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4)-제주 ‘떡’ 이야기
[류양희의 수다 in Jeju]-탐나는 간식(4)-제주 ‘떡’ 이야기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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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각종 제사·고사가 많아 떡 문화 크게 발달
쌀이 귀해 각종 잡곡 이용 찌거나 지지는 방식 사용
웃기떡·지름떡·오물떡·조매떡·송애기떡·절벤 등 다양
육지의 송편인 '솔벤'도 둥근달 모양에 제사상 올려
수많은 제주떡은 우리 전통떡 시장 살릴 '종자떡'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Man shall not live by bread alone)…’ 그런데 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빵’을 주식으로 했던 서구사회의 생활상을 살펴볼 때 이 구절의 진짜 의미는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사람이 밥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즉 ‘사람이 먹고사는 것에만 급급해 살게 아니다’라는 의미다.

하지만 성경 번역을 ‘밥’이라 하기도 그렇고, ‘빵’이라고 하자니 그것도 어색하고… 그래서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우리식으로 ‘떡’이라고 번역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해놓고보니 우리에겐 ‘밥’이 주식이고 ‘떡’은 간식이어서, 원래의 의미와 너무 동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는…, 

제주도의 ‘떡’을 이야기하려다보니 갑자기 생각난 이야기다.

제주도에는 떡이 많다. 송편, 팥시루떡처럼 육지에서도 일반적으로 먹는 떡도 있지만 빙떡, 오메기떡과 같이 제주에만 있는 떡도 있고 고달시리떡 감저침떡 돌레떡 골미떡 물떡 모멀새미 같은 생소한 이름의 떡들도 많다.  

제주에는 왜 이렇게 떡이 많을까? 제주에서는 쌀이 주식이 아니었던 탓에 보리나 조 등으로 밥을 해먹기도 했지만 때로는 거칠거칠한 잡곡밥보다는 ‘떡’형태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주에서만큼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라고 해도 성경 원문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리라.

게다가 제주에서는 조상을 모시는 제사 외에도 육지의 성황당 같은 해신당이나 본향당 같은 ‘당(堂)’에 제사지내는 일도 잦다. 또 마을 제사도 있으며 고사도 자주 지내서 제사상에 올리는 떡이 많아 이래저래 떡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곡물음식으로 가장 원초적인 조리형태는 죽이며 그 다음이 떡이고 그 후 밥으로 발전하였다. 떡은 밥이 일반화되는 시기까지 죽과 함께 상용음식의 하나였다가 밥이 정착된 이후로는 명절 및 의례음식의 자리로 옮겨지면서 식문화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떡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다. 곡물가루를 시루에 얹어서 시루에 찌는 떡, 곡물을 알갱이 그대로 또는 가루 내어 찐 다음에 안반에 놓고 쳐서 만드는 치는 떡, 곡물가루를 반죽한 다음 모양을 만들어 기름에 지지는 떡, 가루를 반죽하여 모양을 빚어 삶거나 또는 그 후에 고물을 묻히는 삶은 떡이 있다.

다른 지방에서는 주로 팥을 기본으로 떡을 만드나 제주지역에서는 쌀이 귀하여 잡곡으로 만드는 떡이 많고 또 모양과 만드는 방법, 용도 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시루에 얹거나 솥의 찜기에 찌는 떡과 삶아내는 떡, 지지는 떡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제주 지역의 떡에서는 밥을 지은 후 절구에서 치는 친떡의 종류는 거의 없었다.

떡의 주재로는 곡물로 쌀, 메일, 조, 피 보리 밀 찹쌀 등이 있고, 절간이라고 하는 고구마 말린 것을 가루로 내어 만든 떡도 있다. 부재료인 쉬(고물)로 쓰이는 것은 팥이 으뜸이고 녹두 완두콩(보리콩), 두불콩, 돔비, 무채, 고구마, 깨 등이 있다.

굿을 하거나 치성을 드릴 때 만드는 굿떡으로 도래떡, 월변, 손외성, 발외성, 시루떡은 만장제물이라 하여 어느 굿에나 다 사용한다.] (‘제주인의 지혜와 맛’ 발췌)

제주에서 명절을 날 때면 지인들이 차례 음식을 가져다 줄 때가 있다. 그럼 오랜만에 각종 전(煎)이나 떡들을 맛볼 수 있다. 그중에 특히 지름떡(기름떡)이 기억에 남는다. 우선 적당히 기름기가 있는데 달달하기까지 하고 특이하게 떡 모양이 톱니바퀴 모양-별모양이라고도 한다-을 하고 있다. 떡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찹쌀을 익반죽해 기름 두른 팬 위에다가 기름떡 틀로 눌러서는 지지면 된다. 그리고나서 마지막으로 설탕을 뿌린다.

그런데 이것이 예전에는 달달해서 제사상의 ‘약과’같이 아이들이 제사음식 중 가장 먹고 싶어했던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늘 넉넉하지 못해 어른들 선에서 끝나버려 아이들은 늘 아쉬움이 큰 떡이었다고들 한다. 실제로 먹어보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다.

