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단의 증산 질문에 돌아온 답…“관리 가능한 규모에서 좋은 품질 유지”
〈연재를 시작하며〉
같은 대두 생산 현장에서도 누가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발견하는 정보는 달라진다. 농가는 재배와 경영의 문제를 설명하고, 대두 소비자인 식품업계는 자신이 사용하는 원료의 품질과 공급을 떠올린다. 그 질문과 답변이 만나는 지점에 한국 식품산업이 살펴야 할 과제가 있다.
푸드아이콘은 지난해 미국 대두산업 현장 방문에 참여해 식용 대두 생산과 공급의 전 과정을 낱낱이 취재 보도한 바 있다.

올해에는 미국대두협회가 오하이오대두협회와 위스콘신대두협회, 미국농무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소이푸드 마스터 프로그램'을 수료한 콩식품 전문가 7명이 지난 9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와 위스콘신주의 식용대두 생산농가와 연구기관, 유통 및 수출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 소이푸드 마스터팀이 현지에서 습득하고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식용 대두산업을 다시 들여다보고, 농가의 생산 결정, 제품에 맞는 품질관리, 계약재배와 수출 물류를 차례로 살펴보며 국내 식품업계에 주는 의미를 짚는다.
■ 수익성이 좋으면 더 심어야 하지않을까
Non-GMO(논지엠오) 대두가 일반 대두보다 수익성이 좋다면 재배면적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미국 위스콘신주의 팻 물로디 농장에서 한국 방문단들이 던진 질문이다.
이에 대한 농가의 답은 “현재로서는 그럴 계획이 없다”였다. 단호한 어투였다.
약 30년간 Non-GMO 대두를 재배해 온 6세대 가족농인 팻 물로디 씨는 재배면적을 늘리면 병해와 잡초 관리 부담은 물론 품질관리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더 많은 생산량보다 자신들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규모에서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아들과 그다음 세대까지 농사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답은 식용 대두의 공급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된다. 구매하는 쪽에서는 수요가 늘고 가격이 좋으면 생산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기 쉽지만, 생산하는 쪽에서는 그 면적을 감당할 인력과 재배 여건,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수익성이 좋다는 사실과 생산을 늘릴 수 있다는 판단 사이에는, 구매자가 현장을 보기 전에는 놓치기 쉬운 조건들이 있었다.
■ 프리미엄 뒤에는 손으로 뽑는 잡초가 있다
물로디 농부는 Non-GMO 대두 재배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잡초 관리'를 꼽았다. 사용할 수 있는 제초제가 제한적이어서 필요한 경우 인력을 고용해 손으로 잡초를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Non-GMO 대두는 일반 대두에 비해 잡초와 병해 관리 부담이 높지만 수익성은 좋은 편”이라며 “추가적인 관리비와 노동 부담을 고려하면 프리미엄이 필요한 작물”이라고 말했다.
오하이오주의 데이비드 블랙 농장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나왔다. 가족농장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블랙 씨는 Non-GMO 식용콩의 잡초 관리가 어렵고, 강우와 침수 등 기후 여건에 따라 품질과 생산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두 농가의 설명을 함께 놓고 보면 Non-GMO 식용콩의 프리미엄을 이해하는 시각도 달라진다. 원료에 붙은 명칭만으로 가격 차이를 판단하기보다, 재배 과정에서 어떤 관리와 노동이 추가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식품기업에 있어서 원료 가격은 제조원가와 직결되는 문제다. 동시에 생산자가 필요한 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장기적인 공급을 판단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이번 현장 설명은 식용콩의 가격과 생산 기반을 함께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 지속가능성은 다음 세대의 경영 문제
물로디 농장은 무경운 농법을 활용해 옥수수 수확 후 남은 잔여물을 토양 위에 남겨두고 있었다. 농장 측은 이를 통해 수분을 유지하고 토양 유실을 방지하며 토양의 영양분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블랙 농장 역시 정밀농법과 무경운, 수분관리 등을 활용해 재배부터 수확·저장까지 관리하고 있었다.
오하이오대두협회 메디슨 콜비 디렉터는 건강한 토양이 안정적인 작물 생산과 농가 수익으로 이어진다며, 지속가능성은 다음 세대까지 농업을 이어갈 경영 기반을 확보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지속가능성은 토양을 어떻게 관리하고, 얼마만큼 생산하며, 가족농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선택으로 나타났다. 재배면적 확대를 유보한 물로디 씨의 판단 역시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의 기회를 활용하는 일과, 앞으로도 같은 품질의 콩을 생산하는 일 사이에서 농가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정한 것이다.
■ 한국 방문단이 발견한 것은 ‘생산량’보다 ‘생산의 조건’
소이푸드 마스터팀 중 한 국내 식품업체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으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 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품질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농가의 경영철학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반응에서 이번 방문의 의미가 드러난다. 원료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입장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판단을 생산 현장의 설명에 비춰 다시 살펴본 것이다.
농가의 선택을 그대로 국내 기업의 경영 원칙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안정적인 식용 대두 공급이 수요와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잡초를 관리할 노동력, 기후에 대응할 재배 역량, 품질을 유지할 생산 규모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농가에서 돌아온 “더 늘리지 않겠다”는 답변은 공급 확대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의 품질을 지키려는 판단을 보여준다.
한국 식품업계가 현장에서 얻은 중요한 정보는 콩이 얼마나 생산되는가에 더해, 그 콩을 계속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 무엇인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