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들여 로봇착유기 2대 도입…하루 납유량 2,400kg→2,800㎏ 증가
축분 처리·조사료 자가 생산으로 경영 기반 다지고, 신뢰로 잇는 2세 경영

“우화만사성"...소가 편안하고 사람과 조화를 이루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서 약 40년간 낙농을 이어온 마장목장의 운영 원칙이다. 젖소가 건강하고 편안하게 지내야 번식이 안정되고, 생산성도 높아져 가업이 번창한다는 생각이다.
마을과 공존하기 위한 환경 투자, 개체별 건강 관리, 로봇착유기를 활용한 노동 부담 완화도 이 원칙에서 출발한다.
지난 6일 찾은 파주 마장목장 현장에서 만난 이건섭 대표(72)와 아들 이재용 대표(42) 부자는 값싼 수입 유제품으로 인해 한국 낙농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이른바 '낙농 위기론'을 정면 부정했다. 소를 돌보는 사람의 책임과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투자, 다음 세대가 이어갈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표명했다.
그래서 그들은 목장의 미래를 생산량만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재용 대표는 2015년 전도유망한 직장생활을 과감히 접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젖소 목장에 합류했다. 이렇게 1세대와 2세대가 함께 운영하는 마장목장은 현재 전체 사육 규모는 약 145두이며, 서울우유에 하루 약 2,800㎏의 원유를 납유한다.
아버지가 쌓은 경험에 아들의 관리 방식과 스마트 기술이 더해지면서 목장은 새로운 운영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 “깨끗한 목장이어야 지속가능하다”…환경 관리를 경영의 기본으로
마장목장은 마을과 가까이 자리하고 있다. 이건섭 대표가 환경 관리에 힘을 쏟게 된 계기도 이웃의 민원이었다. 냄새와 파리가 발생하면 주민이 불편하고, 목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마음 편히 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일찌감치 경험했다.
그는 소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운동장을 꾸준히 넓히고, 축분 처리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약 7년 전 경기도 지원사업을 통해 도입한 밀폐형 축분 고속 발효기 ‘콤포스트’는 이러한 노력의 하나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사업 규모는 약 1억5,000만 원이었다. 목장 측은 장비를 들여놓은 뒤 꾸준히 가동하며 축분을 관리한 결과 목장의 냄새와 파리·모기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건섭 대표는 "환경 설비를 갖추는 것만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료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고가의 장비를 세워두면 투자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목장도 하나의 사업장입니다. 전기료도 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그는 환경 관리에 드는 비용을 목장을 오래 운영하기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문객에게 깨끗한 목장이라는 인상을 주고, 이웃과의 갈등을 줄이는 일이 생산 기반을 지키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 로봇착유기가 바꾼 일상…납유량 늘고 시간 부담 줄어
마장목장은 2025년 11월 생산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위해 로봇착유기 2대를 도입했다.
그러나 결코 쉽게 결정한 일은 아니었다. 이건섭 대표는 초기에는 기계 성능과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로 아들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반대했다. 그렇게 주변 목장의 도입 경험도 엇갈려 선뜻 투자하기 어려웠지만, 이후 기술 개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스템을 검토한 끝에 도입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밝힌 투자비는 착유기 두 대에 약 8억 원, 부대시설을 포함해 총 10억 원가량이다. 비용부담이 워낙 커 보조사업과 대출을 함께 활용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도입 전 하루 약 2,400㎏이던 납유량은 현재 약 2,800㎏으로 늘었다. 목장 측은 하루 두 차례 중심이던 착유가 세 차례로 늘어난 점을 생산량 증가의 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개체별 관리가 세밀해지고 젖소의 착유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변화로 꼽았다.
목장의 일상이 달라진 점도 로봇착유기로 인한 긍정적 변화다. 과거에는 새벽 5시와 오후 5시 착유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미팅을 해도 복귀 시간을 먼저 계산했고, 명절에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어울릴 새도 없이 식사를 마치자마자 돌아와야만 했다.
