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축산물이력제]③ 지속가능한 축산의 미래 '쇠고기이력제'
[특별기획-축산물이력제]③ 지속가능한 축산의 미래 '쇠고기이력제'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02.26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자리 쇠고기 이력번호...출생-이동경로-백신접종-등급판정결과 등 15가지 정보 담아
가축질병 사전예방·축산물 안전성 강화·수입산 국산둔갑 방지·수급조절 등 파생효과 커
사육 유통 등 각 단계별 제도 보완 및 ICT 기반 정보전달력 강화 등 제도 보완 필요

회사원 A씨는 바쁜 아침 출근을 위해 식사를 서둘러 준비한다. 이 때 IoT(사물인터넷)와 AI(인공지능)가 탑재된 냉장고가 ‘쇠고기와 미역으로 간단하게 국을 조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A씨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레시피를 냉장고 기억장치에 입력하면, 냉장고는 축산물이력제를 기반으로 보관하고 있는 쇠고기의 식재료의 상태를 표시하고, 가상의 AI 도우미는 이들 식재료를 조합해 조리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 식생활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그려본 시나리오다. 축산물이력제가 식탁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일선 방위병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축산물이력제는?

축산물이력제는 국내산 축산물의 신속한 이력추적으로 가축 방역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민에게는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할 목적으로 2008년 사육단계부터 시행됐다. 

농가에서 생산, 이동, 출하하는 축산물의 거래내역을 기록 관리함으로써 방역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축산물 유통단계의 거래내역을 투명하게 기록 관리한 자료는 원산지 허위표시 등 둔갑 판매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축산업 및 관련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테면, 가축의 질병이나 축산물의 위생 안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을 추적해 회수 폐기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할 수 있을뿐아니라, 소비자에게는 원산지. 사육자. 축산물의 종류 및 등급 등의 정보를 제공해 수입산과 차별화하고 유통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008년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안전한 식품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수입산 축산물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쇠고기이력제도가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14년 돼지고기이력제에 이어 2017년 발생한 살충제계란 이슈로 2020년 닭·오리·계란이력제까지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축산물 이력제는 위생안전의 파수꾼으로서는 물론 우리 축산농가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 쇠고기이력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백화점 식육코너에 진열된 국산 쇠고기에는 모두 노란색 이력번호가 부착되어 있다.
백화점 식육코너에 진열된 국산 쇠고기에는 소의 출생에서부터 이동경로, 백신접종, 등급판정 결과 등 무려 15가지 정보를 담은 노란색 이력번호가 부착되어 있다.

쇠고기이력제로 국산 쇠고기 가치 상승

소비자가 쇠고기의 이력번호를 조회했을 때 표시되는 정보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역할로 이루어진 성과물이다. 소의 이력 정보는 이력법에 의해 출생과 이동경로, 백신접종, 등급판정결과 등 무려 15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쇠고기가 가정의 식탁까지 이동하는 경로와 표시되는 정보의 참여 주체를 살펴보면, 우선 사육단계에서는 농장경영자와 농협경제지주, 전국 농·축협 등 소 134개 위탁기관이 있고, 유통과정부터는 전국의 도축장, 식육포장처리업소, 대형마트 및 중소형 식육판매업소가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쇠고기이력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축산물품질평가원,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산물품질관리원, 지자체 등 행정기관도 각 단계별 행정 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쇠고기이력제 단계별 사업 내용

사육단계-출생 등 신고 및 귀표 부착

농장경영자는 소가 출생하거나 거래(양도·양수·폐사·수출입 등)한 경우 지역의 위탁기관에 5일 이내 신고한다. 이 때 공휴일과 토요일은 제외하며, 가축거래상인은 이동신고를 해야 한다.

전국 시·군별로 지역축협, 한우협회 등 축산관련 법인 중에서 지정된 위탁기관은 소에 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하는 동시에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고 30일 내 귀표를 부착한다. 다만, 육우의 경우 7일 이내에 실시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사육규모에 따라 귀표 자가부착농가를 확대 운영해 소 출생에 따른 귀표 부착은 농가에서 스스로 부착하고, 탈락 귀표의 재부착은 위탁기관에서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가축시장 개설자는 가축시장 거래 후 거래내역을 이력관리시스템에 신고해야한다.

