지방도로)가 제일 무난하다. 이 길로 제주시에서 서귀포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성불오름 앞에 꿩엿공장(상호_제주민속식품)이 눈에 띈다. 꿩엿을 구입하는 곳은 다른 곳도 있겠으나 이곳에서는 각종 꿩요리도 맛볼수 있고, 꿩사육장을 둘러볼수도 있으며 체험프로그램도 있는데다가 성불오름도 오를수 있고, 접근성도 좋아 한번 들러볼만 하다.

제주민속식품 꿩엿공장 전경(출처_제주민속식품 블로그)
제주민속식품 꿩엿공장 전경(출처_제주민속식품 블로그)

■ 꿩ㆍ닭만두도 유명

길고 길었던 ‘꿩대신 닭’이야기의 마지막은 꿩만두와 닭만두를 짧게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중국과는 달리 우리 만두는 만두소가 꼭 들어가는 교자만두가 발달했다. 그래서 만두소에 무엇이 들어가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고기가 들어가면 고기만두, 김치가 들어가면 김치만두다. 그런데 고기만두도 소고기가 들어가면 소고기만두, 돼지고기가 들어가면 돼지고기만두, 닭고기가 들어가면 닭만두, 꿩고기가 들어가면 꿩만두가 되는 것이다.

표선 가시리 ‘꿩마을’의 꿩만두(출처_제주지니)
표선 가시리 ‘꿩마을’의 꿩만두(출처_제주지니)

그러니 꿩만두를 꼭 제주만의 고유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떡국의 육수를 꿩으로 우려냈다는 이야기에서 보듯이 떡국이나 만둣국이나 꿩을 쓰는 것이 전국적이었던 데다가 더더욱 서울이나 충북, 경북에서는 꿩만두를 아주 즐겨 먹었다. 다만 꿩만두, 닭만두가 제주 고유의 음식은 아닐지 모르나 제주의 토속음식이었던 것만은 의심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제주에는 꿩도 많았고 메밀도 많아 꿩메밀만두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꿩만두가 있으니 당연히 닭만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닭엿보다 꿩엿의 관광상품화가 빨리 진행되었듯이 닭만두보다 꿩만두가 관광객들 사이에 더 유명해져 실제 제주에서 꿩만두를 맛볼만한 곳은 있어도 닭만두를 맛보기란 어렵다.

그럼 닭만두를 어디서 맛볼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에서 몇 년 전 내놓았다는 제품의 이름을 보면서 그만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이름하야 ‘꿩대신닭만두’라나...

표선 가시리에는 ‘꿩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 가면 꿩만두국을 맛볼 수 있으며, 꿩구이, 꿩샤부샤부 등을 맛볼 수 있는 꿩풀코스도 있다. 생각보다 식당은 크지 않으나 KBS ‘굿모닝대한민국’이란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바 있을 정도로 토속적인 맛이 특징이다. 보다 세련되고 도회적인 식당의 분위기를 즐기려면 제주시 연동에 ‘메밀꽃차롱’이 유명하다. 여기서는 후식으로 ‘꿩엿’까지 맛볼 수 있다. 이 집 역시 tvN ‘알쓸신잡’에 잠깐 등장하기도 했다.

표선 가시리 ‘꿩마을’(출처_제주지니)
표선 가시리 ‘꿩마을’(출처_제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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