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10)_제주맥주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10)_제주맥주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8.1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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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지역 무관한 박혁기 대표의 사업가적 큰 그림 속 탄생
제주 가면 꼭 먹어봐야 할 국내 수제맥주 1위 브랜드로 등극
양조장 투어프로그램이 단순 주류 음료 아닌 '문화'로 승화
생맥주 형태 펍유통 지양 병맥주로 전국 편의점 판매 승부수
'에일맥주'로 다양성 추구하는 MZ 세대 공략도 성공 요인

제주도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이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많은 이들이 너무 자주 제주도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제주도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비행기타고 여행 느낌을 낼 수 있는 곳이 그나마 제주도이기에 수많은 이들이 찾고 있지만, 해외여행이 다시 활성화되면 아마도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코로나 이전보다는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관광산업에 의지하고 있는 제주도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관광 콘텐츠의 다양화를 부르짖는 내부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다.

해외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실제 다양한 콘텐츠에 놀랍기까지 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제주의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대규모의 시설들이 들어오는 것은 반대다. 제주 우도의 짚라인이나 선흘의 동물원 조성 추진 등은 그래서 여전히 논란이 많다. 조잡한 박물관의 난립도 문제다. 적잖은 박물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은 것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유럽쪽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맥주나 와인 양조장 체험 프로그램들이 눈에 띈다. 여행지에서 긴장을 풀고 분위기를 즐기기 위한 가벼운 음주는 흔한 일이고, 그래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나 와인이 있다면 그것은 근사한 여행 체험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다. 

뭔가 일이 되려면 상황이 착착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제주맥주’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제주맥주는 현재 국내 수제맥주 1위다. 그런데 제주맥주를 이런 위치에 올려놓은 문혁기 CEO의 마인드가 제주맥주만큼이나 참으로 신선하다. 문 대표는 맥주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대구 사람으로서, 지역적으로도 제주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 그런 그가 제주도에 맥주공장을 세운 것은 철저한 사업가적인 판단에서였다.

수제맥주는 단순한 주류음료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라는 것에 착안하여 제주맥주의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은 나중에 부수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핵심 구상 중 하나였다.(출처_제주맥주)

수제맥주는 단순한 주류음료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라는 것에 착안해 유통이나 생산설비 구축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을 타깃으로 삼아 일부러 제주도를 선택했다. 첫 시판 당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직 제주도 안에서만 제주맥주를 유통시키기도 했다. 이런 큰 그림 속에서 제주맥주의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은 나중에 부수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핵심 구상 중 하나였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맥주로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한 제주맥주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제주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맥주로 손꼽히기 시작했고, 그럴 즈음 편의점 등 전국 유통에 나서 큰 인기와 주목을 받게 됐다. 보통 수제맥주를 생맥주의 형태로 펍(Pub)에 유통시키던 흐름과는 달리 또다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그런데 때마침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기 시작했고 코로나-19로 ‘홈술’이 증가하면서 천운(天運)까지 따라주었다.

제주맥주가 처음 내놓았던 밀맥주 ‘제주 위트 에일’에는 제주 감귤 껍질의 상큼한 맛을 더해 지역적 특색까지 고려했다(출처_제주맥주)<br>
제주맥주가 처음 내놓았던 밀맥주 ‘제주 위트 에일’에는 제주 감귤 껍질의 상큼한 맛을 더해 지역적 특색까지 고려했다(출처_제주맥주)
제주맥주가 처음 내놓았던 밀맥주 ‘제주 위트 에일’에는 제주 감귤 껍질의 상큼한 맛을 더해 지역적 특색까지 고려했다(출처_제주맥주)<br>
제주맥주가 처음 내놓았던 밀맥주 ‘제주 위트 에일’에는 제주 감귤 껍질의 상큼한 맛을 더해 지역적 특색까지 고려했다(출처_제주맥주)

물론 제주맥주가 마케팅 전술과 운에만 의존했다 하면 그것은 제주맥주를 너무 폄하하는 것이겠다. 제주맥주는 카스, 하이트, 클라우드 등 국내 대표적인 라거 시장에 에일맥주라는 다소 생소한 맥주를 내놓으면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MZ세대를 공략했던 것이 주효했다.

