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식 세계화의 다음 과제…"고유한 맛 지키고 일상으로 들어가야"
[기획] 한식 세계화의 다음 과제…"고유한 맛 지키고 일상으로 들어가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11.02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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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발효·환대의 가치에 간편함과 현대적 경험 더해야
소비 트렌드부터 외식·파인다이닝·가공식품까지 한식의 성장 조건 조명
다음 세대가 배우고 즐기는 식문화로…교육·산업·정책의 협력 강조
지난 10월 23~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식페스타에서 김치 담그기 시연을 진행하고 있는 이하연 김치명인(오른쪽) (사진제공=한식진흥원)
지난 10월 23~25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식페스타에서 한복바람떡 만드는 외국인 체험객 (사진제공=한식진흥원)

한식의 세계화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려면 고유한 맛과 문화를 지키면서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발효와 정성, 계절 식재료와 환대에 담긴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맞는 음식과 서비스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식진흥원(이사장 이규민)이 지난 10월 23일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2026 한식 대축제’ 한식 컨퍼런스에서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옥동식 셰프, 손종원 이타닉가든 셰프, 김숙진 CJ제일제당 실장은 각각 소비 트렌드와 해외 외식시장, 파인다이닝, 글로벌 식품 브랜드의 관점에서 한식의 경쟁력과 성장 과제를 짚었다.

네가지 주제 발표를 관통한 메시지는 한식이 이미 가진 자산을 발견하고, 이를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영 소장은 만들고 먹는 방식의 간편화를, 옥동식 셰프는 음식의 완성도와 한국적인 환대를, 손종원 셰프는 전통의 현대적 해석을, 김숙진 실장은 국가와 세대에 맞는 제품·마케팅을 제안했다.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한식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맞닿았다.

'한식은 왜 지금의 미식트렌드와 만나는가'를 발표하고 있는 박헌영 생활변화관측소장.(사진제공=한식진흥원)

박현영 소장…“형식이 혁신이다, 정성과 건강에 간편함을 더하라"

첫 발표에 나선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 소장은 인공지능 시대에 소비자가 안정과 회복, 자신의 상태를 돌보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식의 가능성을 찾았다. 불안을 낮추고 기분을 전환하며 건강을 챙기는 데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한식에는 이러한 요구와 연결되는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 소장이 소개한 소비자 언어 분석에서 한식은 다른 음식에 비해 푸짐함과 정갈함, 건강함이 두드러졌다. 맛을 표현하는 말에서도 깊은 맛과 손맛, 건강한 맛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소비자가 한식에서 기대하는 가치가 정성과 건강에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기대와 실제로 음식을 준비하는 수고 사이의 간격이다. 집밥에서는 ‘힘들다’, 배달 음식에서는 ‘질린다’, 밀키트에서는 품목이 제한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가족이 모이는 일은 중요해도, 그 식사를 준비하는 노동까지 가정 안에서 해결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박소장이 가족 외식과 한식 뷔페, 간편한 육수 제품에 주목한 이유다. 가족 모임을 식당에서 하거나 코인 육수로 조리 부담을 줄이는 것은 한식의 맛과 정성을 원하는 소비자가 준비 과정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일과 함께 기존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시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먹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여러 그릇에 담던 음식을 한 그릇으로 구성하거나, 컵 빙수처럼 이동하면서 먹기 편하게 만들고, 떡과 한과를 하나씩 집어 먹도록 포장하는 변화가 대표적이다. 박 소장은 이를 두고 “형식이 혁신이다”라고 강조했다. 한식의 고유함에 생산과 소비의 간편함을 더해야 더 넓은 일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성심당을 ‘희소한 보편성’의 사례로 들었다. 누구나 찾을 수 있지만 대전에 가야 만날 수 있고, 익숙한 빵을 판매하면서도 계절 한정 제품으로 특별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식 역시 발효와 전통의 맛이라는 고유함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알리고 경험하는 문턱을 낮추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박 소장은 음식을 통해 얻는 감각과 위로, 세대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도 강조했다. 직접 먹어야 느낄 수 있는 식감과 한 끼가 주는 기분 전환, 가족이 함께 아는 먹거리 이야기가 기계의 시대에 음식의 가치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미식시장 속 한식의 위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옥동식 셰프 (사진제공=한식진흥원)

옥동식 셰프…"현지 재료로 만들되 맛의 중심과 한국인의 정을 지켜야"

옥동식 셰프는 돼지곰탕의 해외 진출 경험을 통해 한식의 경쟁력이 실제 식사에서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설명했다. 그의 출발점은 맑은 국물과 좋은 쌀, 갓 지은 밥으로 완성하는 한 그릇이었다. 국내 매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을지 궁금해졌고, 뉴욕 진출로 이어졌다.

