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한치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물고기 이야기_한치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9.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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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자랑 한치는 '창오징어'를 의미...'창꼴뚜기' '한치꼴뚜기'로도 불려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다리 길이가 한 치밖에 안돼 붙여진 이름
몸통 길고 다리 짧아...감칠맛과 부드러운 식감 등 오징어보다 한 수 위
반건조한치, 전체가 흰색이면 제주산...윗부분 붉으면 수입산 가능성

제주도 오가는 비행기 값이 기차 값보다도 쌀 때가 있다. 이제는 더이상 제주도를 오가는 일이 어렵지 않은 시대다. 특히 제주 사람들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일상화돼 있어 크게 부담갖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성인이 돼서야 처음 비행기를 타보았던 서울 촌놈에겐, 제주에서 살아도 비행기는 여전히 큰 맘 먹고 타야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래서 어쩌다 육지를 가야할 일이 생기면 비행기 값을 뽑기 위해 육지 스케줄을 몰아서 잡게 되고, 하루종일 볼 일을 다 보고는 보통 늦은 저녁 비행기로 돌아오게 된다.

비행기를 타면 아직도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 보통 가족과 함께 움직일 때 창가 자리는 당연스레 아이들 몫이 되지만 혼자 서울을 다녀오는 비행기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무조건 창가 쪽 자리부터 예약하고 본다. 밤비행기에 창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낮 시간에 구름이 깔려 아래는 안보이고 오로지 구름 위 푸른 창공만 끝없이 보이는 지루함보다 훨씬 흥미롭다.

제주행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밤바다 풍경은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 장식처럼 장관을 이룬다.
여름철 제주 밤바다에는 한치잡이배 집어등 불빛이 장관을 이룬다. 한라산자락에서 멀리 보이는 한치잡이배 불빛은 가까이 있는 도시 불빛들보다 훨씬 더 크고 밝다.

어느덧 밤 비행기가 제주 가까이를 날면 바다에서부터 각기 밝은 빛을 내고 있는 고기잡이배들을 또렷이 내려다 볼 수 있다. 특히 밤바다에서 불을 밝혀놓고 무엇을 잡는 것일까? 보통 동해에선 오징어를 그렇게 잡는다고 하는데, 제주에선 뭘 잡고 있는 걸까? 정답은 역시 오징어다. 그런데 제주 오징어에 대해선 별로 들어본 일이 없다. 당연하다. 제주 오징어는 일반적인 오징어와 다를뿐더러 불리는 이름도 영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잡히는 ‘한치’는 ‘창오징어’를 뜻한다. 그런데 ‘창오징어’는 꼴뚜기과에 속해 ‘창꼴뚜기’라고도 불린다. 또 어떤 곳에서는 ‘한치꼴뚜기’라고도 부른다. 이에 대해 ‘루어낚시 첫걸음’의 저자 조홍식 박사는 ‘한치의 정식 학명은 창오징어다(낚시춘추 2011년 12월호)’ 라는 글에서 “낚시인들이 부르는 이름과 어류도감에 나와 있는 이름이 다르고,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표하는 표준어마저 바뀌는 등 갈팡질팡이다”면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징어는 크게 나눠 3개의 과에 속한다. 꼴뚜기과에 속하는 종류와 갑오징어과에 속하는 종류, 그리고 빨강오징어과에 속하는 종류다. 표준 명칭을 보면 의외로 오징어라는 이름보다 ‘꼴뚜기’라는 이름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낚시인들이 자주 낚는 무늬오징어와 한치가 이에 해당한다. 그 이유는 오징어의 종(種)을 분류할 때 이 두 종이 ‘꼴뚜기과(Loliginidae)’에 속하기 때문이다. Loliginidae를 한때 ‘화살오징어과’로 표기하기도 하였으나 현재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원래대로 꼴뚜기과로 표시하고 분류한다. 다만 꼴뚜기라는 표현이 통념상 작은 오징어를 부르는 말이므로 흰꼴뚜기보다는 흰오징어, 창꼴뚜기보다는 창오징어가 더 적합한 표현이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오징어하면 일반적으로 동해바다만 생각하는 선입견이 아직 있다. 이 오징어는 굳이 구분하자면 살오징어다. 따뜻한 물에서 사는 오징어는 동중국해에서부터 남해를 거쳐 동해로 올라간다. 그 중 일부는 서해로도 올라가 서해안에서도 오징어가 잡힌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오징어가 우리나라 동해안보다 훨씬 북쪽으로도 올라간다. 그러니 당연스럽게 동해안에서의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동해산 오징어를 먹기 위해 온 관광객들을 위해 서해바다에 잡은 오징어를 동해안으로 가져다 파는 촌극도 벌어질 정도라고 한다.