이건섭 대표는 로봇착유기 도입 후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로 착유 시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을 꼽았다. 착유에 필요한 시간을 덜어 다른 목장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자동화 투자는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다음 세대가 목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선택이었다.
■ 체세포 정보로 개체 관리…젖소 건강이 품질의 출발점
마장목장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젖소의 건강이다. 건강한 소에서 안정적인 번식과 생산이 이뤄지고, 원유 품질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재용 대표는 로봇착유기에서 확인되는 개체별 체세포 정보를 살펴보며 소의 상태를 관리한다. 수치가 높아지는 개체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건섭 대표는 자신이 주로 관리하던 시기에는 체세포 수가 약 20만 수준을 오가며 1등급과 2등급의 경계에 있었지만, 아들이 맡은 이후에는 1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마장목장은 3년 연속 체세포 기준 1등급을 유지한 성과로 한마음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운영 능력을 인정하게 된 근거도 이러한 관리 결과였다. 매일 확인하는 품질 지표가 좋아지니 운영 방식에 일일이 간섭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스마트 장비가 제공하는 정보를 현장의 관찰과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에, 마장목장은 자동화로 확보한 시간을 소의 건강과 목장 관리에 활용하며 운영 효율을 높여가고 있다.
■ 아버지는 기반을 정비하고, 아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배웠다
이재용 대표가 목장 합류를 결정할 때 가장 고민한 것은 가족과의 생활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일을 지켜봤기에 낙농이 얼마나 고된지 알고 있었다. 휴일에도 소와 시설을 살펴야 하는 생활을 자신의 가족이 함께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이건섭 대표는 아들을 부르기 전에 축사 적법화와 인허가 문제를 정비했다. 목장을 이어받은 뒤 행정적인 문제로 운영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기반을 마련해 놓고 합류를 권했다.
축산이 아닌 경영학을 전공한 아들은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자주 전화하며 일을 배웠다. 약 6개월이 지나자 질문이 줄고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 늘었다. 유럽 선진지 연수에 참여해 다른 후계 낙농인들과 교류하고, 사료업체 관계자 등에게 사양관리 방법을 배우면서 자신의 운영 방식을 만들어갔다.
이건섭 대표는 아들의 경험을 존중했다. 소가 폐사했을 때도 관리 잘못을 따지기보다 경험을 쌓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자신 역시 소를 키우며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안전사고 예방에 대해서는 계속 주의를 당부했어요." 운영은 맡기되 사람의 안전은 거듭 강조하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었다.
이재용 대표는 부모님이 마련한 기반을 잘 이어가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기보다 목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기존 기반을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 조사료 자가 생산으로 비용 부담 대응…규모보다 효율에 초점
마장목장은 약 1만2,000평 규모의 조사료포를 활용해 조사료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환율과 수입 조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경영 기반이다.
목장 측은 조사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면 비용 부담이 훨씬 컸을 것이지만, 자체 생산으로 외부 가격 변동의 영향을 일부 줄이고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방향도 단순한 사육 규모 확대보다는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 로봇착유기와 스마트 낙농기술을 적극 활용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젖소의 건강과 생산성을 함께 높이는 목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재용 대표는 국내 낙농의 미래를 식량안보와 연결해 바라봤다. 생산 기반이 사라지면 다시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에서 원유를 생산하는 목장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수입 유제품과 경쟁하는 환경에서도 국내산 신선한 원유의 가치를 소비자가 인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장목장에서 확인한 경영 승계는 시설과 가축을 물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정비하고 판단을 믿어줬으며, 아들은 품질 관리와 기술 투자로 그 기반을 이어가고 있다.
“소가 편해야 모든 일이 편하다”는 원칙은 그렇게 젖소의 건강에서 사람의 생활로, 이웃과의 공존에서 다음 세대의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