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돼지고기 이야기(2)
[류양희의 수다 in jeju]-돼지고기 이야기(2)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8.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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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돼지고기는 맛있다. 정말 맛있다. 이것은 직접 체험담일 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놀러온 육지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이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만 할 일은 아니다. 제주에 오면 흑돼지 먹을 생각을 한다. 흑돼지는 분명 맛있다. 흑돼지뿐만 아니라 제주산 돼지가 다 맛있다.

제주에서 흑돼지라 하면 대부분 일반 돼지를 흑돼지로 속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데, 속지 않고 흑돼지를 맛 볼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은 농협 하나로마트에 가서 흑돈을 사서 직접 요리하면 된다. 마트에서 흑돈은 휴가 시즌이 아닐 때 일반 돼지고기와 가격차이가 그리 크지도 않다.

그런데 막상 마트에 가서 삼겹살을 사려면 삼겹살은 없고 ‘오겹살’이라고 쓰여 있다. 어떤 경우 매장 판매대에는 삼겹살이라 쓰여 있는데 정작 사면 가격 스티커에 오겹살이라고 붙어있는 경우도 있다.

◇ 제주에서 진짜 흑돼지를 속지 않고 맛볼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은 대형 마트에서 흑돈을 사서 직접 요리하면 된다. 마트에서 흑돈은 휴가 시즌이 아니면 일반 돼지고기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삼겹살과 오겹살은 부위의 다름이 아니라 돼지껍데기가 붙어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걸 모르는 이들은 당황한다. 하지만 제주에선 원래 돼지고기를 구워먹을 때 돼지껍데기까지 붙은 고기를 먹었다한다.

이런 풍습은 제주뿐 아니라 남부지역에서도 그랬다는데 아무래도 제주에서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은 어떤 이가 육지에서 그 특징을 살려 삼겹살이 아닌 오겹살로 차별 마케팅을 한 결과 유명해지게 된 것 아닌가 싶다. 한 때 어느 지역에서는 오겹살이 삼겹살보다 비싸게 팔린 적도 있다한다. 제주도는 어쨌든 오겹살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흑돼지 오겹살의 경우 겉부분의 돼지털은 제거되더라도 피부깊이 박혀있는 돼지털까지 제거할 수는 없으니 흑돈 오겹살 껍데기 부분에 검은색 돼지털이 보이기도 한다. 그것으로 진짜 흑돼지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하는데 그에 대해 어떤 이들은 돼지를 잡을 때 일부러 불에 그을려 털을 살짝 태우면 일반 돼지도 털을 검게 남길 수 있다며 반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불에 그을린다고 해도 피부 깊숙이 박혀있는 모근까지 새까맣게 태울 수 있는 지, 또 요즘 세상에 허가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엄격한 감독 및 관리체계에 놓여있는 도축장들에서 그런 편법이 자행될 수 있는 지를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싶다. 만일 그 정도까지 못믿겠으면 차라리 제주산 일반 돼지고기를 먹는 게 낫다고 권하고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그렇다 치지만 제주 흑돼지의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는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돼지고기 이력제는 2014년 12월부터 시행됐다(유통업소의 경우 과태료 처분은 15.06.28부터 시행) 원래 ‘한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별난 집착에 가짜 한우고기로 속여 파는 것을 방지하고 때마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의 상황과 겹쳐 쇠고기는 2008년12월부터 사육단계의 소고기 이력제가, 2009년에는 유통단계의 이력제가 시작된바 있다. 그에 반해 돼지고기는 한우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 이의 시행에 대한 요구가 소고기 만큼은 아니어서 늦게 시행된 측면이 있다.

일반 사람들은 이 제도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지만, 사실 이 제도는 아주 체계화돼있다. 즉 사육-도축-포장처리-판매와 소비 단계로 구분돼있으며 사육단계만하더라도 농장식별번호를 신청하면 조사를 거쳐 번호를 부여받고, 이어서 종돈 출생을 신고하고 월별 사육 현황을 보고하며 이동하게되면 또 이동신고를 해야하는 등 단계 단계마다 철저하다.

판매단계도 입고부터 이력번호를 게시하고 이력정보를 공개하는 등 아주 철저히 관리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제는 대형마트에서 만큼은 일반 사람들도 신뢰가 큰 편이다. 다만 외식업계에 있어서 인증받은 일정규모 이상의 식당과는 달리 아주 작은 허름한 식당에 한끼 먹으러 들어가 돼지고기 이력까지 따지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관에서는 그래서 단속 등 관리를 위한 점검 등에 나서곤 있지만 워낙 이런 것에 속은 경험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나 의심을 불식시키기엔 아직 갈길이 멀고, 일반 사람들도 속는 셈치고 그냥 먹기도 하면서 대략 그 선에서 타협을 하는 것 같다.

다만 진짜 흑돼지를 먹고도 가짜 흑돼지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을 갖기보단 가짜를 먹어도 진짜를 먹은듯한 기분을 갖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제주시에는 특화거리로 ‘흑돼지거리’가 조성돼 있다. 이 곳에서 흑돼지를 직접 먹어본 적은 없으나 아무래도 특화거리인 만큼 도 차원에서라도 어느정도 관리를 해서 믿고 먹을수 있는 수준은 되지 않을까 싶다. 공항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인근에 볼거리도 있으니 한번 가볍게 들러볼만 하다. (다음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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