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구칼럼] ESG 계획의 핵심: 사업 목적의 정의와 실천 ②
[전민구칼럼] ESG 계획의 핵심: 사업 목적의 정의와 실천 ②
  • 전민구 이사
  • 승인 2021.08.11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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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회사 Carol Cone On Purpose, 9가지 권고 사항·사례 제시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조직의 목적 실제 작동 여부 확인 기회
스타벅스, 격리 직원 재난수당 지급·정신 건강 관리 혜택 제공
유니레버·AB InBev 등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실천 목표 실행

수익창출 그 이상의 사업 목적이 지니는 진정한 힘은 조직에 완전히 내재화되어 모든 이해관계자가 함께 누리는 공유가치를 창출할 때 실현된다. 목적 분야의 전문 자문회사인 Carol Cone On Purpose는 목적을 핵심 사업에 통합하고 내재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9가지 권고사항과 관련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1. 목적은 ESG를 실천하는 조직 문화의 바로미터가 되어야 한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임직원 중 41% 정도만이 회사가 지향하는 바, 즉 목적이 무엇이고, 이를 통해 어떻게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을 조직에 내재화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의 교육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속적이고 전사적 교육과 참여를 통해 목적을 명확히 이해하도록 하고, 임직원의 의사결정과 행동의 가이드이자 성과 판단의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소위, 핵심 사업과 ESG 실행의 여정 전체를 비추는 ‘북극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은 임직원 건강과 노동인권 측면에서 조직의 목적이 실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주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일부 기업들이 임직원을 보호하는데 실패해 비난을 받는 한편, 많은 선도 브랜드들은 선언한 목적이 조직에 충실히 내재화 되어 있음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직원들이 무제한의 병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애플과 필수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투자 예산을 확보해 대응한 타겟(Target)의 사례들을 이전 칼럼에서 임직원 건강과 복지 강화의 예로 소개한 바 있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직원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이러한 조직의 활동은 회사가 천명한 목적이 실제 작동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 좋은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CEO는 목적 지향형 리더십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스타벅스는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성장하는 세계 최고의 커피를 제공하는 회사를 지향한다.’라는 목적 선언문을 갖고 있다. 이 목적은 임직원에 대한 회사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을 통해 견고하게 지지된다. 스타벅스의 전 CEO 하워드 슐츠는 "경영자인 내가 스타벅스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파트너인 임직원들이 지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경영진의 솔선수범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에는 경영진의 목적 지향형 리더십을 보여주는 임직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우수사례가 있다. 임직원에게 포괄적 건강 보험을 제공하는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는 ‘College Achievement Plan’이라는 무료 온라인 대학 교육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안고 있는 교육 기회 불평등이라는 사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벅스 목적 실행의 좋은 예이다.

스타벅스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직원들이 격리 생활 중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난 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20시간 정신건강 관리 혜택도 제공하는 등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을 보여준 바 있다. 

3. 목적 개발에는 장기간 복잡한 과정이 소요될 수 있다

유니레버의 전 CEO인 폴 폴먼은 Unilever Reinvent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400명의 고위 경영진들의 개인적 목적을 파악하기 위한 장기간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유니레버는 조직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목적을 정의하기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했다. 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 (유니레버 지속가능한 삶 계획. 이하, USLP)이 10주년을 맞이한 2020년에 이르러서는 수천 명의 임직원에 대해 유사한 과정을 진행하며 개인적 목적을 파악함으로써 향후 10년간의 임직원 참여 계획과 연동시키고 있다.

AB InBev사는 한국의 OB맥주를 포함하여 버드와이저(Budweiser), 코로나(Corona),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벡스(Beck's), 호가든(Hoegaarden) 등 전 세계 100개국 500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17만5,000명의 임직원을 둔 세계 최대의 맥주 회사 중 하나이다. 이 회사의 목적은 전 세계 다양한 사업 지역, 직급 및 부서의 임직원들의 참여를 통해 수개월간 분석 과정을 거친 끝에 개발되었다. 목적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얻은 방대한 임직원의 피드백은 다시 포커스 그룹, 설문 조사 및 고위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세밀한 검토를 거쳐 아래와 같은 최종 목적 선언문에 반영되었다.

