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다이어트로 멀리했던 흰쌀밥 재발견…"숏폼·캐릭터 IP·‘한솥밥 프로젝트’로 젊은 세대와 소통할 것"
“맛있는 밥 한 끼는 위로예요. 혼자 살던 어린 시절, 이웃들이 비닐봉지에 담아 건네준 밥과 반찬이 저를 버티게 했거든요.”
‘먹방 클래스’, ‘집밥 김선생’으로 불릴 만큼 먹는 즐거움과 집밥에 진심인 방송인 김신영이 이번에는 밥맛을 통해 쌀의 품종과 품질까지 감별하는 ‘밥소믈리에’에 도전해 자타가 공인하는 명실상부한 밥 전문가가 됐다.
그에게 밥소믈리에는 단순히 자격증 하나를 더하려는 선택이 아니었다. 쌀 품종별 특성과 취반 원리, 밥맛 평가를 제대로 익혀 자신만 맛있는 밥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근거 있게 권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2003년 SBS 공채 7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신영은 예능과 라디오, 음악, 영화, 국민 프로그램 진행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사람과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해 웃음과 이야기로 바꾸는 능력이 그의 강점이다. 이제 그 관찰력은 매일 먹으면서도 정작 잘 알지 못했던 ‘밥’에 꽂혔다.

푸드아이콘은 밥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연속 3일동안 온종일 교육을 받고 필기와 실기 시험을 통해 영예로운 자격증을 손에 거머쥔 김신영을 만나 도전의 계기와 새롭게 발견한 밥의 세계, 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젊은 세대에게 밥의 가치를 전하기 위한 구상을 들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진지한 지식욕과 특유의 유머를 오갔다. 그러나 밥 한 끼의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오랫동안 같은 톤을 유지했다.

# 양구 향미 한 숟갈에서 시작된 쌀 공부
김신영은 무엇이든 좋아하게 되면 구조를 파헤치고 끝까지 공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운동화를 좋아하면 먼저 분해해보고 다시 조립할 정도다. 너무 익숙해 탐구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밥도, 한 지역 행사에서 맛본 쌀밥 한 숟갈이 계기가 돼 전혀 다른 세계로 다가왔다.
“양구 행사에서 양구 향미밥을 처음 먹었어요. ‘세상에 이런 쌀도 있었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쌀을 정말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죠. 평소 친구들에게 ‘이 집은 밥이 맛있다’, ‘이천 쌀은 무엇과 먹으면 좋다’, ‘이 밥은 물을 말아 먹으면 더 맛있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지식이라기보다 경험에 가까웠어요.”
그는 자신의 미각과 경험에 품종, 취반, 관능평가에 관한 객관적인 지식이 더해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상황과 음식에 맞는 쌀을 제대로 추천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들어 자기 언어로 전달하는 그의 성격이 밥소믈리에 과정과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 14년간 ‘흰밥은 적’…스승 전유성의 한마디가 바꾼 식탁
김신영에게 쌀 공부는 오랫동안 이어온 식생활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는 체중 감량과 유지를 위해 14년 동안 흰쌀밥을 다이어트의 적처럼 여기며 주로 현미밥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현미밥을 먹으면서도 기운이 나지 않고 식사가 즐겁지 않을 때가 적지 않았다.
식생활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스승인 고 전유성이 임종을 앞두고 건넨 말이었다. “좀 먹고 살아라. 편하게,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살아라”라는 말이 오래 눌러두었던 먹는 즐거움을 되돌아보게 했다. 이후 그는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지만 의외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밥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교육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도 흰쌀밥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 그는 백미와 고구마 등 탄수화물 식품을 비교하고, 무엇과 어떤 순서로 먹느냐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그동안의 상식을 다시 점검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이어트라고 하면 으레 고구마를 먼저 떠올렸어요. 그런데 조리 방법과 섭취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백미도 곁들이는 음식과 먹는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쌀밥을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은 좀 더 빨리 바로잡아주고 싶어요. 성장기 아이나 운동선수, 어르신처럼 에너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밥은 특히 중요하니까요.”
# 너무 가까워 몰랐던 밥…품종과 도구가 맛을 가른다
밥소믈리에 수업은 ‘좋은 쌀을 고르면 맛있는 밥이 된다’는 단순한 공식을 깨뜨렸다. 같은 쌀도 냄비와 압력밥솥, 가열 방식과 압력 수준, 물의 양과 뜸 들이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밥이 된다는 사실이 김신영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천 쌀과 향미는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냄비밥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고압과 초고압은 밥을 어떻게 바꾸는지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배웠어요. 쌀에 의존하는 밥이 있고 조리도구와 열에 따라 달라지는 밥도 있더라고요. 엄마와 아빠가 늘 가까이 있어도 학창 시절 무엇을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는 것처럼, 밥도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몰랐던 존재였어요.”
수업을 마친 뒤 가장 먼저 실행할 계획은 밥솥을 바꾸는 일이다. 이전에는 무조건 강한 압력으로 찰지게 지은 밥을 좋은 밥으로 여겼지만, 품종과 음식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찰진 밥이 죽이나 떡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이 쌀은 볶음밥에 좋고, 이 쌀은 고슬고슬한 비빔밥이나 국밥과 잘 맞는다고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하다”며 “어떤 환경에서도 쌀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익히고 싶다”고 말했다.

