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닭고기 이야기④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닭고기 이야기④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03.0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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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닭을 복원했다는 것은 순계(PL, Pure Line, 純系)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들 순계를 서로 교배시켜 원종계(GPS, GrandParent Stock, 原種鷄)를 만들고 원종계간 교배를 통해 종계(PS, Parent Stock, 種鷄)를 만들며 다시 종계간 결합을 통해 실용계(CC, Comercial Chicken, 實用鷄)를 만들어야 비로소 토종닭으로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것이다.

재래닭 그 자체를 그대로 섭취할 순 없을까. 하지만 그렇기엔 토종닭이 멸종위기까지 간 까닭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정작 닭을 생산하는 농가에서 성장도 느리고, 알도 덜 낳고, 사료는 더 많이 먹으면서도 무게가 덜 나가는 닭이라면 키울 마음이 생길까?

축산은 현실이다. 재래닭 복원 과정에서 적지 않은 농가들이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생산을 포기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생산성이 따라주어야 한다. 다만 생산성을 높이려고 무분별하게 외래종을 들여왔던 과거와는 달리 재래닭 중 산란우수종, 성장우수종, 맛우수종의 각각 장점을 결합하거나 토착종 토종닭과의 교배를 통해 생산성도 좋고 맛도 좋은 토종닭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것이 ‘우리맛닭’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재래닭 순계 복원에 이어 2008년 실용계인 ‘우리맛닭’을 개발해내면서 재래종 복원사업의 또 다른 관문 하나를 통과했다. 이를 개발해내는 과정에서 최철환 연구관은 연구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55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하니 그 과정이 결코 간단치 않았고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중압감이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해볼 수 있다.

농진청 토종닭 산업화 보급 체계도

축산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맛닭’은 껍질이 얇고 지방이 적으며, 끓였을 때 토종닭 특유의 구수한 국물 맛이 나고 콜라겐 함량이 높아 육질이 쫄깃하다. 이때 개발한 ‘우리맛닭1호’는 12주령이면 2.1kg 출하체중에 이르고 육질이 쫄깃하며 향이 좋아 백숙용으로 주로 쓰인다.

2010년 개발한 ‘우리맛닭2호’는 5주령에 750g, 10주령에 2.1kg정도며 육질이 부드럽고 초기 성장이 빨라 5주령에 삼계탕용, 10주령에 닭볶음탕 또는 훈제용·백숙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후 ‘우리맛닭’은 3호에 이어 4호가 개발되는 등 지속적인 개량이 이어지고 있으며 순계인 재래닭의 품종역시 늘어나고 있다. 

다만 중도에 어렵사리 복구한 재래닭이 AI등의 여파로 집단 폐사하는 등의 굴곡을 몇차례 겪기도 해 결코 순탄하기만한 과정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토종닭 보존 및 보급에 있어서 민간 차원의 노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한협축산은 1954년부터 자체보유하고 있는 순계를 이용해 토종닭 보급에 앞장서 현재 ‘한협3호’가 닭고기 시장의 30%, 토종닭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人民日報)의 해외판 한중경제 특별취재국장을 지낸 류재복의 기업탐방기사에서 한협축산을 소개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국내에서 순계(Pure Line)를 보유하며 토종닭 종계를 양산하고 있는 민간유일의 육종회사인 한협축산은...(중략) 故 박도현 옹이 지난 1953년에 창업, 그의 아들인 준영씨에 이어 손자인 성진씨까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3대에 걸쳐 기업을 이어오고 있음은 실로 자랑이 아닐 수 없다.

한협축산은 ‘동신종축장’이란 상호로 1953년에 창업, 58년에 서울 상봉동에 종계장을, 61년에는 남양주군 별내면에 종계농장을 신설하면서 63년에는 서울시장으로부터 ‘종계개량 우수표창장’을 수상했고 68년에는 ‘화이트락’ ‘코니쉬’ 계통의 육종종계 원종을 확보, 76년에는 ‘한협종계장’을 신설, 78년에는 대한양계협회로부터 ‘양계산업대상’을 수상했다.

1980년에는 축산기자재 수출업 및 후라이드 치킨의 국내최초 도입과 보급을 위한 ‘한협상사’를 설립하고 일본에 국내최초로 종계를 수출했으며 84년에는 ‘한협종합식품’을 설립한 후 이듬해인 85년에 회사명칭을 변경, ‘한협축산’으로 경영을 하다 96년에 현재의 (주)한협축산으로 개칭, 법인 설립을 했다.

이후 한협은 한협8호 ‘개량토종닭 종계’ 보급을 시작으로 한협3호(1997), 한협1호(1999), 2001년에는 한협7호 ‘개량토종닭 종계’를 개발하고 2002년에 ISO9001 획득, 2004년에는 중국 강소성 연운강시 동신농장 GPS(원종계) 농장을 인수,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략)

외국유수의 품종이 그러하듯 20년 이상의 개량을 거쳐 우리나라에 토착화된 만큼 개량된 토종닭은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게 만족할 수 있는 품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협3호’의 경우 국내 토종닭의 대표품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협은 지난 90년대 초, 커다란 시련을 접하면서 큰 전환기를 맞게 된다. 그것은 한협과 경쟁하기 위한 종계장들이 전국에 속속 들어서면서 외국의 유명 품종들에 의해 시장이 점차 축소, 경영이 악화가 되고 또 준영씨가 병행한 사업마저 부도를 맞으면서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그러자 친지와 가족, 주변에서는 사업을 포기하라는 제안을 했지만 박도현 옹은 뜻을 굽히지 않고 당시 금산에 있던 순계를 모두 남양주 농장으로 옮겨 한협의 명맥을 이어갔다. (...중략...)

그 후 한협은 소규모 육종기업의 특성을 살려 틈새의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소량 다품종 생산에 결단을 내린다. 다시 말하면 토종닭 전문으로 품종개량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협은 1996년, 마침내 ‘한협 325’를 전신으로 한 개량토종닭 ‘한협8호’를 선보이면서 미국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현재의 대표인 성진씨가 당시 34세로 집안의 뜻을 거역하지 않고 같은 해인 1996년 1월, (주)한협축산을 설립하면서 대표에 취임, 아버지에 이어 가업을 이어 받았다.]

한협축산 말고도 파주 현인농장의 현인닭, 문경 이레농장의 고려닭, 아산 연안농장의 천산토종닭, 이천 청리농장의 청리토종닭, 남양주 고센농장의 고센닭, 청송 백자농장의 백자토종닭 등 민간 차원의 노력은 꾸준히 지속돼왔다.

그리고 그런 노력 중에 제주에는 구엄닭이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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