한치는 오징어보다 몸통이 긴 대신 다리가 짧다. 제주에선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다. (출처_제주푸드마씸 광고사진)

제주를 비롯해 남해안에는 살오징어는 아니지만 창오징어인 한치가 여름부터 가을까지 산란을 위해 접근하면서 제철을 맞는다. 한치는 오징어(살오징어)보다 몸통이 긴 대신 다리가 짧다. 그래서 다리 길이가 한 치밖에 안된다고 ‘한치’라는 이름이 붙었다한다. 제주에선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다’라는 말이 있다. 맛에 있어선 한치가 한수 위라는 말이다. 보통 한치가 감칠맛에 있어서나 부드러운 식감에 있어서 오징어보다 훨씬 앞선다는게 대부분의 평가다.

무엇보다도 여름철 한치물회는 꼭 먹어봐야 한다.

그러니 한치요리는 오징어로 하는 덮밥이나 튀김, 무침 등이 다 가능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한치는 물회로 꼭 먹어봐야 한다. 물회는 얼음이 들어가는 냉국으로 여름철 음식인데다가 한치 또한 여름이 제철이니 여름철 한치물회가 얼마나 맛이 좋을까?

그런데 여름철 식당에 들어가보면 한치물회가 보통 두가지다. 활한치물회와 사한치물회.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 활한치물회는 생물한치로 만드는 반면 사한치물회는 냉동한치로 만든다. 둘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데 그렇다면 어떤 것을 택해야 할지는 분명해진다. 활한치물회는 정말 제주이기 때문에 그 가격에 먹어볼 수 있는 것이다.

오징어하면 가장 흔하게 접하는 방식이 술안주나 주전부리로 먹는 건조 상태의 오징어다. 당연히 한치도 건조 한치가 있다. 그래서 동해안 못지않게 제주도 해안가를 걷다보면 심심치 않게 오징어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것은 한치고, 어떤 것은 준치다. 준치는 한치와 오징어의 중간 정도 된다고 해서 ‘중치’라는 말이 변해 ‘준치’가 된 것이라 한다. ‘준치’는 우리나라 지구 반대편 남아메리카 동쪽 남극 가까운 대서양에서 잡아오는 오징어다. 이것을 일부는 육지로 가져가고 일부는 제주에 들여와 해풍에 건조작업을 한다.

제주에 처음 내려와 살았던 서귀포 남원 바닷가에 준치 말리는 풍경을 매일 산책길에 보고는 자주 사먹었다. 이주민인 반건조 준치오징어집 사장은 준치를 자세히 설명할 길이 없어 그냥 ‘반건조 오징어’라는 이름으로 만원에 4마리를 구워 팔았다. 싸도 너무 싸다는 느낌이었는데 그것이 얼마못가 만원에 3마리가 됐다가 최근에 가보니 만원에 2마리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현실의 고달픔이 오른 가격만큼 느껴왔다.

동해안 못지않게 제주도 해안가를 걷다보면 심심치 않게 오징어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어떤 것은 한치고, 어떤 것은 준치다. 서귀포 남원 바닷가에 준치 말리는 풍경을 매일 보고는 자주 사먹었다.

해안가에서 말리는 것이 한치인지 준치인지는 어느정도 구분된다. 한치는 8개의 다리는 아주 짧은 반면 양쪽 남은 다리 두 개는 유독 길다. 이것은 ‘촉완’이라고 하는 촉수다. 물론 준치도 촉완이 있지만 이것이 아주 두드러지게 보이면 그것은 한치를 말리는 것이다. 제주에서 한치 말리는 풍경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제주 한치는 전체가 같은 흰색을 띤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이나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되는 건조 한치는 윗부분이 붉은색을 띤다. 이것은 수입산일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제주산은 아니다.

제주 한치는 전체가 같은 흰색을 띤다. 반면 시중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되는 건조 한치는 윗부분이 붉은색을 띤다. (출처_제주명품 광고사진)

제주에서 한치 요리를 잘하는 집을 추천하라면 참 어렵다. 웬만한 식당에는 한치 관련 요리가 다 있으니 그 집들의 요리를 다 먹어본 것도 아닌데 함부로 추천하기 어렵다. 다만 모슬포나 성산포 같은 큰 포구에는 들어오는 고깃배도 많다보니 이를 중심으로 신선하고 맛있는 횟집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번 방어이야기를 했을 때 소개했던 모슬포의 ‘돈방석’이라는 식당도 방어 코스요리 뿐만아니라 한치 코스요리가 있어 이것저것 다 먹어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맛집 식당보다도 계절이다. 한치 요리는 여름철에만 먹어야 한다. 다른 계절에 먹으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에서 한치는 여름철에만 잡힌다. 겨울철 먹는 한치는 냉동 한치여서 제주산이 아닐 가능성이 큰데다, 아예 제주사람들은 여름철 외엔 한치를 찾지도 않는다. 그러니 괜히 수입산 냉동 한치를 속아서 먹고는 제주산 한치의 맛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될 일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라고 누가 그랬던가. 잘못됐다. 적어도 ‘제주 자랑은 창꼴뚜기가 시킨다’ 여름에는 제철 맞은 생물 한치로, 겨울에는 반건조 한치로 제주의 맛을 느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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