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문정훈 교수의 'SIAL Innovation 2022' 특별상 제품의 이해
[리뷰] 문정훈 교수의 'SIAL Innovation 2022' 특별상 제품의 이해
  • 정리=김현옥 기자
  • 승인 2022.10.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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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대체단백질, '고기맛 경쟁'에서 '소재 발굴'로
해초큐브 냉동개구리밥 등 천연재료 출품 부쩍 늘어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푸드비즈랩 소장)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푸드비즈랩 소장)

"대체 단백질에 대한 논의는 10여년 전부터 시작됐고, 2016부터 본격적으로 대체육 제품들이 출품됐습니다. SIAL Paris 2018에서는 (2020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개최) 전 세계가 대두, 귀리, 버섯 등을 활용한 패티, 소시지로 누가 더 고기의 맛과 향을 잘 구현하는지 경쟁하는 '식물성 대체육 올림픽'과 같은 모습을 보일 정도였지요. 당시에는 다양한 첨가물을 사용해 그 맛을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고기맛 경쟁’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든 반면, 보다 더 자연스러운 대체 단백질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제품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그러니까 두 개의 전선이 생긴 셈이지요. 하나는 ’어떻게 해야 고기맛과 유사한 식물성 대체육을 만들까이고, 다른 하나는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소재는 무엇이고 이걸 어떻게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제품화할 수 있을까입니다. 올해는 후자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두드러졌습니다.

아마 2년 후 SIAL Paris 2024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운 식물성 대체 단백질 소재를 활용해 가공도와 기호성을 높인 제품들이 많이 출품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IAL Paris 2022'가 규정한 올해의 혁신식품 트렌드는 '건강 & 즐거움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IAL Paris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SIAL Innovation Hall에는 이러한 기조를 담은 19개의 혁신상 수상 제품들이 어깨를 견주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혁신을 보여주는 3개 제품이 15일 열린 SIAL INNOVATION 시상식에서 영예의 특별상(금상, 은상, 동상)을 거머쥐었다.​

이번 SIAL 혁신상 특별상 수상작 3개 제품의 특성을 SIAL INNOVATION 심사위원인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랩 소장인 문정훈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편집자 주>

■ 'SIAL Innovation 2022' 금상... 해초 큐브

'SIAL Innovation 2022' 금상제품 '해초큐브' 
해초큐브를 이용한 요리. 기름에 살짝 볶아서 샐러드에 얹으면 모양도 색깔도 단백질 섭취도 모두 좋은 1석3조의 효과.

'SIAL Paris 2022' Food Innovation Award의 금메달은 Io’dés 제품이 거머쥐었다. 프랑스 서부 브레타뉴 지역의 스타트업이 출품했다.

'해초 큐브'로 표현할 수 있는 이 제품은 두 라인으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다시마로만 만든 것과 다른 하나는 다시마와 미역을 블랜딩해서 만든 것이다. 브레타뉴 지역의 다시마와 미역을 가공해 큐브 형태로 냉동을 시켰다. 이 제품은 튀기거나 볶아서 간을 맟춰 파스타나 샐러드 위에 얹든지, 꼬지에 꽂아 굽는 방식으로 요리해 먹는다.

제품 자체는 간을 전혀 하지 않은 해초맛 그대로다. 다만, 지역적으로 품종이 달라 한국 연안의 미역이나 다시마와는 식감과 풍미가 다르다. 볶으면 촉촉한 식감의 고소한 감칠맛이 나고, 튀기면 바삭거리는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제조사는 일반 가정용 B2C 제품보다는, 레스토랑용 미식 식재료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흔한 미역과 다시마이지만, EU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소비자에겐 흥미로운 대체식재료다. 새로운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자 식이섬유 공급원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수년 전부터 해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냉동 해초는 아직 샐러드 위에 조금 더 올리는 가니쉬 정도로 밖에 활용하지 못했는데, 이제 새로운 고급 식재료로 포지셔닝하기 시작하는 양상이다.