# “밥 한 끼는 위로”…사춘기 김신영을 붙잡아준 이웃의 밥
김신영에게 맛있는 밥 한 끼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답은 망설임 없이 ‘위로’라고 단언했다. 그 말 뒤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서려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판자촌에서 혼자 지낸 적이 있어요. 그때 동네 반장님들이 비닐봉지에 밥과 반찬을 담아 주셨어요. ‘신영아, 밥 먹어라. 옥상 옆 어디에 둘게’라는 작은 쪽지를 남겨놓기도 했죠. 그 밥 한 끼가 혼자 살아가던 사춘기의 저를 버티게 해준 유일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그에게 밥은 탄수화물이나 열량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음식이다. 누군가를 엇나가지 않게 붙잡아준 마음이고, 혼자 있는 사람에게 ‘당신을 잊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신호였다. 그가 쌀의 품종과 취반법을 공부하면서도 거듭 ‘가치’와 ‘위로’를 말하는 이유다.
그는 쌀 소비 감소가 식량안보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에도 관심을 보였다. 포천에서 쌀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지만 그동안 친구가 계절마다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제대로 몰랐다며, 이제는 농업과 쌀 정책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은 밥에 미쳐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에게도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쌀을 주식으로 삼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매우 많다는 것도 수업에서 새삼 알게 됐어요. 우선 ‘다이어트하니까 쌀은 안 먹는다’는 주변 친구들에게부터 건강하고 맛있게 밥을 먹는 방법과 쌀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 AI와 숏폼으로 만나는 쌀…젊은 세대의 언어를 찾다
김신영의 계획은 쌀이 건강에 좋다는 당위적인 홍보에 머물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보고 웃고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밥을 콘텐츠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설립한 회사 ‘고진감래’가 캐릭터와 콘텐츠 지식재산권을 만드는 IP 회사라는 점도 이 계획과 맞닿아 있다.
“젊은 친구들에게 ‘쌀이 좋고 건강하다’고만 말하면 잘 닿지 않을 수 있어요. 지금은 플랫폼과 숏폼에 익숙한 세대잖아요. 예를 들어 ‘밥의 배신’, ‘백미의 배신’처럼 재미있는 제목으로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AI와 캐릭터 IP를 활용해 쌀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그는 바리스타나 와인소믈리에를 꿈꾸는 젊은 층처럼 밥소믈리에도 20대 교육생이 더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했다. 밥을 오래 다뤄온 사람들의 전문성에 젊은 세대의 감각과 새로운 콘텐츠 방식이 결합하면 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쌀을 항상 가까이 두게 만드는 쌀캐릭터 상품도 구상하고 있다. 쌀알이나 지역 품종의 특징을 살린 키링처럼 일상에서 늘 지니고 다니는 물건으로 쌀을 친근하게 만들고, 각 지역의 다양한 쌀을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그는 “액막이 명태처럼 ‘이 쌀 캐릭터를 지니면 복이 온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 기안84의 설익은 냄비밥에서 ‘한솥밥 프로젝트’까지
김신영은 밥소믈리에 지식을 가장 먼저 적용해보고 싶은 대상으로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함께하는 기안84를 꼽았다. 냄비밥을 고집하면서도 설익거나 뜸이 제대로 들지 않은 밥을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냄비밥을 계속 고집하는 것을 보면 그릇이나 방식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방식을 버리게 할 것이 아니라 더 빠르고 맛있게 짓는 법을 알려주면 되죠. 저부터 냄비를 사고 물 비율과 불 조절, 뜸 들이기를 계속 연습해본 뒤 가장 먼저 기안84 씨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캠핑족에게도 유용할 것 같고요.”
더 큰 구상은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대로 지은 밥을 나누는 ‘한솥밥 프로젝트’다. 그동안 멤버들에게 각자 밥을 지어준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품종과 메뉴의 궁합을 살린 맛있는 밥을 한 솥에 지어 함께 먹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식구’라고 하잖아요. 멤버들과 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제는 각자 한 그릇씩 주는 데서 끝내지 않고, 모두가 맛있는 한솥밥을 먹는 김신영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 자격증보다 먼저 세운 목표…정확하고 재미있게 알리는 사람
김신영은 '밥소믈리에' 자격을 얻은 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미 여러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품종과 음식의 궁합을 설명하고, 흰쌀밥에 대한 과도한 오해를 풀고, 서툰 자취생과 캠핑족에게 실패하지 않는 밥 짓기를 알려주는 일이다. 여기에 숏폼과 AI, 캐릭터 IP를 결합해 젊은 세대가 밥을 낡은 식문화가 아니라 새롭게 탐색할 수 있는 취향의 세계로 만나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신영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정확한 정보와 재미를 함께 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밥은 늘 가까이에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음식이었다. 양구 향미 한 숟갈로 시작된 그의 공부가 자격증 취득을 거쳐 어떤 콘텐츠와 식탁으로 이어질지 자못 기대되는 분야이다.
밥심으로 위로받았던 자신이 이제 더 많은 사람에게 '맛있는 밥 한 끼'의 가치와 온기를 돌려주려 한다는 방향만큼은 분명하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