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온난화로 탄소중립이 전세계적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시작된 'ESG 정책'으로 세계 각국이 환경의 중요성에 더욱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영어 단어의 이니셜로,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인 이 3가지를 중시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일종의 투자철학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에 주로 관심을 가졌다면, ESG는 기업이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를 중요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때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은 국내 식품산업의 '친환경'에 대한 국내외 동향과 발전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미래를 위한 그린 시그널, 식품산업 ESG를 더하다'를 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를 지난 17일 온라인 행사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식품과 포장, 산업 카테고리의 각 부문에서의 친환경을 짚어보는 'Green in Food', 'Green in Packaging', 'Green in Industry'의 3 세션으로 진행됐다. 식품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네슬레 Chris Hogg 부사장의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네슬레의 도전'이라는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CJ제일제당, 풀무원, 마켓컬리 등 국내 대기업과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독일농업협회(DLG), 고려대학교 관계자들이 각각 주제발표한 후 청중과 질의 응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국내 식품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풀무원의 ESG 방향과 지속가능한 식품의 동향’=조상우 R&D센터장
전세계적으로 이제는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은 더이상 존속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ESG 경영의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느냐보다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점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주역인 MZ세대 역시 이러한 사회공헌에 관심이 크고 실제로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거기에 맞춰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글로벌 투자기업들 역시 환경과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ESG 정보 공개는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사안이 됐다. 모건스탠리 다우존스 등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ESG 경영을 얼마나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2030년에는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ESG 경영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ESG 경영을 하게 되면, 다시말해 지속가능한 정부 지표에 기업들이 투자하면 그것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이를 노린 투자자들이 붙게 되므로 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 환경보전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온도 상승의 원인이 이산화탄소 발생량 증가로 꼽히면서 산업사회 이전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인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 시대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인권 유린과 빈익빈부익부의 소외계층 등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지배구조 역시 법과 윤리를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이것이 ESG 경영철학이다.
◇ 플라스틱 3R 목표·신선식품 5℃ 보관 등 실천
풀무원은 1984년 창립 때부터 유기농 정신에 근거한 '사람과 자연의 지속가능성'을 모태로 탄생했다. 그래서 회사의 미션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로하스기업'으로 정의했다.
2017년 선도적인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작년까지 한국지배구조위원회로부터 4년 연속 A+ 등급의 ESG 평가를 받고 있다. 풀무원은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이 세가지 영역에서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는 ESG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 부문에서는 플라스틱 사용 저감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조가 아닌 사용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줄일 수 있고, 재활용을 할 수 있는지, 가능한한 플라스틱이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3R, 즉 Reduce, Recycle, Remove의 3가지 측면에서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푸드 웨이스트(식품낭비)도 매우 중요한 이슈다. 신선식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매우 짧아 낭비되는 식품이 많이 발생한다. 풀무원은 법적 설정온도인 10℃보다는 훨씬 낮은 5℃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은 식품산업 전체에서 보면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관리온도를 내려 음식물 쓰레기를 줄임으로써 탄소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 부문에서의 활동은 두 개의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풀무원재단과 한마음평화연구재단이 그것인데, 기업과 별개의 공익재단으로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공익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부문에서는 이사회 시스템을 2018년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11명 중 8명(72%)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또 여성 인력의 평준화를 위해 사외이사 8명 중 3명을 여성이사로 선정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시스템은 산하 8개 위원회를 신설해서 풀무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영시스템을 모니터링 및 리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탄소중립·지구온난화 방지 방법
탄소중립과 지구온난화 방지에 식품산업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겠다. 올해 전 세계 인구통계가 78~79억 수준으로 잡히고 있다. 1800~1900년대 산업혁명으로 사람 간의 소통과 이동이 용이해지고 도시화 인구가 그 이전의 500만년 역사 이후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산업사회 이후 기온이 점차 올라가자 다양한 아젠다 미팅을 통해 지구 온도를 1.5~2℃ 낮추자고 하고 있다.
미국 옥스퍼드 교수들이 발표한 자료를 BBC에서 가공한 자료를 보면, 지구상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26%가 식품의 생산, 운송, 재배, 등에서 발생하는데, 그 중 65%가 동물성 식품이라고 한다. 이것들을 식물성으로, 아니면 미생물 발효를 통해 좀더 맛과 영양가 있는 단백질로 만들 수 있다면 보다 지속가능한 구조로 탄소 저감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섭취해온 육류의 '피맛'을 버리기 힘든다는 측면에서 식품 과학자들의 연구개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단백질 시장은 보스턴컨설팅 그룹 등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는데, 2035년도 2900억 달러(32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당장 4년 후 2025년도에 72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 양은 일본의 1년동안 CO2 발생량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양이다. 또다른 조사에서는 2025년도 육류시장 1200조원의 1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IFT(국제식품기술박람회)에서 발표된 미래 시장 톱10 트렌드 중의 하나가 '식물성 식품'이다. 대체육, 대체우유, 대체해산물, 대체계란 등을 합치면 2024년에 70억달러(8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미래 지향적 지구 환경 변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식품산업이 ESG 경영에 기여하면서 이같은 큰 시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지역의 블루날루(Bulu Nalu)는 하와이안 스타트업 회사로서 미국에서 가장 많이 섭취하는 어종인 마이마이를 세포배양으로 개발해 올 연말쯤 미국 FDA 인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풀무원은 블루날루와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낙농업계의 탄소배출량 온실가스가 14.5%라는 통계를 바탕으로 만일 베지테리안 식사를 한다면 온실가스를 1/3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풀무원은 이러한 배경으로 지난해 두부면을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으며, 풀무원다논을 통해 유제품을 쓰지 않는 식물성 요거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2가지 야채만을 이용해서 맛있는 라면과 HMR 제품을 만들었고, 김치도 젓갈 대신 깊은 맛을 내는 식물성 소스를 이용해 베지테리안 식품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풀무원은 만일 고기를 사용하는 식품이라면 동물복지 육류를 선택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동물복지와 탄소중립과의 관계는 연구 단계이다. 이미 실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젖소의 경우 케이지 젖소의 수명은 6년인데 반해 방목하면 15년으로 2.5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동물복지 육류를 사용한다면 물소비량을 줄이면서 오랫동안 착유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동물행복권과 더불어 사는 지구를 위해 생물종 다양성까지 넓혀 나간다면 지속가능성과 연결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