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주년 특집-개척자의 길] 한갓 잡초였던 엉겅퀴를 영험한 약초로 만든 임실생약 심재석 대표
[창간 6주년 특집-개척자의 길] 한갓 잡초였던 엉겅퀴를 영험한 약초로 만든 임실생약 심재석 대표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3.11.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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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품종이 간기능 개선 효능 등 서양 '밀크씨슬'보다 탁월
혈액 관련 질환인 '죽상경화증' 예방도 동물 실험서 규명
어머니 민간요법을 과학적으로 규명… 19년째 연구 진행
"기능성 소재화로 건기식 개발·글로벌 의약 소재 등재가 목표"
사진제공=임실생약
임실생약 엉겅퀴 농장 (사진제공=임실생약)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것으로 ‘가시엉겅퀴’를 예로 들곤 한다. 그러나 ‘한갓 잡초에 불과하던 것을 소중하고 영험한 풀꽃’으로 만든 인물이 있어 장안의 화제다. 전라북도 임실군에 위치한 약초 전문회사 임실생약의 심재석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토종 임실엉겅퀴의 매력에 흠뻑 빠진<br>심재석 임실생약 대표
토종 임실엉겅퀴의 매력에 흠뻑 빠진
심재석 임실생약 대표

“이 세상을 떠날 때 한가지는 남겨놓고 싶어서 가장 잘 아는 약초분야에서 3년동안 고민하다 찾은 것이 바로 엉겅퀴입니다. 10살 무렵 모친이 산에서 캔 엉겅퀴로 술을 빚고, 3번째 달인 물로는 쌉싸롬한 식혜를 만들어 장독대에 보관하며 겨우내 아버지가 드실 수 있도록 한 것이 불현듯 떠올랐지요. 그리고 아무도 이 엉겅퀴를 재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무작정 덤벼들어 연구한 지 올해로 19년째입니다.”

심재석 대표는 과거 어머니의 엉겅퀴 민간요법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그 활용 범위를 넓히는 일에 지금도 여전히 몰두하고 있다. 이미 학계 및 의료계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임실엉겅퀴 추출물이 간기능 개선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 치유하는 효능이 있음을 밝힌 그는 “엉겅퀴는 전 세계적으로 200여종이 있는데, 오직 토종 임실엉겅퀴 한가지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어요. 다른 품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설시마리틴(Cirsimartin) 성분 때문인데, 마치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 같은 매력이 있어 평생 연구를 해도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심 대표에 따르면 가시엉겅퀴는 한약재로 따지면 극초 마이너작물이다. 그동안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흔전만전한 소재였다. 학계나 국가에서도 이것을 연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얼마나 하찮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심 대표 눈에는 임실엉겅퀴가 보석처럼 너무나 소중한 풀꽃으로 비쳤다. 19년동안 이것에 매달려 있을 정도로 임실엉겅퀴의 매력에 흠뻑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심 대표의 엉겅퀴 사랑 얘기를 들어보았다.

죽기 전에 한가지는 남겨놓겠다는 각오로 19년째 임실엉겅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심재석 임실생약 대표는 그 덕분에 우리나라 최고 농업기술 명인이 되었다며 활짝 웃고 있다. 

Q 임실엉겅퀴의 어떤 매력이 사랑에 빠지게 했나?... "다른 품종에 없는 '설시마리틴' 성분 때문"

▶ 임실엉겅퀴는 나로 하여금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최고 농업기술 명인 반열에 올려놓은 소중한 작물이다. 엉겅퀴는 전세계에 200여종이 분포돼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20여종이 자생하고 있다. 그 중 토종 임실엉겅퀴는 다른 품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성분, ‘설시마리틴(Cirsimaritin)’이 있는데 이것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설시마리틴 성분은 농촌진흥청 인삼특작부, 한국천연물과학기술연구소, 전주생물소재연구원 등 세곳의 연구기관으로부터 중복시험을거쳐 최종적으로 확인한 성분이다.

사진제공=임실생약
세계 200여종의 엉겅퀴 중 유일하게 '설시마리틴' 성분이 함유됐다는
우리나라 토종 임실엉겅퀴꽃 (사진제공=임실생약)

설시마리틴은 우리나라의 자생 엉겅퀴나 다른 식물체에 없는 성분으로, 오직 임실엉겅퀴 한 품종에서만 대량 발현되는 특이한 물질(중앙대 이상현교수 연구)로 그 유용성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성분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가치가 계속 밝혀지고 있어 다른 품종엔 눈돌릴 새가 없다. 죽을 때까지 연구를 다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설시마리틴은 채취시기에 따라 무려 70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대사물질에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데, 3년 반복 재배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한국토종 임실엉겅퀴의 성분지도를 완성했다. 아울러 유효성분이 강화된 엉겅퀴 재배법도 특허로 등록했다. 이것은 매우 기초적인 작업이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거의 모든 엉겅퀴에는 실리마린과 팩톨리나리게닌(Pectolinarigenin) 성분이 함유돼 있고, 특히 간건강 보조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서양엉겅퀴인 밀크씨슬의 주성분인 실리마린은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그러나 토종 임실엉겅퀴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팩톨리나리게닌 성분이 없는 대신 다른 품종에 없는 ‘설시마리틴‘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점이 키포인트다. 만일 임실엉겅퀴에도 팩톨리나리게닌이나 실리마린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연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Q 임실엉겅퀴는 어떤 건강 효과가 있나?... “간기능·당뇨·비만·체지방·갱년기증상 개선 등 활용 범위 아스피린 못지 않아”

