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우리밀빵지순례] ② 국산밀로 SPC같은 제빵그룹 꿈꾸는 구례 '목월빵집'
[기획-우리밀빵지순례] ② 국산밀로 SPC같은 제빵그룹 꿈꾸는 구례 '목월빵집'
  • 구례=김현옥 기자
  • 승인 2024.08.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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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밀빵, 지역 경제·식량 주권 지키는 길...기업 연대로 수입밀 맞서야"
"개량 품종 '황금알밀' 사용하면 우리밀빵 만들기 전혀 어렵지 않아"
원가 부담 크지만 신선도 맛 풍미 영양가 등 수입밀 능가…경쟁력 충분
쌈장 바르고 고사리 등 각종 나물 얹어 먹는 '밥 같은 빵'으로 승부
학교급식·택배사업 준비 위한 공장 부지 연내 착공 내년 준공 계획
장종근 목월빵집 대표가 직접 농사지어 원료로 사용하는 국산밀 품종 '황금알밀' 재배 현장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밥 같은 빵' 바구니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목월빵집)
장종근 목월빵집 대표가 직접 농사지어 원료로 사용하는 국산밀 품종 '황금알밀' 재배 현장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밥 같은 빵' 바구니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목월빵집)

전라남도 구례는 자연 속 피톤치드와 산소음이온이 가장 풍부한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그래서 지리산과 섬진강변을 따라 느릿느릿 거닐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사색과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구례는 전라남도에서도 가장 작은 마을인데도 불구하고 이름을 떨치는 특산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전국 생산량의 67%를 차지하는 '구례 산수유'가 국가농업유산 제3호로 지정된 것은 물론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례는 최고의 아삭한 식감을 가진 취청오이를 비롯해 고로쇠약수, 밤, 송이버섯 외에도 각종 건강기능성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쑥부쟁이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자 작물들이다.

지역특산물인 구례산 우리밀을 100% 사용한 식사빵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목월빵집은 지역 명소를 넘어 한국의 인기빵집으로 우뚝 섰다. (사진제공=목월빵집)
장종근 목월빵집 대표가 보라색 컨셉의 매장 앞에서 건강한 유럽식 식사빵을 표방하는 우리밀빵 제품 소쿠리를 들고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목월빵집)

최근엔 이러한 구례의 청정 이미지를 북돋아 주면서 또 다른 경제 작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토종 우리밀이다. 1990년대 초 사라져가는 우리밀을 되살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우리밀 제분공장을 설립하고 우리밀 살리기 운동의 효시가 된 곳이 바로 구례다. 구례에서 생산된 밀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토종 종자를 무농약으로 키운 것이다. 거기에 어떠한 보존료나 표백제 등을 첨가하지 않고 지역 제분공장에서 가공해 공급하는 신선한 우리밀가루는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의 웰빙식품으로 소개된다.

이러한 구례의 특수한 배경을 업고 100% 국산 밀을 원료로 한 빵집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니, 보랏빛 외관마저 특이한 '목월빵집'이 바로 그곳이다. 지역민보다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목월빵집은 매장 앞에서 기다렸다가 문을 열자마자 들어간다는 이른바 '오픈런'이 일상일 정도로 소비자 흡인력이 강하다. 어느날 보라색에 꽂혀 좋아하게 됐다는 장종근 대표는 매장 인테리어를 온통 보라색으로 꾸민 것도 모자라 보라색 버킷 모자를 쓰고 손님을 기분 좋게 맞는다. 프라이드치킨 브랜드 KFC를 창업한 커넬 샌더스가 회사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이듯이, 보라색 모자 쓴 털보아저씨가 곧 목월빵집의 로고가 되기를 바라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무엇이 목월빵집을 이토록 매력있는 가게로 만들었는지 장 대표로부터 그 숨은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주>

