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를 마시다(5)_흑오미자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를 마시다(5)_흑오미자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1.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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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상효·영실 숲속 자생 '흑오미자'는 제주도 특산종
검붉은색 열매 2배 크기에 단맛 강하고 약리작용 뛰어나
진해·감기·해열 등 약재로 쓰여...보존자원 식물로 지정돼
채취 금지로 보호...제주도농업기술원 등서 연구 진행 중

기차값보다도 싼 비행기값으로 이제 제주도는 큰 부담없이 주말이라도 잠깐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가 되었다. 그러면서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고 기념품까지 챙기는 일도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부득이하게 주변 지인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돌려야 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이면 꽤 고민이 된다. 무엇을 사갖고 가야할까. 아이들 대상이라면 감귤초콜릿이 한 때 대세였는데 이젠 그것도 좀 식상하고, 그래서 뭔가 자꾸 다른 것을 찾게 된다.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제주를 떠나기 직전 공항에서 급히 사게 되는데, 공항 물건들이나 제주 시내 마트의 관광기념품 코너에서 파는 거나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물론 가격은 살짝 차이가 난다.

제주관광기념품 중 제주오미자차도 눈에띈다
(출처_탐라식품)

잘 살펴보면 그래도 새로운 아이템의 기념 선물이 좀 있다. 그 중에 ‘오미자차’도 눈에 띈다. 오미자와 꿀을 섞은 오미자청인데, 제주 오미자라... 그닥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전국적으로 오미자를 재배하는 곳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오미자는 타 작물보다 농약, 비료, 노동력이 아주 적게 들며 물이 많은 저습답만 아니면 산지, 논밭, 울타리 등 아무 곳이나 잘 자라며 한번 심어 놓으면 여러 해 수확할 수 있는 적은 자본으로 재배하기 쉬운 소득작목이다.’

‘오미자는 내한성이 강하고 고온에 약하므로 여름철 고온을 피할 수 있는 중부 이북의 중산 고랭지가 재배적지이며, 내한성이 강하여 산지나 개간지 유휴지 등에서 재배가 잘 된다. 우리나라 주 재배지역은 전북 무주, 진안, 장수, 강원도 인제 등으로 양지식물이며 특히 화아분화기에 햇볕이 잘 들어야 꽃눈형성이 잘되고, 암꽃 비율이 많아야 다수확이 가능하다’(황재종, 핵심기술지도요강_오미자)

현재는 경북 문경이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오미자의 주산지가 됐다. 이에 비해 제주도의 오미자 재배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함에도 제주 관광기념품으로까지 오미자가 등장한 까닭은 왜일까?

1990년대까지 제주도에서는 오미자를 노지에서 재배하기도 했다 한다. 그러나 바람이 세고 비가 잦아서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한라산 노루도 오미자 농사를 망치는데 한몫했다. 제주도의 오미자는 그래서 재배하기보다는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오미자를 채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

그런데 이 한라산 오미자에겐 특별한 점이 있다. 육지에는 없는 제주 한라산에서만 자생하는 독특한 품종이다. 이게 바로 제주 한라산 ‘흑오미자’다. 육지의 오미자가 빨간색을 띄는 반면 한라산 오미자는 검거나 검붉은색을 띈다.

흑오미자(출처_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연구소)

‘서귀포 지역에서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마을 남자들이 모여 농사에 필요한 용구를 제작하는 데 쓰일 목재를 구하기 위하여 한라산 중턱으로 산행하는 관행이 있었다. 산행하다 보면 여기저기 탐스럽게 열린 열매들을 마주치게 된다. 그중 가장 값있고 귀하게 친 것이 바로 흑오미자였다.

오미자 덩굴이 올라간 나무를 발견하면 나무 밑에 부대를 깔고 막대기로 두들긴다. 두들기는 흔들림에 의해서 보자기로 떨어지며 이것을 골라 바구니에 넣으면 된다. 한 사람이 하루 한 말 정도 오미자를 딸 수 있었다. 따낸 흑오미자를 약재로 시장에 내다 팔거나 술을 담기도 하고 끓는 물에 달여 차로 마셨다.

오미자차(출처_제주인의지혜와맛)

(중략)

한라산 남부 지역에서는 해발 고도가 비교적 높은 650~1,350m에 위치한 상효와 영실의 숲속에 흑오미자가 자생한다. 서귀포 지역 주민들이 가을철 한라산 숲속에서 남색을 띤 검정빛의 흑오미자를 채취하여 꿀과 함께 발효시켜 액상차로 음용하였던 것이 흑오미자차이다. 한라산 특산종인 흑오미자는 일반 오미자와는 달리 열매가 검고 크기도 2배 정도 크며 단맛도 강하고, 약리 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어 진해, 감기, 해열 등의 약용으로 쓰였다.’(흑오미자차,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하지만 한라산에서는 일체 채취행위가 금지된 지 오래다. 이젠 자생지에서도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선 보존자원 대상 식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 오미자는 흑오미자가 아니라 일반 오미자다. 심지어 가공품에 쓰이는 오미자들은 수량을 감당할 수 없어 대부분 제주산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생산하는 양이 워낙 미미하여 문경 등지에서 들여와 제주산 꿀과 섞어 오미자청을 만들거나 분말차나 발효효소 등 기타 가공품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등에서 흑오미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출처_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농산물원종장)

일찍부터 특용작물로서 흑오미자에 주목해 재배를 늘려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뒤늦은 감은 있으나 최근 들어서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등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오미자 재배도 조금씩 늘여가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잦은 비와 바람을 막기 위해 비가림하우스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그래도 물빠짐이 좋은 제주도 토질은 오미자 재배에 최적이다.

제주 사람들에겐 예전부터 오미자를 음용하던 습관이 남아 아직도 오미자가 아주 친숙하다. 제주산 흑오미자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를 받고 관련 연구와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문경 못지 않게 제주를 대표하는 음료로 충분히 주목을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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