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돼지고기 이야기(3)-'우리흑돈' 정말 맛이 있을까?
[류양희의 수다 in jeju] 돼지고기 이야기(3)-'우리흑돈' 정말 맛이 있을까?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9.02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흑돼지가 과연 정말 맛이 있을까? 이럴 때는 각자 다른 입맛에 맡기기보다는 뭔가 객관적인 증명이 필요해 보인다.

2011년 10월 농촌진흥청 국립 축산과학원 산하 난지축산연구소에서 축산분야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제주 재래 흑돼지 삼겹살과 시중 삼겹살을 비교해 육질 관능 평가를 해봤다. 관능평가는 향미, 연도, 다즙성, 기호성 등 네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로 각 항목별로 7단계(1;대단히 싫다~7;대단히 좋다)로 구분해 블라인드 테스트로 채점이 이뤄졌다.

그 결과 제주 흑돼지가 향미 5.8, 연도 5.8, 다즙성 5.8, 기호성 5.9점을 받아 일반 삼겹살의 향미 4.8, 연도 4.9, 다즙성 5.1, 기호성 5.0보다 모든 부분에서 앞섰다. 또 평가위원 32명중 81.3%인 26명이 제주흑돼지가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육질이 우수하다고 답했으니 이쯤되면 맛이 있다는게 분명하다.

평가단 점수의 편차가 크면 아무래도 맛의 평가에 있어서 생각의 다름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흑돼지의 경우 편차는 향미가 0.6, 연도는 0.9, 다즙성은 0.7, 기호성은 0.6으로 일반 삼겹살의 향미 1.1, 연도 1.0, 다즙성 1.0, 기호성 1.1보다 작았다. 결론적으로 평가단 모두가 제주 흑돼지의 맛에 좋은 점수를 준 것이다.

우리나라 재래 돼지가 꼭 제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의 재래돼지에 대한 작목기술 정보의 내용을 인용해보면 이렇다.

"우리나라의 재래돼지는 고구려 시대에 한민족의 농업이민시에 중국의 북방 대륙에서 가축으로 순화된 집돼지로 만주지방에서 사육되고 있던 대형, 중형, 소형종의 재래 종 중에 서 소형 재래종이 한민족과 함께 남하한 것으로 추측된다. 재래돼지의 사육은 1904년 「조선농업 편람」에 의하면 집부근에 울타리를 만들어 방사하거나 말뚝에 매어서 기르기도 하였고 사료는 풀, 설거지 물, 농산부산물 등을 급여하였다고 하였다.

1910년대에 외국으로부터 버크샤종이 도입되면서 누진교배에 의해 재래종의 교잡종이 사육되기 시작하였다. 재래돼지의 사육은 교통이 불편하고 정보교환이 불리한 산간지대와 섬지방에 계속적으로 사육되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며, 재래돼지가 많이 사육된 지방의 이름에 따라 불리워지던 돼지가 있었는데 경기도 강화도 지방의 강화돈, 경상북도 김천 지례지방의 지례돈, 경상남도 사천지방의 사천돈, 전라북도 정읍지방의 정읍돈, 제주도 지방의 제주돈 등이 독특한 형태를 가지면서 사육되어 왔다. 그 후에 개량종인 랜드레이스, 요크샤, 듀록, 햄프샤 등의 품종이 도입되면서 번식능력, 산육능력이 저조한 재래돼지의 사육두수는 점차 감소하여 거의 멸종상태였다.