목회자가 되려고 독일에서 신학대학원까지 마쳤으나 우연한 기회에 제빵사의 길로 들어서 무궁무진한 발효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장종근 구례 '목월빵집' 대표. 그의 기업 성장 스토리 또한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는 발효 빵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목회자가 되려고 독일에서 신학대학원까지 마쳤으나 우연한 기회에 제빵사의 길로 들어서 무궁무진한 발효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장종근 구례 '목월빵집' 대표. 그의 기업 성장 스토리 또한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는 발효 빵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Q 목회자 꿈을 안고 독일 유학까지 마쳤는데, 빵집을 낸 사연... "무궁무진한 발효의 세계, 그 매력에 푹 빠져"

"빵집을 운영하는 이유요? 아주 단순해요. 유학 생활 중에는 매일 빵을 먹어야했기 때문에 밥이 먹고 싶었는데, 막상 귀국해서 살다보니 독일에서 먹었던 그 밋밋한 듯 하지만 여운이 남는 구수한 빵 맛이 그립더라고요. 2014년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유럽식 빵을 취급하는 곳이 드물어 서울이나 수도권에 가야만 접할 수 있었어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수밖에 없었지요. 

막상 내가 먹고 싶어서 만든 빵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어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카페 주인한테 양해를 구하고 손님(주로 관광객)들에게 빵을 무료로 제공한 후 맛이 어떤지 물었더니 호평 일색이어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렇게 재미삼아 시작한 홈베이킹이 알음알음 소문나면서 조금씩 주문 생산으로 이어지고 수입이 생기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게 되자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빵학원에서 기초부터 배워 제빵사 자격증을 획득했고, 전문적인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서울에서 중소 규모 공장으로 운영되는 더벨로(대표 반영재)에 입사해 2년동안 실무를 익혔어요. 그곳을 택한 이유는 수입밀 뿐아니라 국산밀가루를 사용하고, 대량 생산체제여서 짧은 기간에 많은 종류의 빵을 배울 수 있는 장점 때문이었지요. 이후 개그맨 전유성씨가 청도에서 운영하던 우리밀 빵집 ‘전유성의 식스팩’의 제빵사로 1년반 정도 일하면서 우리밀빵 연구에 몰두했어요. 하루 2~3시간 잘 정도로 밤잠을 설쳐가며 제품을 개발한 것이 지금 목월빵집의 독특한 메뉴가 되었습니다. 그 연구노트가 보배인 셈이죠.

빵을 만들다 보니 무궁무진한 발효의 세계에 푹 빠졌어요. 게다가 빵 만드는 4시간 동안 오로지 빵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좋고요. 원재료에 소금, 설탕, 향신료가 첨가돼 뻔한 맛이 그려지는 요리보다 발효라는 신기한 과정 때문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도저히 상상되지 않는 빵이 훨씬 더 매력적이란 걸 깨달았죠. 그런 면에서 지금까지 100% 만족한 빵을 만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사계절이 다 다르듯이 기상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매일 만드는 빵의 맛과 풍미도 조금씩 다 달라요.

이제는 제빵 현장의 공기와 온도, 심지어 직원들 사이에 흐르는 기운까지 느껴집니다. 공기가 가벼워야 빵도 가벼워지기 때문에 현장의 분위기가 조금 무겁다 싶으면 일부러 농담을 던져 바꿔놓기도 합니다. 누군가 강요하지는 않지만 나만의 스타일, 그런 로망이 있어요."

구례산 우리밀 7가지 품종만 사용해 안전과 건강을 담보하는 목월빵집의 '밥 같은 빵' 제품들. 주로 관광객인 소비자들이 줄서서 기다렸다가 매장 문을 열자마자 제품을 구입해가는 '오픈런' 장소로 유명하다. 
목월빵집의 독특한 인테리어가 빵 맛 만큼이나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Q 우리밀빵을 고집하는 이유... "맛·풍미·영양가 우월하고 지역 경제·식량 주권 지키는 방책"

