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업계, "락토바실러스 학명 개정...소비자 혼란·수출 애로 우려"
프로바이오틱스업계, "락토바실러스 학명 개정...소비자 혼란·수출 애로 우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8.0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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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국제공인기관 재분류 따라 유산균 7종 학명 개정고시안 행정예고
미국 FDA, 신규 학명 사용 않고 GRAS 공개 리스트에도 기존 학명 유지
중국 태국 印尼 필리핀 등 여타 국가도 변함 없어...우리나라만 도입 추진
전문가들 "국제사회 이해 관계 얽힌 사안... 2~3년 관망 후 도입 바람직"

정부가 프로바이오틱스 원재료 중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속의 학명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관련 업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이름을 선제적으로 사용하면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것은 물론 제품 수출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프로바이오틱스 원재료의 학명을 변경하고 숫자의 한글병행 기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는 국제 공인기관에서 락토바실러스 속 학명을 전장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재분류함에 따른 조치다. 프로바이오틱스 원재료 중 Lactobacillus 속 7종에 대한 학명을 개정하는 것과 함께 프로바이오틱스 수를 숫자 외에도 한글로 병행 기재토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는다는 것이 이번 법 개정 의도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Lactobacillus(락토바실러스), Lactococcus(락토코커스), Enterococcus(엔테로코커스), streptococcus(스트렙토코커스), Bifidobacterium(비피도박테리움) 등 5가지 속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은 최근 몇 년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상위 5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건강기능식품 부문 수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고시안이 개정되면 ‘피부유산균 CJLP133’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김치에 많이 들어 있는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유산균의 경우 '락티플란티 바실러스 플란타룸'으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생소하고 어려운 유산균 이름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해당제품을 수출할 경우 신규 학명을 도입하지 않는 국가에는 '락티플란티 바실러스 플란타룸'이 기존에 사용하던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과 같은 유산균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문제로 인한 불이익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세계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는 신규 학명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는다고 업계 및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FDA의 경우 현재 신규 학명을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GRAS 공개 리스트에도 아직 기존의 학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고,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덴마크 크리스찬 한센이나 미국 듀폰다니스코 등도 기존 학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기식 업계는 ”이번 프로바이오틱스 중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의 학명 개정은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 제공‘을 모토로해 온 식약처의 정책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책 추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아시아유산균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연세대 윤성식 교수는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의 경우 이질적 미생물들로 뭉뚱그려져 있어 지난해 전장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그 속(屬 genus)을 세분화했지만 그것도 온전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아직 국제적 합의가 안된 상태다"며 "이같은 혁신안을 발빠르게 따라가다보면 자칫 이해관계에서 말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문제점 등을 살피면서 2~3년 후 도입해도 될 일을 식약처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에 락토바실러스 속을 세분화하는 국제 커미티(committee)에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이 참여했는데, 일본의 경우 학계가 아닌 야쿠르트 연구소 관계자가 참석해 산업적 차원의 접근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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