1988년에 축산시험장에서 재래돼지의 유전자원 보존 및 순종 복원을 위해 전국에 남아있는 재래돼지의 사육실태를 조사하여 제주도 축산개발사업소(현재 제주도 축산 진흥원)에서 재래돼지를 수집하여 증식하고, 순종 복원 연구를 실시하면서 강원도 고성군, 경남 합천군, 산청군, 전북 장수군, 충남 보령군 등지에 보급하여 현재는 37개 지역의 100여 농가에서 3500여두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재래돼지의 특성에 관하여 조선농업년감, 조선농업편람 및 조선농업론 등의 고전 문헌에 수록된 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털 색깔은 몸전체가 흑색이고 털은 거친 조강모이며, 얼굴(입과 코부위)은 좁고 길며 귀는 작고 앞으로 향하여 서 있으며 이마에 세로 주름이 있고 등선은 평평하거나 약간 처진 상태이고 복부는 팽대하고 밑으로 약간 늘어진 상태이다. 체장은 짧은 정도이고 엉덩이 부위가 좁으며 살집이 없으며 등선 뒷부분부터 꼬리 부위까지 경사가 심하게 져있다.

축산연구소에서는 고전문헌에서 조사된 위의 재래돼지 외모 형태적 특성을 기준으로 하여 재래돼지 순종 복원을 위한 선발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사육되고 있는 재래돼지들은 과거에 버크샤종과 교잡된 상태인 것이 많으므로 몸에 흰색반점이나 흰털이 산재해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얼굴 모양이 버크샤의 얼굴 모양처럼 오목하게 굽어 있거나 길이가 짧거나 코끝에 흰색 반점이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돼지들은 재래돼지 순종이 아니다.

재래돼지의 일반적인 능력은 산자수가 평균 5~8두 정도로 적고 발육이 저조하여 3주령 체중이 3.5㎏ 정도이고 100일령 체중이 25.5㎏ 정도이며 재래돼지의 비육돈 출하 체중인 70㎏에 도달하는데는 185일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체질이 강건하여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개량종에 비해 강한 편이며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좋으며 조사료와 같은 거친 사료를 잘 먹으며, 등지방 및 체지방이 단단하고 백색이며, 육질이 우수하고 고기맛이 좋고 담백하여 한국 사람의 기호에 잘 맞는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먹는 토종흑돼지는 엄밀히 말해 진짜 토종흑돼지는 아니다. 실제 진짜 토종흑돼지를 파는 곳이 있다고는 들었으나 대부분은 토종흑돼지를 개량한 것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개량했다는 건 여러모로 단점을 개선했다는 말이니 맛에 있어서 손해볼 일은 없다.

재래흑돼지를 개량한 가장 큰 까닭은 생산성 문제가 가장 컸다. 원래 재래 흑돼지가 소형이라서 들인 노력에 비해 생산성이 낮았던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2015년 재래돼지와 축진듀록을 계획 교배해 재래돼지 고유의 맛은 유지하면서도 성장능력을 보완한 합성돼지를 개발해 이름을 ‘우리흑돈’이라 지었다.

우리흑돈에 대한 국립축산과학원의 설명은 이렇다.

"통계학적기법과 DNA를 이용한 유전체분석 방법을 사용하여 성장능력(MC4R유전자)과 육질특성(PRKAG3유전자), 검은 털색 유전자(KIT유전자)를 고정하고, 재래돼지 혈액비율은 38% 정도 유지되도록 했다. 육질특성을 보면, 소비자가 좋아하는 고기색의 평균 적색도가 우리흑돈은 9.1로 개량종돼지(개량종돼지 7.1)보다 붉은 빛을 띠는 특징이 있다. 고기단백질의 결합정도를 나타내는 보수력(우리흑돈 56.9%, 개량종돼지 54.4%)과 조리 시 줄어드는 양을 분석한 손실함량 수치(우리흑돈 28.6%, 개량종돼지 31.1%)도 개량종돼지에 비해 우수하다. 겉모습과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 평가에서는 개량종돼지고기보다 육색에서 1.8점, 향미에서 0.6점, 전체 기호도에서 0.6점 등 총 4.3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12년부터 3년간 10농가에 65마리를 보급해 현장실증시험을 실시한 결과 다른 흑돼지에 비해 잘 자라고 소비자들이 좋아해 농가 만족도도 높았다."

 <자료=농촌진흥청 ‘우리흑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