"고향인 구례는 우리밀의 주산지여서 다른 지역과 달리 동네 마트에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오래전부터 칼국수나 짜장면 등 모든 음식에 우리밀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이곳에서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취미생활과 달리 비즈니스로 발전했을 때는 어떤 밀가루를 써야 하는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빵을 비교적 늦게 배운데다 이 분야에는 해외유학파 등 실력이 쟁쟁한 베테랑들이 워낙 많아 원가가 비싸고 제빵 적성이 떨어지는 우리밀의 사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러나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서 우리밀로 승부를 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당시만해도 우리밀 빵집은 거의 없었고,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방책이었기에 어려운 길이지만 한번 가보자 했지요. 취미가 업이 되고 자연 속에서 우리밀을 선택하고, 모든 것이 그냥 자연스러웠습니다.

우리밀빵은 수입밀로 만든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선박으로 3~6개월 걸려 수송되는 수입밀은 오랜 유통으로 인해 고유의 향미 등이 사라지지만 우리 밀은 가까운 지역에서 갓 수학한 것을 공급받기 때문에 신선하고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예요. 식량 주권을 지킬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맛, 풍미, 영양가 면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 게 바로 우리의 토종밀입니다."

Q 우리밀은 빵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는데... "최근 개량된 황금알밀 등은 수입밀 못지 않아 보편화 예상"

구례 '목월빵집' 장종근 대표가 최근 농진청에서 개발한 '황금알밀'을 원료로 사용한 빵 제품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례 '목월빵집' 장종근 대표가 최근 농진청에서 개발한
'황금알밀'을 원료로 만든
빵 제품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밀의 제빵성이 수입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해요. 단백질 구조가 약하기 때문에 굉장히 섬세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되지요. 하지만 금강밀이나 백강밀, 아리흑밀, 특히 최근에 선보인 황금알밀의 제빵적성은 수입밀 못지 않게 좋아졌어요. 요즘 기존에 사용하던 밀가루 제품을 황금알밀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중 몇가지 제품은 성공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이들 우리밀 품종은 명예현장연구원으로 참여하는 제빵업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량했기 때문에 기존 우리밀의 취약한 점을 대거 보완한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밀 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죠.

우리밀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초창기 농진청 밀연구팀과의 회의에서 호밀 특유의 맛을 살리면 빵 등 식품용 수요가 분명히 있을 텐데 사료용으로만 연구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어요. 이후 금강밀, 백강밀, 황금알밀 등의 품종 개량 연구에 관여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례 우리밀 가공공장이 준공돼 가동에 들어간 것은 우리밀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좌표가 될 것입니다. 일찌감치 그 방향성을 알아채고 2년 전부터 황금알밀을 직접 재배하고 있어요. 그렇게 수확한 황금알밀을 100% 사용한 것부터 빵의 특성에 맞도록 비율을 조정한 블렌딩 밀가루로 대중성 있는 빵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각에서 우리밀을 특수밀로 의미를 부여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일 뿐, 그렇게 해서는 대중화가 어렵기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Q 수입밀보다 훨씬 비싼 우리밀의 원가부담을 어떻게 해결하나... "자부심과 사명감이 버팀목, 8년만에 처음 가격인상"

“사실 경영이 녹록지 않아요. 겉보기엔 굉장히 화려한 것 같지만 작년 재무제표 기준으로 인건비가 매출의 50%를 차지합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창업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제품가격을 올렸어요. 올들어 치즈 등 유제품 가격이 대폭 인상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인상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보려고요. 시골 수준에서는 빵 값이 비쌀지 모르지만, 다행히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거나 서울 수도권 소비자들 기준에서는 만족하는 편이예요. 손님 중 80~90%가 관광객이어서 가격 저항이 큰 편은 아닙니다. 또 일단 한 번 방문한 소비자들은 택배를 통한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어 자부심과 동시에 사명감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목월빵집엔 시그니처 빵이 없습니다. 그곳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대표 빵이 있다는 것이 싫었어요. 목월빵집에 가면 무엇을 먹어도 좋다는 인식을 갖도록 모든 빵에 혼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Q 목월빵집의 인기 메뉴와 특성을 소개한다면... "구례산 우리밀 7종과 농산물 원료 사용, 건강·안전 지킴이" 

