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11)_막걸리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를 마시다(11)_막걸리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9.0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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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대표 '제주막걸리' 감미료·탄산 등 최소화한 원재료 맛이 특징
감귤·한라봉·우도땅콩 등 특산물 활용 막걸리는 육지양조장서 만들어
막걸린의 수제 '흥흥흥막걸리', 희소성으로 MZ세대 뉴트로 감성 자극
보리누룩 '配酒 막걸리' 등 정체성 살린 스토리텔링 관광상품화 필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MZ세대가 최근엔 레트로 감성으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출처_막걸린 인스타그램)

여기저기서 MZ세대가 화두다. 큰 선거를 앞두고 이들의 정치성향도 관심사고 이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MZ세대의 소비패턴 역시 마케팅에 있어서는 큰 관심사다. 솔직히 한 세대로 함께 묶기엔 범위가 너무 넓다. 그래서 어디로 튈지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런데 대략 이 세대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며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는 점 등에서 대략적인 특성을 이해해 보려한다. 

그렇다면 MZ세대가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젊은이들은 뭔가 맥주를 좋아할 것 같고 세련된 양주를 좋아할 것 같은데 생뚱맞게 막걸리에 관심을 갖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이 최근엔 레트로 감성으로 일단 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들만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뉴트로(New+Retro) 영향 탓일까. 전통술 막걸리가 MZ세대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판매량이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소매시장 규모는 2012~2016년 3000억원대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5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막걸리는 어르신들의 술이라는 통념을 깨며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조선일보 2021.5.17.)

제주에는 기본적으로 ‘제주막걸리’가 있다. ‘1980년대 제주도내 소규모 양조장 8곳을 통합하여 제주합동양조(주)를 창립한 후 전통 제조 방식의 제주산 막걸리를 생산’해왔다.

제주의 주류 판매점들엔 ‘제주막걸리’가 없는 곳은 없다. 그만큼 대표적인 제주의 막걸리이다. 아마 제주에 여행 와본 이들은 기본적으로 마셔보았을 것이다. 제주 막걸리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다른 지역 막걸리에 비해 좀 심심하다는 평가가 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다.

제주 막걸리(출처_제주막걸리 인스타그램)

제주 음식에 대한 냉혹한 평가 중에 하나가 ‘제주 전통 음식이 전반적으로 맛없다’라는 평가다. 지금 제주도내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것은 육지와 크게 다를바 없다. 그러나 원래 제주 음식은 양념이 최소화되었다. 그래서 원재료의 맛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아마도 이런 특징 때문에 요즘 자극적인 맛에 중독된 이들에게는 맛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제주 막걸리는 제주 사람 입맛에 최적화되었다. 그래서 자극적인 감미료도 톡쏘는 탄산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바로 제주막걸리만의 특징인 것이다. 그러니 제주에 와서 이런 막걸리도 한번 맛보는 것이고 전반적인 제주의 전통음식과 함께 입맛에도 힐링을 얻는 것이다.

제주에서 판매되는 막걸리에는 제주 우도땅콩을 내세운 막걸리도 있고 한라봉이나 감귤을 내세운 막걸리도 있다. 아쉬운 것은 이들 막걸리 대부분은 제주에서 만들진 않는다는 것이다. 우도땅콩막걸리도 잘 살펴보면 두 종류가 있는데 요즘은 보통 육지 양조장에서 만들어오며 거기에도 ‘Only Jeju’가 붙어있어 제주에서 만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막걸리를 만드는 쌀도 수입쌀이 대부분인데 우도땅콩을 쓰거나 한라봉, 감귤 등이 제주산이면 어디서 만들든 제주를 알리고 제주 농산물 소비 촉진이 되는 것 아닌가 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또, 바로 그게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문 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은 (뉴)제주일보에 이렇게 아쉬움을 기고한 바 있다.

“제주 막걸리는 뭐가 있을까요. 감귤·땅콩 막걸리가 있긴 하지만 제주 특산물을 주재료로하거나 제주 이야기로 빚어진 막걸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 유배시절에 배주(配酒)라는, 보리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를 먹었다고 합니다. 제주에 온 유배인들은 300명이 넘습니다. 그들과 그리고 제주도를 접목시키면 훌륭한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요. 제주도에는 현재 제주 쌀막걸리가 있고 감귤막걸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주에는 쌀 생산이 풍부하지 않은 데도 국내 생산 쌀로 만든 막걸리가 인기입니다. 제주의 특산물인 감귤로 만든 막걸리는 주로 다른 지방에서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막걸리의 정체성을 진정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 누구나 좋아하는 막걸리의 스토리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MZ세대 제주 여행자들이 제주 막걸리의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제주의 수제 막걸리들이 속속 입소문이 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제주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대표적인 것 중에 ‘막걸린’의 ‘흥흥흥 막걸리’가 있다. 막걸리병을 보면 ‘뉴트로(New+Retro)’감성이 확 전해져온다. 그런데 왜 ‘흥흥흥’이냐하면 ‘흥이멈추질않아’ 흥흥흥이란다. MZ세대의 발랄함과 에너지가 또 확 느껴진다. 막걸린은 ‘흥흥흥 쌀막걸리’와 ‘흥흥흥 꿀막걸리’ 두 가지를 내세우고 있는데 양조장 규모가 소규모이기에 일반 시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어떻게 입소문이 났는지 잘들 찾아간다.

MZ세대 소비 트렌드를 살펴보면 대량 생산되는 것보다는 소량 생산되어 희소성이 높은 것을 차별화로 인식한다. 남들이 잘 경험하지 못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성상 막걸린의 마케팅 전략은 어느정도 먹혀들어간 모양이다.

막걸린의 ‘흥흥흥 쌀막걸리’와 ‘흥흥흥 꿀막걸리’

막걸리 담그는 방법은 이미 포털사이트에도 여러 레시피가 나오는 등 비교적 손쉽게 일반 대중들도 담글 수가 있는 주종이다. 이는 제주도에도 아직 미디어에 다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수제 막걸리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을 잘만 연결하면 막걸리를 주제로 또 하나의 관광상품이 나올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제주의 구슬들을 눈여겨보고 꿸 줄 아는 제주 MZ세대들의 안목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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