제주맥주가 처음 내놓았던 것은 위트에일이라부르는 밀맥주였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주시장과는 반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맥주에 대한 요구가 높은 맥주 소비 문화에서 이 생소한 맥주는 주목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제주맥주는 ‘제주 위트 에일’에 제주 감귤 껍질의 상큼한 맛을 더해 지역적 특색까지 고려했다.

‘제주펠롱에일’의 ‘펠롱’은 제주말로 반짝거린다는 뜻으로 정통 페일 에일 맥주다.(출처_제주맥주)
‘제주거멍에일’은 제주 흑보리와 초콜릿 밀을 사용한 다크 에일 제품이다.(출처_제주맥주)

이후에 내놓은 ‘제주펠롱에일’은 제주말로 반짝거린다는 ‘펠롱’이라는 상품명을 채택했으며 정통 페일 에일 맥주로 본격적인 맥아를 상면발효한 맥주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푸르트 에일 제품인 ‘제주슬라이스’ 제주 흑보리와 초콜릿 밀을 사용한 다크 에일 제품인 ‘제주거멍에일’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제주맥주가 있기 이전에 제주에서는 이미 제주도개발공사에서 개발한 ‘제스피’ 맥주가 있었다.

“제스피는 제주도개발공사가 2010년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 사업으로 국비 21억원을 지원받아 서귀포시 남원읍에 맥주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해외 주류전문가를 영업하고 화산암반수와 제주산 청정 보리를 활용해 2013년 7월 제스피를 공식 출시했다. 기존 국내 맥주와 차별화하기 위해 필스너 페일에일 등 종류도 다양화했다. 이후 주류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중략)

제주맥주가 있기 이전에 제주에서는 이미 제주도개발공사에서 개발한 ‘제스피’ 맥주가 있었다. (출처_제스피인스타그램)

출시 2년 후인 2015년 9월 당시 행정자치부가 지방공기업 정책위원회를 열어 도개발공사의 제스피 맥주사업을 민간이양 대상으로 결정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도개발공사는 공장과 시설, 유통망을 민간에 모두 넘기기로 했지만 마땅한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주세법과 소규모시설, 협동조합 구성 등 여러 조건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결국 3년이 흐른 2018년 12월 전라북도 고창군의 한 업체가 투자자를 모아 제스피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제스피를 인수했다. 이어 공장을 서귀포시 남원에서 제주시 조천으로 옮겼다. 2019년부터 3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나섰지만 유통망 확대 없이 기존 영업망을 활용하면서 한계에 부딪쳤다. 코로나19 악재까지 터지면서 연동 전용 매장은 결국 문을 닫았다.” (“민간이양 2년만에 제주서 자취 감춘 수제맥주 ‘제스피’” 2021.7.12. 제주의소리)

원래 제스피에 첫 관심을 보였던 사업가가 바로 문혁기 현 제주맥주 대표였다. 당시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도의회는 문 대표와 합자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의구심을 표하여 결국 제스피에 대한 투자와 인수계획이 물거품 된 바 있는데 시간이 흐른 뒤 문 대표와 제스피의 희비가 엇갈려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문 대표의 실력과 사업 수완이 그만큼 더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제주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기저기가 난개발되고 훼손되기도 한다. 제주의 천혜 자연환경도 보존되면서 적정 수준의 관광이 유지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에 제주맥주의 역발상 신선한 행보를 이래저래 눈여겨 보게 된다.

뭔가 새로운 제주 여행을 기대하는 이들이 있다면 제주맥주 양조장을 한번 직접 둘러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 마셔보길 꼭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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