"우리집에서는 금강, 백강, 호밀, 아리진흑밀, 스펠트밀, 호라산밀, 황금알밀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우리밀 품종 7가지를 모두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야 농부들이 안심하고 우리밀을 재배할 수 있고, 또 수요자인 우리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올들어 황금알밀을 사용한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직접 농사 지은 황금알밀 100% 전립분(껍질이나 배아를 분리하지 않은 밀알을 통째로 빻아 만든 가루)을 사용한다는 점을 정확히 전달하면 거의 재주문하는 편입니다.

제일 잘 팔리는 빵은 식사용 ‘산동막걸리오곡빵’으로, 주로 택배 주문이 많아요. 그 다음은 황금알밀 함량이 30%인 통밀식빵과 황금알밀 10%인 찰수수빵, 메밀누룽지빵, 고구마크림치즈빵 등의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대다수 제품이 초창기때부터 생산된 빵들인데, 기존의 금강통밀에서 우리가 직접 제분한 황금알밀로 원료를 교체했어요. 황금알밀이 금강밀보다 더 고소하고 제빵성도 낫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우리집 빵은 원재료에 충실하기 때문에 제품명도 직관적입니다. 그만큼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죠. 역시나 소비자들도 한결같이 재료에 진심이 담겨 있어서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목월빵집 인기 제품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산동막걸리오곡빵, 통밀식빵, 그린올리브 치아바타, 자색고구마크림치즈빵, 청보리바게뜨 )

산동막걸리오곡빵과 통밀식빵은 밥먹는 기분이 들고, 누룽지빵은 촉촉한 빵과 바삭한 누룽지의 조합으로 가장 한국적인 맛이 가장 세계적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말로 응원해 주었어요. 고구마크림치즈빵의 경우 자색고구마로 연보랏빛 색깔을 냈는데, “마치 고구마 원물을 먹는 느낌이다. 달콤상콤한 크림치즈의 아울려 환상적인 맛을 낸다”고 말했고, 찰수수빵은 “오독오독한 식감이 곡식 프레이크를 먹는 느낌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외에도 청보리바게뜨는 “상큼하고 청량한 청보리의 맛과 색깔이 마치 청보리밭를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고도 표현하더라고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찹쌀수수부꾸미가 가끔 생각나 그 느낌을 빵에 주고 싶은데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주억의 음식을 제품 개발에 적용하면 세대를 아우르는 빵이 나올 것입니다."

Q 2016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운영 중인데 당초 목표대로 진행되고 있나?... "막연히 시작했지만 대기업 목표 생겼다"

"애초에 막연하게 빵집을 운영하고 샆다는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어요. 당시 치아바타 빵의 매력에 빠져 있을 때였는데, 서울과 수도권에서나 먹을 수 있어서 시골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주력제품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게를 오픈하니 치아바타 빵에 대해 아무도 몰랐고, 심지어 동네 어르신들은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치아바타빵을 쑥빵이냐고 물을 정도였지요.

처음엔 산자락 한적한 골목 귀퉁이에서 가게를 시작했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고, 게다가 빵도 일반적인 것이 아닌 듣도 보지도 못한 치아바타를 앞세웠으니 장사가 잘 될 리 만무했지요. 난감하더라구요. (장대표는 추억이 서린 곳이라 지금은 운영하지 않지만 처음 가게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엉뚱한 장소에 빵집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또 서울에서나 먹는 치아바타 빵이 이 시골 외진 곳 있다는 것에 놀라면서 SNS의 포스팅 소재로 삼아 입소문 나기 시작했어요. 또 뜻하지 않게 방송사의 섭외로 같은 해 ‘생활의 달인’과 ‘한국인의 밥상’에 연거푸 방영된 것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어요. 그래서 내 인생 고마운 두 분이 전유성선생님과 최불암 선생님이예요.