▶ 예부터 엉겅퀴는 간기능 개선과 혈액순환, 관절 건강에 좋다고 소문나 민간요법으로 이용돼 왔고, 밀크시슬이 간에 좋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임실엉겅퀴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한 연구에서 밀크시슬과 같거나 더 좋은 것으로 밝혀져 SCI급 논문에 발표했다. 이는 엉겅퀴의 설시마리틴 성분 효과로서, 간세포 개선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드나무 껍질의 아스피린 성분이 다양한 효능을 갖듯이 설시마리틴 성분도 그에 못지 않은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설시마리틴 성분의 혈액순환 개선에 대한 인체적용실험이 동아대, 농촌진흥청 등과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갱년기질환, 당뇨 체지방 개선에 대한 체험기가 속속 나오고 있어 전주대, 가천대 등과 공동연구한 결과 사실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체지방 개선 기능은 전임상연구를 마쳤고, 2025년쯤 임상시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설시마리틴은 혈관종양을 억제하고 췌장세포(가천대 공동연구)와 뇌신경 세포(부산대 공동연구)를 보호한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고, 비만 예방 효과도 확인했다.

토종 임실엉겅퀴에만 함유돼 있는 '설시마리틴' 성분의 새로운 건강 기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산학연 회의 모습
토종 임실엉겅퀴에만 함유돼 있는 '설시마리틴' 성분의 새로운 건강 기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산학연 회의 모습

Q 현재 진행 중인 엉겅퀴 연구에서 기대하는 또다른 설시마리틴의 가치는?... "쥐실험 결과 죽상경화증에 탁월한 효능" 

세계적인 홍삼의 위치에 임실엉겅퀴를 올리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심재석 임실생약 대표.

▶ 지금까지 등록 완료된 임실엉겅퀴 관련 특허는 6개다. 그 외에도 여러 개 출원된 상태이고, 40여편의 연구논문과 보고서가 있다. 그 중 최근 가장 흥미를 끌고 있는 것이 혈액 질환과 관련 있는 ‘죽상경화증’이다.

협심증 뇌질환 고혈압 등 혈액과 관련된 모든 질환이 죽상경화증에서 유래하는데 설시마리틴이 이 죽상경화증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쥐실험 결과 밝혀졌다. 곧 논문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그동안 설시마리틴의 혈액관련 연구를 계속해 오다 이번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개발을 목표로 세포 실험을 실시하면서 규명됐다.

임실엉겅퀴 연구는 오직 ‘설시마리틴’ 때문이고, 앞으로 그 활용 범위를 크게 확장시킬 계획이다.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엄청난 일이 기대된다. 우리나라 식물소재 자원 중 홍삼이 세계시장의 3% 정도 점유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 외에는 없는데, 임실엉겅퀴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감히 상상해본다.

Q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은?..."2년 후 엉겅퀴 건강기능식품 출시, 최종 목표는 글로벌 의약 소재 등재"

▶ 임실엉겅퀴의 기능성분을 활용한 식품은 물론 통증 완화 크림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임실엉겅퀴를 소재로한 '아이씨슬라떼'가 일반식품으로는 처음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까페인 포즈티브스페이스566에서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 4월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열린 대한민국 까페 챔피언십 세계 아트 라떼대회에서 본선 3위를 수상해 가치를 평가 받은 것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엉겅퀴를 원료로 만든 '아이씨슬라떼' 음료, 깜바뉴, 머핀
(왼쪽부터 시계방향) 엉겅퀴를 원료로 만든
'아이씨슬라떼' 음료와 깜바뉴, 머핀, 쌀가루케이크 제품

몸과 마음을 기운나게 한다는 의미의 '뷰티와 건강을 위하여 언제나 내몸에'라는 슬로건으로 출시된 '아이씨슬라떼'는 엉겅퀴의 풍미와 성분을 접목한 음료다. 아이씨슬라떼는 이번 까페전용 상품에 이어 일반소비자용과 수출용 제품도 개발해 소비 저변 확대를 꾀할 것이다. 양갱, 쿠키, 깜바뉴, 카스텔라 등에 임실 엉겅퀴를 접목한 새로운 제품들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내후년쯤 엉겅퀴를 소재로한 건강기능식품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엉겅퀴 다이어트식품을 내놓을 계획으로, 부산 동아대병원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체지방 관련 전임상 연구에서 기존 다이어트 제품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종 목표는 임실엉겅퀴를 글로벌 의약소재로 만드는 것이다. 꿈이 너무 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꿈조차 꾸지 않으면 아무일도 할 수 었다. 이러한 비전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내 생애에 이루지 못하면 후세대에서 이어갈 것이다. 가업을 잇기 위해 1녀 2남 중 식품학 박사과정에 있는 둘째가 연구개발 업무를 맡고 있고, 첫째딸이 홍보를, 막내가 생산부서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보다 성장하면 지금의 가족기업에서 탈피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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