도축단계-도축장에서 소의 이력번호를 도체에 표시

도축장 경영자는 귀표 부착 여부와 전산시스템 등록 여부를 확인한 후 도축하고, 위반 사항이 발견 시 도축을 금지해야한다.

또 검사관의 위생검사 합격 여부와 등급판정 결과 등을 즉시 입력하고, 도매시장 개설자는 소의 도매시장 경매 내역을 신고한다.

포장처리단계-쇠고기에 이력번호를 표시하고, 포장처리‧거래실적 관리

식육포장처리업자는 부분육 또는 그 포장지에 해당 쇠고기의 이력번호가 기재된 라벨을 부착한다.

거래‧포장처리 실적을 이력관리시스템에 신고(일정규모 이상, 5일 이내, 공휴일과 토요일은 제외)하거나 장부에 기록·보관한다.

판매단계-쇠고기에 이력번호를 표시하고, 거래실적 관리

소비자가 구입한 국산쇠고기 트레이 포장지에 그 쇠고기의 출생에서부터 품질을 파악할 수 있는 15가지 정보를 담은 이력번호가 붙어 있다.(노란색 원안)
소비자가 구입한 국산쇠고기 트레이 포장지에 그 쇠고기의 출생에서부터 품질을 파악할 수 있는 15가지 정보를 담은 이력번호가 붙어 있다.(노란색 원안)

판매업자는 정육 또는 식육판매표지판에 해당 쇠고기의 이력번호를 표시·판매한다.

아울러 거래실적을 이력시스템에 신고(일정규모 이상, 5일 이내, 공휴일과 토요일은 제외)하거나 장부(거래내역서)에 기록·보관한다.

소비단계-스마트 폰(앱), 이력제 홈페이지 등서 이력정보 확인 가능

이처럼 생산에서 도축, 포장처리돼 판매장의 진열대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쇠고기는 이력번호를 통해 소의 종류 및 성별, 출생일자, 농장경영자, 사육지, 도축장 및 소재지 , 도축일자, 도체중, 도축검사결과, 육질등급, 포장처리업소, 가축질병정보 등 15개 정보가 공개된다.

축산물이력정보는 이력제 홈페이지(www.mtrace.go.kr)에서 조회가 가능하고, 국민 편의를 위해 모바일 앱에서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쇠고기이력제의 성과

2018년도 농정연구센터의 ‘축산물이력제 성과분석 및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쇠고기이력제 도입 전후 소비자·생산자 연간 총 잉여가 4,500억원이며, 축산물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가축개량, 소 질병 발생 시 가축질병의 사전 예방 및 차단, 이력 통계를 통한 수급조절 자료 활용 등 다양한 파생 효과가 나타났다.

예를들면, 산업 관점에서는 ’17년 3분기부터는 통계청의 ‘소 가축동향조사’가 이력제 자료로 대체됨으로써 매년 분기별로 통계 자료를 발표하고 있고, 소비자 관점에서는 DNA 동일성 검사로 인해 수입쇠고기가 국내산으로의 둔갑 판매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 유통의 투명성에 기여한 점 등이다.

결과적으로는 쇠고기의 수급 안정화와 같은 축산 정책과 산업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자료 등으로 그 성과가 축적돼 쇠고기의 가치 향상과 더불어 이력제 정보의 유용성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쇠고기이력제 발전 방향

쇠고기이력제가 시행과 보완을 거쳐 10년이 넘은 지난해 12월, 쇠고기이력제 대국민 인지도는 92%수준으로 이제는 국민생활 밀착형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쇠고기이력제가 더 큰 발전을 위해 넘어가야 할 과제도 많다.

소 사육단계에서 소의 출생·이동·폐사 발생 시 더욱 정확하게 신고되어야 하며, 유통단계에서도 일부 제도 보완과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ICT기반으로 정보전달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보다 정확한 축산 관측과 산업계 활용을 위해 현재 시범중인 AI(인공지능) 관측과 고도화된 전산 인프라로 축산 관측과 정보 활용도 폭넓게 고려돼야 한다.

국민들이 쇠고기에 표시된 이력번호를 조회하지 않더라도, 구매한 쇠고기는 관계자와 참여자의 노력으로 이력제가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쇠고기이력제가 미래 지속가능한 축산의 중심에 서며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제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축산물이력제 연혁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