[AB InBev 목적 선언문]

“우리는 오너 소유의 회사로서 여러분의 투자를 수익으로 환원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지역사회 사람들의 삶을 개선한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세기 동안 우리는 스포츠, 음악, 문화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상과 특별한 순간 모두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목적을 위해 농장에서부터 양조장과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고 최고의 천연 재료로 훌륭한 맥주를 만듭니다.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길을 열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모두가 화합하는 이 위대한 시간을 축복합니다.

모두가 하나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AB InBev입니다."

주> 의미 전달을 위한 의역 있음. (원문 출처: https://www.ab-inbev.com/who-we-are/our-vision/our-manifesto/)

AB InBev의 "모두가 하나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Bringing people together. For a better world.)"라는 목적은 회사의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10가지 원칙 로드맵으로도 연결되어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실천을 담보하고 있다. 

4. 목적은 장기적이고 야심 찬 목표에 의해 실천되어야 한다

2010년 유니레버는 ‘지속가능한 생활의 일상화’라는 목적과 이를 실행하는 ‘지속가능한 삶 계획(USLP)’을 개발하며 장기적이고 적극적 목표를 세워 점진적 변화가 아닌 임직원의 빠른 사고와 행동의 대전환을 시도했다. 유니레버의 카렌 헤밀턴 글로벌 지속가능성 부사장은 "우리는 지속가능한 대전환을 주도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여기엔 10억 명의 건강과 웰빙을 개선하고, 소비자의 환경 발자국을 절반으로 낮추며, 1억 명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야심 찬 목표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목표는 우리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급진적 전환을 추진하는 동인이 되어 줍니다.”라며 유니레버의 장기적인 목적과 이를 실행하는 담대한 목표 수립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

유니레버는 단기 투자 성과만을 좇는 투자자에 대한 불편함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적 있는데, 전 CEO인 폴먼이 유니레버 경영 초창기에 금융 시장에 분기별 지침을 제공하는 관행을 중단한다며 회사의 장기적 목표를 보지 못하고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데 투자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일화가 그것이다.

5. 목적 달성을 위해선 임직원의 적극적 참여가 담보되어야 한다

잘 정의된 목적을 가진 조직의 문화는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며 임직원을 목적 실행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장기적인 목적과 목표 달성을 위한 이해와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이는 다시 회사의 더 높은 성과와 연결된다.

CEO에서부터 전 세계 각 양조장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목적을 적극적으로 교육, 커뮤니케이션하는 AB InBev의 임직원들은 회사의 장기적 목적 달성을 위한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목적을 충분히 이해한 임직원은 주인 의식이 높아지고 책임 있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나아가 이러한 목적 중심의 조직문화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을 더 빨리 파악하고 솔루션 찾아 지속적 개선이 가능하게 한다.

6. 폭 넓은 이해관계자 참여와 신뢰는 목적 달성의 전제요건이다

코로나19와 인종차별의 갈등 상황은 목적 중심의 브랜드임을 강조해 온 회사들이 실제 언행일치를 보여주는지 시험에 들게 했다. 진정성 있는 목적을 정의하고 실천하는 기업들은 임직원을 위한 조치와 외부 시민사회에 대한 협력, 기부 등의 모든 활동에서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G는 핵심 소비자 설문과 조사를 통해 브랜드의 사회적 참여와 영향 확대의 기회를 찾아내어 소비자와 브랜드의 참여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이를 위해 P&G는 전통적 소비자 연구, 공청회는 물론, 공급망 협력회사에서부터 NGO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와 참여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회사의 약점과 개선 기회를 파악하기 위해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까지 귀 기울인다.