■ 'SIAL Innovation 2022' 은상... 냉동 개구리밥

'SIAL Innovation 2022' 은상 제품 '냉동개구리밥(wolfia)'(사진 왼쪽위)과 이를 이용한 요리. (사진출처: https//www.quora.com/What-is-Wolfia)
'SIAL Innovation 2022' 은상 제품 '냉동개구리밥(wolfia)'(사진 왼쪽위)과 이를 이용한 요리. (사진출처: https://holisticchefacademy.com)
'SIAL Innovation 2022' 은상 제품 '냉동개구리밥(wolfia)'을 활용한 파이.  (사진출처: https://holisticchefacademy.com)

SIAL Paris 2022의 Food Innovation Award의 은메달은 개구리밥이 차지했다. 태국의 제조사가 만든 냉동 개구리밥(wolfia)이다.

학계에서는 연못 위의 개구리밥이 굉장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것이 수년 전부터 언급되기 시작했고, 이를 어떻게 채집해서 상품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동남아에서는 그 훨씬 전부터 이미 개구리밥을 전통 식재료로 써오고 있다. 스무디나 소스를 만들 때 넣어서 색과 질감을 낸다거나, 반죽에 넣어 튀기는 등의 레시피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선 미래의 단백질원이 전통 식재료로서 널리고 널린 셈이다.

해당 회사의 부스에서 시식을 요청하니, 개구리밥을 넣고 매콤하게 끓인 코코넛 커리 국수를 즉석에서 만들어 주었다. 개구리밥에서 특별한 맛과 향은 없었지만, 천연 초록색과 함께 조직감(텍스처)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런 식재료는 특별한 향이나 맛보다는, 아예 향과 맛이 없는 것이 보다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SIAL Innovation 2022' 동상... 마테차 키트

'SIAL Innovation 2022' 동상 제품 '마테차 키트'
'SIAL Innovation 2022' 동상 제품 '마테차 키트'. 맨오른쪽 사진의 윗쪽이 제대로 우려내는 방식이고, 아래는 차잎 전체를 적신 잘못된 방식이다.

이번 혁신 식품상 심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보면서 좀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수상작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 하나가 동메달을 받은 아르헨티나에서출품한 ‘마테차 키트’다.

이 제품은 전혀 새롭지 않은 마테차 그 자체였다. 그런데 패키지를 뜯으면 그 안에 차잎이 담긴 파우치와 남미에서 전통적으로 써 온 마테차 찻잔 모양의 컵, 그리고 빨대가 들어 있다. 일주일 동안 즐길 수 있는 분량의 마테차잎이 포장돼 있다. 패키지에 인쇄된 QR코드를 접속하면 이 키트의 사용법이 나온다.

마테차 키트를 출품한 업체의 대표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마테차를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키트가 제품으로 출시된 이유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컵에 마테차 잎을 가득 올리고 찬물을 먼저 살짝, 마중물로 흘려 넣은 다음 뜨거운 물을 조금씩 천천히 붓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빨대를 미리 꽂아야 하지만 이것으로 컵을 휘저어서는 안된다. 마테차잎은 잎만 썰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서 블렌딩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마테차 맛을 낼 수 있다. 그런데 이때 빨대로 휘저으면 파우더가 같이 빨려 올라오기 때문에 진하고 쓴 맛이 나고, 입 안에 이물감이 남게 된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부을 때 차잎이 다 젖지 않고 위로 뜨도록 한쪽으로 흘러내리게 하는 것이 전통의 제대로 즐기는 방식이라고 한다. 바닥에서부터 조금씩 빨대로 빨아 먹고, 다시 뜨거운 물을 조금 흘려 넣는다. 그러면 여전히 위에 떠 있는 마른 마테차잎이 아래에서부터 조금씩 젖으면서 우려져 오랫동안 은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 키트 방식대로 먹어보니 지금껏 마셨던 티백 마테차, RTD 마테차랑은 차원이 완전히 달랐다.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마테차를 키트의 사용법과 다른 방식으로, 뜨거운 물을 위에서부터 가득 부어 차잎을 다 적셔 버린다거나, 빨대를 휘저어 보았더니 맛이 확 달라졌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제품은 마테차 키트를 판매한다기 보다는 마테차의 전통과 문화를 키트로 만든 것이다"고 말했더니 이 제품을 출품한 아르헨티나 회사 대표가 그 표현을 홍보 마케팅에 사용해도 되겠냐며 허락을 구했다 . 이번 동메달은 문화를 담은 혁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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