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멸치(1)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멸치(1)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1.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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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덕 해변 모래사장엔 밀물때 밀려와 못빠져간 멸치떼들 볼만
제주멸치는 크기가 커 '꽃멸치'로 부르기도...'샛줄멸'이 학명
외양성 어류로 봄~초여름 어미가 연안 해조류에 침성란 산란
"비양도 꽃멸은 회 젓갈 등으로 먹는 백성의 물고기"
제주에서는 원담 또는 갯담이라 불리는 돌그물을 해변에 조성해 밀물에 들어온 물고기들이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둘러쳐두었다.

벌써 제주에서 네 번째 겨울을 맞았다. 웬만한 이주민들은 3년을 못 버티고 육지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시기가 무난히 지나고 있다. 이쯤되니 육지의 친구들이든 제주의 지인들이든 “아직도 제주도가 좋으냐?”고 묻는다. 그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직도 제주가 좋다”고 한다. 그러면 “제주의 뭐가 그리 좋으냐?”고 또 묻는다. 그러면 그저 이렇게 답한다. ‘산 좋고 물 좋고 어절씨구 좋~다!’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기에 좋은 것이, 주말 아침에 오름에 올랐다가 지루할즈음 바로 바다로 가서 놀면 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산에 한번 가는 것도 큰 맘 먹어야 하는 일인데 바다를 간다는 건 더더욱 큰 일이다. 수도권에선 어쩌다 여름 한 철 바다 한 번 가보려면, 막히는 뜨거운 도로를 몇 시간 뚫고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게 인천 앞바다다. 그런 점에서 제주는 참 축복의 땅이다.

바다에서 자주 놀다보니 이젠 나름 바다에 순위를 매긴다. 서귀포 남원에서 살 때는 표선 해비치 해변을 자주 갔다. 제주시로 이사한 다음부터는 동쪽으로는 함덕과 김녕을, 서쪽으로는 협재・금릉해변을 자주 간다. 이 바다들은 우선 에메랄드빛이 매력적이기도 하거니와 물이 깊지 않고 일정해 아이들과 놀기엔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은 물이 들어오면 물에서 놀고 물이 빠지면 백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한다. 그러니 아이들 얼굴은 늘 거무스름해 촌티가 폴폴나고 필자의 얼굴엔 없던 기미마저 생겨 고민이다. 지난 초여름의 어느 날도 여느 때와 같이 함덕 해변에 접이식 캠핑 의자를 펼쳐놓고 앉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게 내버려둔 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발견했다며 빨리 와보란다.

아이들 등살에 무거운 엉덩이 가까스로 들고 억지로 끌려가보니 썰물에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가 모래밭에 펄떡이고 있었다. 흡사 멸치처럼 생겼다. 아이들은 물고기를 바다로 옮겨주겠다고 했는데 잘 보니 여기저기 그런 물고기들이 널렸다. 갑자기 서울 중랑천에서 가끔 벌어지는 물고기 집단 폐사가 떠올랐다. 눈으로 보기에 한없이 깨끗해 보이는 함덕 바다가 오염이라도 됐나 순간 긴장했다. 아, 서울 촌놈의 무식하고 편협한 시각하고는....

멸치(출처_국립수산과학원)

 

함덕에서 봤던 모래밭에서 펄떡이던 물고기들... 멸치가 맞다. 제주에서 멸치는 이렇게 밀물 때 밀려와 썰물 때 못 빠져나가는 것들이 많다. 지금이야 바다에서 멸치잡이배들이 선단을 이루어 대형 그물로 잡아 해변까지 밀려오는 멸치들이 줄었지만 옛날에는 성경에 나오는 만나와 메추라기처럼 자고 일어나면 바닷가에서 주워 담을 수 있을 만큼 멸치들이 많이 널렸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원담 또는 갯담이라 불리는 돌그물을 해변에 조성해 밀물에 들어온 물고기들이 썰물에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쳐두었다. 다른 지역에서 독살이라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해수욕장이 없는 남원에서 살 때는 작은 원담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소형 수영장이 되어 주기도 했다.

그런데 제주 멸치에는 일반적인 멸치만 있는 건 아니다. 조금 다르다. 우선 크기가 크다. 사람들은 그래서 제주의 멸치에 ‘꽃멸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확한 학명으로는 ‘샛줄멸’이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인 황선도 박사는 ‘비양도 꽃멸, 너 멸치냐?’(한겨레신문 2014.11.3.)라는 글에서 ‘멸치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외해에서 어미가 부성란(물에 뜨는 성질의 물고기 알)을 산란하고 그 어린 것이 연안으로 들어와 자라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시 외해로 나간다.

꽃멸치라 불리는 샛줄멸(출처_국립수산과학원)

그런데 꽃멸은 봄에서 초여름에 어미가 연안으로 들어와 침성란(물 밑에 가라앉은 알)을 산란한다’면서 ‘언뜻 보면 샛줄멸이 가늘고 긴 체형이어서 멸치와 비슷하고 같은 청어목에 속하지만 세분하면 멸치는 멸치과에 속하는 반면 샛줄멸은 청어과에 속해 분류학상으로는 다른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고기 박사인 내게도 익숙하지 않은 물고기’라면서 꽃멸치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몸 빛깔은 등쪽은 연한 청색, 배쪽은 백색이며, 몸 옆구리에는 폭이 넓은 은백색의 세로띠가 있으며 이와 평행하게 등쪽 언저리에 푸른빛의 띠가 둘려 있어 반짝거린다. 몸은 가는 원통모양으로 앞뒤가 측편 되어있으며, 주둥이는 원추형으로 다소 뾰족하다.

생태적 특성을 보면, 외양성 어류로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연해, 그리고 일본 중부 이남, 동중국해, 대만 등 따뜻하고 깨끗한 연안에 주로 서식하며, 먼 거리 회유를 하지 않는다. 산란기는 5~8월로서 이때가 되면 떼를 지어 연안으로 몰려와 지름 1.2㎜의 둥그런 점착성 알을 낳아 암초나 해조류에 붙여 놓고 떠난다.

1주일 만에 부화한 새끼는 5㎜ 정도로 연안에서 동물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낮에는 수면 가까이, 밤에는 밑바닥 층으로 큰 떼를 이뤄 유영한다. 겨울이 오기 전 5㎝ 정도까지 자라면 외양으로 떠나는데, 다 자라면 체장이 11㎝로 수명은 1~2년 정도이다. 1년이면 성숙해 다음 해에 산란을 위해 다시 연안으로 들어오는 생활사를 거듭한다.’

그럼 제주 꽃멸치는 멸치가 아니란 말인가? 이에 대해 황 박사는 동행한 다른 이의 입을 빌려 ‘꽃멸도 멸치란다. 이름과 분류, 그 모든 것은 인류와 멸치가 태어나고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몇몇(?) 사람들이 딱지 붙인 것’이라면서 ‘더욱이 비양도에서 나는 꽃멸은 너무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멸치라 하며 회로도 먹고 젓을 담아 먹어 온 백성의 물고기’라고 정리했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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