P&G는 코로나19 대응도 빨랐다. 전 세계 30개 이상의 브랜드가 별도의 전사적 지침 없이 즉각적 조치를 취해 나갔는데, 지역사회에 PPE(개인보호구) 또는 손 소독제를 공급하기 위해 공장라인을 개조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P&G 브랜드의 커뮤니티 영향력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쌓은 200개 이상 지역사회 조직과의 지속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지역사회를 돕는다는 회사의 분명한 목적, 가치와 일련의 행동 원칙들은 최전선에 있는 직원들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즉각적 지원을 실행하는 언행일치를 보장해 주었다.

7. 목적은 제품과 서비스의 지속가능성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3M은 수십 년간 사업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혁신을 촉진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초기에 공정과 제품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임직원에게 작업 시간의 15%를 할애하도록 했는데, 이런 접근은 이후 10,000명의 3M 엔지니어가 참여하여 신제품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내부 기술포럼으로 발전했다.

3M은 ‘지속가능성 가치 약속(Sustainability Value Commitment)’이라는 선언을 통해 이러한 혁신 프로세스를 더욱 발전시켰는데, 이는 모든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 일정 부분 지속가능성을 지원하는 특성이 포함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3M이 매년 약 1,000개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감안할 때 지속가능발전에 미치는 혁신의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8. 목적을 공유하는 시스템 대전환의 파트너십이 장려되어야 한다

진정한 목적을 가진 기업은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동일한 목적의 회사와 파트너십을 모색한다. 팜유, 면화 재배, 축산업 등 농축산업 분야에는 오랜 기간 지속가능하지 않은 관행이 존재해 왔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생산된 농축산 산업의 원료를 사용하는 브랜드와 제품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소수의 기업과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산업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재료를 함께 구매함으로써 대규모로 벨류체인 시스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회사와 브랜드 파트너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유니레버는 원료 조달에 대한 업계의 관행과 표준을 재정립하기 위해 Roundtable for Sustainable Palm Oil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 협의체)를 공동으로 창립했으며 (단, RSPO가 실제 긍정적 개선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UN Women과 협력하며 농촌 지역 수백만 여성의 안전을 도모하는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설립하기도 했다.

9.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목적 달성 성과를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유니레버 뷰티 및 퍼스널 케어 부문의 지속가능성 이사인 사라 맥도날드는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목표는 잘 달성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배출량을 줄이도록 하는 것은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는 일이라 너무 어려운 목표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포함하여, 유니레버의 USLP와 같은 목표 관리체계는 회사가 지속가능성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목표와 지표를 선정하는지, 그리고 그 성과의 달성 수준과 도전에 대해 이해관계자에게 일관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민구 이사, SB Korea (sustainablebrands.kr)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커뮤니티인 Sustainable Brands(sustainablebrands.com)의 한국 챕터를 총괄하고 있는 래티튜드의 전민구 이사는 15년 이상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국내외 유수 기업에 대한 자문, 평가와 검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LG그룹 CSR(기업사회책임) 전략과 그룹사 평가지표 개발, 실행의 PM 역할을 비롯해 국내외 기업의 평가와 벤치마킹, Fortune 100대 및 국내 유수 기업 CSR 평가순위 발표, NIKE P2P Audit (HSE 및 노동인권 심사) 및 SA 8000 심사를 수행했다.전민구 이사는 LG, 삼성, 현대, SK텔레콤, KT 및 한국타이어 등 국내 유수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 및 분쟁광물 등 비재무 보고서 검증 PM과 AA1000 지속가능성 검증 심사원 국제 강사 자격 등 폭 넓은 지속가능성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뉴질랜드 캔터배리대학에서 레질리언스를 전공하며 코로나와 자연재해 등의 재난 상황에서 이해관계자와 조직이 신뢰를 유지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경영 시스템적 접근에 대한 마스터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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