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창간 9주년 특집ⅢㅣK-푸드, 성장의 내실을 묻다] 이승돈 농진청장 "기업이 찾는 원료, 우리 농업에서 키운다"
[FI 창간 9주년 특집ⅢㅣK-푸드, 성장의 내실을 묻다] 이승돈 농진청장 "기업이 찾는 원료, 우리 농업에서 키운다"
  • 정리=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11.0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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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에 가루쌀, 두부에 습해 강한 콩…품종 개발부터 가공 수요 반영
기능성 소재는 제품화까지, 식품성분 데이터는 맞춤형 식품 설계에
2032년 농업과학기술 수준 최고 선진국 대비 93% 목표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K-푸드의 다음 10년은 기후위기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우리 농산물을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소재와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데 달려 있다.

식품기업이 필요로 하는 원료를 품종 개발 단계부터 함께 설계하고, 그 수요가 농가의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생산과 가공, 유통을 연결해야 한다.

한류 확산과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확대에 힘입어 국내 식품산업 매출액은 제조업과 외식업을 합쳐 2016년 227조 원에서 2024년 387조 7000억 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성장 속에서도 수입 원료 의존도 증가와 지역 농식품업체의 경쟁력 약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국산 농산물의 산업적 활용을 넓히려면 기업이 원하는 품종과 품질을 파악하고, 농가가 그 원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

가루쌀은 고추장으로, 검정콩은 토장으로…제품 수요에서 시작하는 품종 개발

식품기업이 원하는 국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품종 개발 단계부터 가공적성과 소비자 선호를 반영해야 한다. 어떤 제품에 쓰일 원료인지 구체화하면 품종 개발과 생산, 가공을 한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샘표식품과 협력해 가루쌀을 활용한 ‘국산 100% 조선고추장’과 검정콩 ‘청자5호’로 만든 ‘서리태 토장’을 출시했다. 올해는 국산 쌀과 콩, 발효미생물을 활용한 프리미엄 장류 개발로 협력을 확대했다. 하이트진로와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협력해 국산 쌀을 사용한 프리미엄 증류주 ‘일품진로 1924 헤리티지’를 출시했다.

풀무원과는 기능성 콩 ‘소만’의 낫토 제품화와 콩나물용 콩 ‘해찬’의 가공적성 평가를 추진했다. 롯데마트·청그루와는 항당뇨·항고혈압 관련 국산 혼합잡곡을 상품화했다. 참깨 ‘슬기’와 ‘로움’, 들깨 ‘지안’도 가공업체와 연계해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물량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생산·가공·유통 관계기관이 함께 지역 단위의 생산·소비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2027년까지 전국 11개 지역에 ‘콩 자립형 융복합단지’를 조성 중이며, 사과 신품종 전문생산단지도 올해 59ha 조성을 목표로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해 선별·가공·물류 등 수확 후 공정을 지능화하고, 국산 원료의 품질 균일성과 공급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도담쌀은 30여 개 제품으로…기술이전 뒤에도 사업화 지원

기능성 농산물과 발효미생물, 농식품 부산물 연구가 기업의 소재와 제품으로 이어지려면 연구 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기업의 수요와 사업화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소재 발굴과 효능 검증에서 제품화까지 연결하는 실용화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국산 새싹보리 추출물은 기능성 원료 인정과 기술이전을 거쳐 2025년 건강기능식품으로 출시됐다. 기능성 쌀 ‘도담쌀’은 저항전분 가공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뒤 쌀과자와 쌀국수 등 30여 개 제품으로 상품화됐다. 토종 효모 ‘N9’은 조은술세종의 증류식 소주 ‘이도’에 활용됐으며, 도토리묵 가공 부산물을 소재화하는 기술도 기업에 이전했다.

올해 5월에는 KGC인삼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규 기능성 소재 발굴과 효능 검증, 원료 생산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연구개발부터 산업화까지 이어지는 민관 협력 사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기능성 검증과 품질 평가 등 공공 연구를 강화하고, 기술이전 이후에도 시제품 제작과 생산공정 개선, 판로 개척을 지원할 것이다. 연구 성과가 기업 매출로 이어지고, 제품이 팔리는 만큼 국산 농산물에 대한 새로운 수요도 생기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후위기에도 가공 품질 지킨다…재해 저항성과 가공적성을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생산량과 함께 식품 원료로서의 품질을 지켜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매년 기후 적응형 신품종 18종 육성을 목표로, 재해 저항성과 식품 용도별 가공적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병해에 강한 저아밀로스 벼 ‘미호’는 식어도 부드러운 식감을 유지해 도시락과 냉동밥 등 가공밥 제조에 유리하다. 여러 병에 저항성을 갖춘 벼 ‘화연’은 발효 효율과 향기 성분이 우수해 증류주 원료로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콩 ‘다온’은 습해에 강하고 두부 수율이 높다. 쓰러짐에 강하고 성숙이 빠른 팥 ‘홍미인’은 통팥과 앙금 가공용 원료로 활용 가치가 높다.

개발한 품종과 기술은 현장에서 검증하고 보완해 신속히 보급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확량과 영양성분, 가공 품질의 변화를 분석하고, 2027년부터 농림위성 영상과 AI 분석을 활용해 작황·재배면적·농업재해 정보를 단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AI 기반 기상재해 조기경보 서비스도 고도화해 농가가 재해에 미리 대응하고 식품 원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식품성분 데이터 30만 건…맞춤형 식품을 설계하는 자산으로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에 따라 맞춤형 식품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기업이 소비자의 연령과 건강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려면 원료별 성분과 조리·가공에 따른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정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공개한 ‘국가표준식품성분 DB 10.4’에는 식품 3366점의 영양성분 130종에 관한 정보 약 30만 5000건이 담겨 있다. 2027년 상반기에는 국산 농산물 약 500점의 플라보노이드·페놀산·인지질 등 기능성 성분 데이터도 별도로 공개할 예정이다.

앞으로 조리·가공에 따른 성분 변화 정보를 확충하고, 데이터 표준화와 AI 활용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고령친화식품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식품의 원료 선정과 정밀한 영양 설계를 뒷받침할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AI·디지털 육종으로 품종 개발을 혁신하고, 농업로봇과 농업위성을 활용해 생산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식량·원예·축산·농식품 분야의 연구 역량을 모아 우리 전통 식문화를 과학화·현대화하고, K-푸드의 세계시장 진출을 넓혀갈 것이다. 그린바이오 기능성 소재와 대체단백질, 농식품 부산물 업사이클링 등 푸드테크 분야의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시장도 개척할 계획이다.

2032년까지 최고 선진국 대비 농업과학기술 수준 93% 달성을 중간 목표로 삼고, 국산 원료의 산업적 활용과 지역 식품기업의 성장 기반을 강화할 것이다. 식품기업이 필요한 원료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구하고, 농가는 그 수요를 바탕으로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농촌진흥청이 K-푸드의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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