그가 소개한 뉴욕 팝업 초기 고객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이후 현지 언론 보도와 문화 콘텐츠 등을 계기로 고객층이 넓어졌다. 낯설게 여겨질 수 있는 국밥도 직접 먹어본 뒤에는 편안한 한 끼로 받아들여졌다는 경험이다. 옥 셰프는 어떤 설명도 음식의 완성도를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완성도에는 국물의 깊이와 온도, 밥의 상태뿐 아니라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포함됐다. 그는 해외 매장에서도 원하는 손님에게 밥과 김치, 국물을 추가로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손님이 배부르게 먹기를 바라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실천한 것인데, 그 환대가 해외 고객에게도 전해졌다는 것이다.

도쿄 매장 손님이 남긴 후기에는 먹을수록 맛이 쌓이고 음식에서 온기를 느꼈다는 반응이 담겼다. 옥 셰프는 이를 한국인의 ‘정’으로 해석했다. 한식의 차별성이 재료나 조리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나누고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에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식 세계화’라는 큰 목표를 구체적인 음식의 경쟁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대한 한식을 하나의 이름으로 알리는 데서 나아가 김치든 불고기든 돼지곰탕이든 각각의 특성과 매력을 깊이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음식을 제대로 경험한 소비자가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접근이다.

현지화에 대해서는 바꿀 것과 지킬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료 수급과 위생, 주방 환경, 가격과 서비스는 현지 여건에 맞춰야 하지만 음식의 방향성과 맛의 중심까지 바꿔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해외 매장을 준비할 때 현지에 머물며 재료를 시험하고, 가능한 한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원하는 맛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현지 콩으로 메주와 장을 만드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재료를 한국에서 가져오는 방식보다 현지 재료에 우리의 조리·발효 기술을 적용하는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장과 김치처럼 시간이 쌓여 만들어지는 맛을 한식의 중요한 자산으로 본 그는 “한식의 깊이는 보이지 않는 시간에서 온다”고 말했다.

옥 셰프가 지향하는 세계화는 현지인의 생활 속에 한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것이다. 한식이라는 설명을 먼저 듣지 않았더라도 맛있고 편안한 음식으로 찾아와 먹고, 그 경험을 통해 한국 음식과 문화를 이해하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한국에서 한식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는가'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손종원 이타닉가든 셰프 (사진제공=한식진흥원)

손종원 셰프…"브랜드의 출발은 전통의 가치를 발견하는 데 있다"

손종원 이타닉가든 셰프는 한식을 브랜드로 만드는 출발점을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찾았다. 이미 가진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오늘의 언어로 전달할 때 차별화된 브랜드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참석한 프리즈 아트페어 관련 갈라 디너에서 전통 한상차림을 선보인 경험을 소개했다. 비빔밥의 유래가 되는 골동반과 맑은 송이국, 찬과 김치 등으로 상을 구성했다. 어떤 새로운 음식을 만들지 고민하다 가장 전통적인 한식이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손님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손 셰프는 한식을 발효와 저장, 계절을 반영한 식재료, 식사 예절과 나누는 방식까지 담은 문화로 설명했다. 프랑스의 마카롱이나 이탈리아의 피자가 해당 지역의 풍경과 생활을 떠올리게 하듯, 한식도 음식에 담긴 생활문화와 이야기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고 봤다.

해외에서 요리를 배운 그 역시 처음 귀국했을 때는 익숙하게 쓰던 재료가 없어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요리하며 다른 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신선하고 특별한 재료를 발견했다. 프랑스의 봄을 대표하는 아스파라거스에 견줄 수 있는 우리 식재료로 두릅을 소개하며, 나물과 제철 재료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전했다.

그의 요리 사례는 전통을 이해한 뒤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도라지를 이용한 길경잡채는 익숙한 잡채의 맛을 살리면서 담는 모양을 바꿨다. 두릅냉채에는 잣즙 양념을 사용하고 두릅튀김을 곁들여 봄 식재료의 특성을 표현했다.

깻잎부각은 전통 방식으로 풀을 쑤어 만들되, 깻잎을 접어 말리고 튀긴 뒤 안에 단새우를 채웠다. 삼계탕은 닭과 찹쌀밥, 인삼, 밤, 은행을 구성하고 육수를 따로 제공해 다른 형태의 식사 경험으로 풀어냈다. 쑥설기와 한과도 전통 재료와 맛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사례다.