지름떡과 아주 비슷한 것이 웃기떡이라고도 불리우는 ‘우찍’이다. 웃기떡은 떡들 중에 제일 위에 모양을 내는 떡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우찍’은 차례상 떡들 중에 제일 위에 올려놓은 떡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비슷한 의미다. 지름떡은 찹쌀로 만들지만 우찍은 멥쌀로 만든다. 지름떡은 별모양이지만 우찍은 둥그런 모양이다. 지름떡은 설탕을 뿌리지만 우찍은 조청을 바른다. 하지만 지름떡이나 우찍이나 다 그냥 지름떡이라 불리는 것이 보통이다.

우찍(웃기떡, 좌)과 지름떡(기름떡, 우) (출처_제주인의 지혜와 맛)

떡을 기름에 부치지 않는다면 일반적으로는 익반죽을 하여 삶아내는 과정을 대부분 거치는데 이 때 익반죽을 쌀가루로 하느냐 메밀가루로 하느냐에 따라 구분이 된다. 우선 소를 넣지 않은 떡으로 쌀가루로 만드는 떡에는 ‘오물떡’이 있다. 송편처럼 동그랗게 생겼지만 소가 들지 않았다. 보통 굿떡으로 사용됐다한다.

오물떡과 만드는 방식은 거의 같으나 오물떡보다 조금 납작하게 눌러진 것이 ‘조매떡’이다. ‘손에서 만든다하여 손내성이라 하며 아기가 손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모양인 ’좀매좀매‘하는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조매떡 좀매떡이라고도 한다.’

조매떡(출처_제주인의 지혜와 맛)

꼭 좀매떡 두 개를 이어붙인 것 같은 숫자 ‘8’모양처럼 생긴 것이 ‘송애기떡’이다 이 떡은 ‘결혼식 때 사용하는 떡으로 두 개의 반죽을 붙이는 것이 서로 인연을 맺어준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쌀가루로만 만들기에 사실상 절편과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에서는 절편을 ‘절벤’이라고 부른다. 절벤은 ‘해를 상징하는 떡으로 떡살의 문양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집안에 따라 다양한 문양 틀이 있었다’

절벤(절편)(출처_제주인의 지혜와 맛)

메밀가루로 절벤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제주에서는 ‘월변’이라 부른다. 월변은 둥근모양인 반면 이것을 대나무칼로 네모낳게 자르면 ‘정정괴’가 된다. 이런 떡들은 제사상에 많이 올리는데 ‘쇠(금속)를 싫어하는 귀신에게 사용하기 때문에 꼭 대나무 칼을 사용한다’고 한다.

메밀로 만드는 떡은 이 밖에도 ‘발외성’ ‘손외성’이 있는데 ‘정정괴’와 모양만 다를 뿐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심지어 메밀로 만든 메밀인절미(모멀은절미)도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인절미’와는 모양이나 맛에 차이가 크다. 모멀은절미는 ‘정정괴’와 비슷하다. 다만 크기가 정정괴보다 조금 크다.

모멀은절미(메밀인절미)(출처_제주인의 지혜와 맛)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송편(송펜)도 제주에서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송편은 ‘반달’모양이 특징이지만 제주 송편은 ‘둥근달’이다. 육지에서 송편은 추석 때 먹지만 제주에서는 제사때마다 준비한다. 그러니 제주에선 육지보다 훨씬 자주 송편을 접하게 된다.

육지의 송편모양과 오히려 비슷한 것은 ‘조개솔벤’이다. 모양은 반달 모양인데 소는 보통 팥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반달보다는 조개와 비슷하게 생겨서 ‘조개솔벤’이라고 부르는데 평안도식 ‘조개송편’을 제주에서는 ‘조개솔벤’이라고 부른다고 보면 된다. 소가 들어있지 않은 반원(반달)모양의 납작한 ‘솔벤’이 제주에 따로 있기도 하다.

송펜(송편)(출처_제주인의 지혜와 맛)

제주의 떡 이야기를 더하자면 끝이 없다.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게 아니라는데 언제까지 ‘떡’이야기만 할 수 있으랴! 다만 제주에는 쌀밥문화가 아닌 그 이전단계로서 ‘떡’문화가 삶의 곳곳에 아직도 잘 스며있다. 앞으로 우리의 전통 떡을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과제에 있어서 제주의 독특한 ‘떡’문화는 탄탄한 기초가 되어주기에 결코 소홀히 여길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순 없지만 역설적으로 ‘떡’으로도 살아야겠기에, 성경에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오병이어)로 5천명이 먹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쩌면 제주의 ‘떡’은 앞으로 우리나라 전통 떡 시장을 먹여살릴 귀한 종자 ‘떡’들이 아닌지, 잠시 수많은 제주의 떡들을 헤아려보게 된다. (참고: ‘제주인의 지혜와 맛-전통향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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