방송 이후 좁은 골목에 대기 손님이 2~3m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기다리는 손님한테는 물론 동네 주민들한테도 민폐를 끼치는 것이 너무 미안해 부랴부랴 지금의 대로변 장소로 이전했어요. 이 곳에 와서도 처음엔 조용하던 동네에 외지 손님들이 몰려오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주민들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하려고 이모저모로 노력하자 지금은 우호적으로 변했습니다.

우리밀빵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다기 보다 ‘제대로 만든 빵으로 이름 석자 남겨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뿐이어서 이렇게 기업을 운영하게 될 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면서 생긴 또 하나의 목표는 국내 굴지의 제빵기업인 SPC처럼 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규모 제빵기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야만 우리밀의 대중화가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죠. 제대로 된 우리밀 빵을 만들고 대중화하려면 기본 뼈대는 지키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밀빵 학교급식과 택배전문 사업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대량 생산 공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우리밀빵으로 SPC같은 대기업이 되고자 하는 이유... "국내시장 장악한 수입밀 대항마 필요, 기업 연대로 맞서야"

목월빵집 장종근 대표는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수입밀을 우리밀로 대체해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식품기업이 연대해 소비 촉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월빵집 장종근 대표는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수입밀을 우리밀로 대체해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식품기업이 연대해 소비 촉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밀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형태이든 대항마는 필요합니다. 반드시 목월빵집이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식품기업들이 연대해서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해요. 이미 고령인구가 더 많은 현재의 농촌 구조로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것만이 우리밀 산업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를 이어갈 젊은 층이 우리밀 사업에 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판로가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나서서 이러한 일을 도모하지 않으면 우리밀 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아요.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이유는 우리밀 가격이 수입 유기농밀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예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2배 이상 차이가 났으나 세계 곡물가 파동으로 수입밀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밀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어요."

Q 우리밀빵 대기업의 꿈은 언제쯤 이뤄질까?... "내년 양산빵 공장 준공 계획, 10년후 '밥같은 빵' 기업으로 우뚝 서 있을 것"

"지금부터 10년 후쯤이면 국내 최대 우리밀빵 기업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것이 반드시 실현되지 않더라도 대전의 성심당 같은 내실 있는 지역 대표 우리밀빵집을 이루고 싶은 욕망은 큽니다. 그런 면에서 구례는 관광지인데다 우리밀 생산 및 제분공장의 거점으로 모든 여건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 첫걸음이 될 양산빵 공장 부지는 올해 매입했고, 빠르면 연내 착공할 예정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부담이 크지만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늦어도 내년까지는 준공할 계획이예요.

 

목월빵집 옥상에 마련된 쉼터에는 장종근 대표 할머니가 쓰시던 괘종시계가 애틋한 정을 느끼게 한다. 또 지리산을 배경으로 펄럭이는 보라색 목월빵집 깃발은 10년 후 우리밀빵 대기업으로 우뚝 설 비전을 암시하는 듯 하다.  

지금이라도 목월빵집의 제품을 요즘 유행하는‘단짠’에 맞추거나, 치즈나 크림 등을 듬뿍 사용해 비주얼로 눈길을 끄는 빵을 만들면 기업 규모를 쉽게 키울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정통 방식의 ‘밥 같은 빵’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빵을 개발할 때 어떤 반찬과 곁들일 때 잘 어울릴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것은 빵 한조각에 집에 있는 소스나 나물을 올려 먹을 수 있는 ‘구례 브런치’입니다.

통밀 빵에다 쌈장을 바르고, 지리산 특산물인 고사리, 취나물, 애호박 등을 올려서 식사로 먹는 것이예요. 여기에 음료는 커피 대신 숭늉으로 구색을 맞추는 방식이죠. 5월 26일 ‘목월빵식탁’ 워크숍을 통해 첫 선을 보였으니 이제 실수요자인 손님들의 반응을 잘 살펴서 식생활의 일부분으로 정착시켜 나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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