손 셰프는 전통을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간, 식감은 변하는 만큼 오늘의 미식 언어와 기술로 해석하되, 음식 안에 담긴 생각과 문화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의 한식의 브랜드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김숙진 CJ제일제당 실장 (사진제공=한식진흥원)

김숙진 실장…"한식을 세계인이 일주일에 한 번 먹는 일상식으로"

김숙진 CJ제일제당 실장은 한식의 가치를 일반 소비자의 일상으로 확장하는 브랜드 전략을 소개했다. 비비고가 지향하는 목표는 세계 모든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은 한식을 먹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중식이나 일식, 이탈리아 음식을 일상적으로 선택하듯 세계 소비자의 식사에 한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비고를 만두라는 특정 품목에 한정되지 않는 식문화 브랜드로 설명했다. 만두를 전략적으로 키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이 먹는 식사와 야식, 간식까지 다양한 한식을 알리는 것이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K팝과 드라마는 한식에 대한 관심을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됐다. 과거에는 고추장을 왜 먹고 불고기는 어떻게 먹는지 자세히 설명해야 했다면, 이제는 한국인이 먹는 방식을 그대로 경험하고 싶다는 반응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드라마에서 잔치국수나 라면, 치맥을 본 소비자가 그 음식과 먹는 법을 궁금해하는 식이다.

문화 콘텐츠의 변화에 따라 제품과 소비자 접점도 넓어졌다. 초기에는 싸이와 만두를 통해 브랜드를 알렸고, 드라마로 한국인의 일상이 주목받으면서 김치와 곰탕, 찌개, 밥 등 일상식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이후 골프와 농구, 콘서트 등 소비자가 즐기는 현장으로 접점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젊은 소비자의 유입은 또 다른 변화를 이끌었다. 한식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라면과 핫도그, 치킨, 김밥처럼 간편하게 먹는 음식으로 접근하면서 관련 제품의 폭을 넓혔다. 한국에서는 밥과 함께 먹는 김을 해외에서는 간식으로 즐기는 사례도 소비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국가별 전략도 달랐다. 미국에서는 한국 문화를 전달하는 캠페인과 함께 만두에서 밥으로 소비를 넓히는 데 주목했다. 밥을 스테이크에 곁들이거나 샐러드 볼로 먹는 식으로 현지 식사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현지 모델과 만두 중심의 캠페인을, 한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브랜드를 더 편리하고 친근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전략을 소개했다.

김 실장은 한식과 브랜드의 근본은 유지하되 전달하는 방법은 문화권과 세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소비자의 호기심을 실제 구매와 반복적인 식사로 연결하려면 그들이 즐기는 콘텐츠와 생활방식 속에서 한식을 만날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손종원 이타닉가든 셰프, 김숙진 CJ제일제당 실장, 정라나 경희대 교수, 정혜경 호서대 명예교수가 '한식은 어떻게 다음세대로 이어지는가'에 대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식진흥원)

종합토론…"다음 세대가 실제로 먹고 즐길 수 있어야 한식도 이어진다"

이어진 ‘한식은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가’ 종합토론에서는 한식의 지속 가능성을 교육과 경험, 산업과 정책의 관점으로 확장했다. 정혜경 호서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정라나 경희대학교 교수, 손종원 셰프, 김숙진 실장, 정경석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이 참여했다.

정라나 교수는 한식의 범위를 음식뿐 아니라 관련 자원과 활동, 식문화까지 포괄해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과 김치, 술, 밥과 반찬 등이 핵심 자산이며, 전통의 계승도 본질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방식으로 발전시켜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숙진 실장은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한식을 접할 환경을 만드는 데 주목했다. 게임과 스포츠, 여행 등 일상적인 활동에 한식 경험을 연결하고, 학교 급식과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한식을 배워야 할 전통으로만 제시하기보다 즐기는 생활 속에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손종원 셰프는 한식을 전달하는 사람의 이해와 전문성을 강조했다. 젊은 셰프들이 전통과 식재료, 조리법을 깊이 배우고 교육·육성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하며, 한식의 가치를 스스로 이해한 바탕 위에서 자부심을 갖고 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경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전문 인력 양성과 전통 발효식품의 과학적 연구, 식문화 보존과 지역 관광 연계 등으로 민간의 활동을 지원할 필요성을 설명했다. 해외 한식당과 전문 인력, 우수 식재료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고 현장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좌장 정혜경 명예교수는 한식이 이어지려면 어린이와 청년이 실제로 한식을 먹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을 보존하는 노력과 함께 교육·산업·정책이 협력해 일상에서 한식을 경험하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식의 미래는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이해하고, 직접 맛보며, 자신의 생활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는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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