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다금바리? No, 자바리! (1)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다금바리? No, 자바리! (1)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11.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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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유명한 다금바리가 실제로는 자바리...일본 자료 옮기는 과정서 오역 추정
다금바리는 아열대 어종...우리나라에선 거의 안잡혀 먹어본 사람 드물듯
제주도서 자바리로 속여 파는 '능성어'도 '구문쟁이'로 불러

제주 이주 초기엔 매 주말마다 꼭 나들이를 다녔다. 그런데 아직 작은 아이가 어린데 주말에 나들이를 갔다가 비를 만나기라도 하면 낭패였다. 그럴 때 아이가 걷기 싫어 안아달라고 떼쓰면 실랑이하느라 모든 에너지의 절반을 소모하고 결국 애를 안아주다가 남은 에너지마저 다 써버리고 만다. 그래서 비가 올 것 같으면 웬만해선 외출을 삼가는 편이었지만 연속으로 비가 내리면 어쩔 수 없이 한번은 나가줘야 했다. 그래서 실내 볼거리들을 미리미리 점찍어 두는데 그러다가 검색을 통해 발견한 것이 ‘제주해양동물박물관’이었다. 

제주해양동물박물관은 800여종 1만점이 넘는 해양동물이 박제돼 전시돼있다.

제주해양동물관은 2017년 개관했으니 홍보가 제대로 안돼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 무렵 물고기에 막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작은 아이가 자꾸 성산에 있는 ‘아쿠아플라넷’을 가자고 조르는데, 이미 몇 번 갔다온 곳을 자꾸 가는 것도 그렇거니와 입장료도 도민 할인을 받더라도 네 식구가 가기엔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이래저래 대체할만한 곳을 물색하던 중 입소문을 통해 알게 된 곳이 바로 해양동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어류박제 기술 특허를 보유한 곳으로 800여종 1만점이 넘는 해양동물이 박제돼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에 가면 꼭 도슨트(전시물 설명)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친절한 설명을 자세히 듣다보면 새로운 내용을 많이 알게 되고 기존에 알던 해양동물도 새롭게 보이게 된다.

당시에는 개관 초기여서 관람객이 많지 않았기에 우리 집 네 식구만을 위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그래서 그 해설사 선생님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면서 적잖은 공부가 됐다. 그 때 들은 설명 중 ‘다금바리’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보시는 것은 다금바리입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유명한 다금바리라고 하는 것은 이 다금바리가 아닙니다. 제주에서 회로 유명한 다금바리는 실제로는 자바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금바리 (출처: 우리바다 어류도감. 예조원)

그렇다. 제주 최고급 명품 ‘다금바리’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용어부터 정리를 해야겠다. 우리가 제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다금바리는 실제로는 ‘자바리’다.

이 ‘자바리’를 제주에선 ‘다금바리’라 부른다. 공식 명칭을 붙일 때는 실제로 불리는 이름을 중심으로 해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금바리’는 ‘자바리’가 되었고 다른 물고기에다가 ‘다금바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마도 일본 자료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 아닐까 추정되는데 실제로는 일본에서조차 ‘다금바리’와 ‘자바리’명칭에 대한 혼동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공식 명칭으로 붙은 ‘다금바리’는 어떤가. 부산 쪽에서는 ‘펄농어’라고 부르기도 한다.-다금바리는 원래 농어목 농어과에 속했었다가 지금은 바리과에 편입됐다-제주에선 ‘구문쟁이’라고도 불렸는데 실제로 자바리로 속여파는 ‘능성어’를 또 ‘구문쟁이’라고 불러서 이 역시 혼동이 되기 쉽다. 옛날 제주 어부들에게 정확한 구분과 공식 명칭이 과연 필요했을까. 당연히 이런 혼동은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겠다.

우리나라에서 공식 명칭의 ‘다금바리’를 먹어본 이는 극히 드물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의 안 잡히기 때문이다. 다금바리의 멸종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바리’ 사정이다. ‘다금바리’는 서식 특성상 원래가 아열대 해역에서나 잡히는 어종으로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일부가 곧 북방한계선이다. 그러니 겨우 제주도에서 몇 마리 잡히는 수준이다. 따뜻한 물이어야 한다는 조건에, 보통 수심 80m~100m 이상 심해에 암초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또 붙는다.

자바리(출처: 우리바다 어류도감. 예조원)

이러한 해저 조건이 제주 이외에 없다고 할 순 없겠으나 그나마 화산섬인 제주 바다여서 가장 좋은 조건을 맞출 수 있었다. 심해에 살다보니 일반적인 낚시로는 어려운데다 야행성이라 밤에만 잡을 수 있다. 그런데 또 이것을 잡았더라도 올리는 과정에서 수압차이를 못 견디고 곧 죽어버린다. 그러니 실제 다금바리회를 먹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 ‘다금바리’자체를 본 사람도 드물어 가끔씩 다금바리가 잡히면 잡어에 뒤섞여 팔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란다.

그러니 제주에 와서 ‘자바리’를 ‘다금바리’로 알고 먹었다면 속아서 잘못 먹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먹은 것이다. ‘자바리’는 50m 이하의 얕은 암반에서 서식한다. ‘다금바리’와 ‘자바리’는 수온에 있어서는 비슷한 서식 환경이나 ‘다금바리’는 ‘자바리’보다 더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반면 ‘자바리’는 이에 대한 여유가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다금바리’보다 ‘자바리’가 그나마 더 많은 것이다. 더 많았다는 이유로 ‘자바리’는 남획되어 이젠 드물어졌으니 결과적으로 같은 셈이긴 하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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