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우리 전통식단 활용한 노인가정식 개발 시급"
"100세시대 우리 전통식단 활용한 노인가정식 개발 시급"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8.06.14 0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림원 주최 ‘건강 100세 맞춤식품 필요성과 개발 방향’ 토론회서 전문가들 주장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전통 발효식품 등과 조화 이룬 건강장수식단 개발 필요
이미숙 한남대 교수, 건강상태 등 노인의 다양성 수용하는 정책 지원·기업 투자 절실
김경철 부사장, 개인 유전체 맞춤형 바이오활성화 음식 연구 및 산업화 가속될 것

2025년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나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장수식단 개발과 새로운 식문화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식단(K-diet)을 활용한 노인가정식과 개인 유전체 맞춤 영양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인체 기능 약자인 고령자들을 위해 기존의 단순유동식 등 저작연하식품이 아닌 칼슘과 비타민, 나이아신 등 고령자들에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소재가공기술과 가정편의식 트렌드에 맞춘 개인맞춤형식품 등의 형태로 발전시켜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프레스클럽에서 ‘건강 100세를 위한 맞춤식품 필요성과 개발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제 127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의료, 식품가공 및 영양, 유전체분석 등 각계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신동화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늙지 않기 아프지 않기 위한 먹거리의 흐름과 나아갈 길'에 대해 주제발표한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장수인의 장수 요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된장 청국장 김치 등의 발효식품이 우리 전통식단(K-diet)을 장수식품의 반열에 오르게 한 중요한 요인임을 발견했다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전통식품과의 조화를 이룬 건강장수식단을 개발하고 식생활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K-diet는 세계적인 장수식단으로 꼽히는 지중해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차별적 장점을 갖는다.

지중해식단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비롯해 해산물, 올리브오일과 와인을 많이 소비하며, 페타 치즈와 통밀 빵을 주로 섭취한다. 이에 반해 K-diet는 주메뉴가 밥, 국, 김치, 나물, 젓갈에 불과하고 과일과 육류가 부족해 영양학 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K-diet는 채소 위주의 식사이지만 데치거나 무침, 김치 형식으로 조리함으로써 돌연변이 억제능과 항산화능 성분을 보다 많이 섭취할 수 있고, 일부이지만 생선과 미역, 김 같은 해조류의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 막걸리와 된장 간장 고추장 등 발효식품의 비타민B1 등 각종 기능성 영양성분과 들기름, 참기름의 특수성분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새로운 건강장수식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초고령인들이 이러한 K-diet의 우수성을 식생활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제반 프로그램을 운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초고령인에 맞는 일일영양권장량 등의 기초자료와 연령별 노화 상태에 따른 소화, 흡수, 대사능 변화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생리상태에 부합한 식재료와 조리방법 식품보존 및 배식방안 등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인식 개발 필요성과 제품화 방향’에 대해 발표한 이미숙 한남대 교수도 “ 쌀밥과 김치, 나물류, 된장국류로 구성된 발효식품과 식물성 위주의 한국전통식은 다양한 식품들의 조합에 의한 건강기능성 확보, 발효에 의한 영양소의 보완, 조리법에 의한 해독 및 발암물질 억제 등의 기능을 갖는 건강균형식”이라며 박 교수와 의견을 같이했다.

이 교수는 다만, “돌봄이 필요한 노인의 특수용도 식사개발도 중요하지만, 급증하는 노인 가구가 독립적 주체로서 생활할 수 있고 건강인과 유사한 식사를 함으로써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노인식, 즉 가정식의 개발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노인식은 한국의 전통식을 유지하면서 개인적인 차이, 즉 건강상태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선도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개인 유전체에 따른 맞춤영양 개발'에 대해 발표한 김경철 테라젠이텍스 부사장(가정의학 전문의)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매가 예측되면 강황(커큐민)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방하려는 예측 의학 시대가 이미 시작됐고, 이제는 환자가 의료의 공급자인 의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고 능동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참여의학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최근에는 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 유전체 검사(DTC)를 통해 식품회사와 화장품회사가 함께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부사장은 이런 유전체 기술과 지식의 발전으로 식품 영양산업도 개인 유전체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암과 치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바이오 활성화 음식의 연구와 산업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김연정 (주)대상식품연구소 차장은 "현재 고령친화식품은 기존의 건강기능식품과 혼재돼 있거나 환자식 혹은 유동식의 형태로 제한적인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유동식 중심의 특수의료용도식품과 분말식, 점도증진제, 푸딩 등 환자치료 개념으로 이뤄진 현재의 실버마켓은 소비자인 고령자에게 지금까지의 섭식습관에 따른 씹고자하는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고, 이는 곧 먹는 즐거움이라는 삶의 질 저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이어 "죽형태의 환자식 개념을 넘어서 식재료 본연의 맛과 형상, 영양소를 유지 예방하면서 고령자의 건강상태에 맞춰 저작과 삼킴 기능 등이 적용된 미래형 친고령자용 식품 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인 AI 등은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딥러닝 기술로 개인화된 서비스제품 제공이 가능해져 생산성이 아닌 삶,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해낸다. 개인 맞춤형 식품을 서비스할 때 머신 러닝을 통해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딥러닝을 통해 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한 행동지침을 제공해주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다"고 전제한 뒤 "지금까지 신기술을 활용한 제품개발에만 집중해온 정부 R&D 활동도 이제는 4차 산업혁명에 맞게 새로운 데이터 창출과 (4차산업혁명과 관련 잘못된 지식이 남용되고 있는 식품분야의 오류를 없애는) 노이즈 리뎍션(Noise Reduction)을 위한 연구활동인 R&S(Research & Service)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현진 고려대 교수도 "건강하고 활동적인 신 고령자 수가 급증하고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면서 유동식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맛의 음식을 즐기고 도전하고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경도를 낮추면서 일반식품의 형상과 맛을 재현하는 올인원 푸드(All in one Foods) 형태의 복합기능 식품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은 "동양의학의 특징인 사상체질론은 영양유전체학으로 설명이 가능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 100세 건강을 위한 맞춤식품의 개발에 사상의학을 접목시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탁토론회를 주최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명철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인구의 고령화와 환자의 증가는 새로운 세기의 도전이고 개선해야할 범국가적 문제이다. 영양섭취 불균형은 면역력 저하를 일으켜 결국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장애요인이 될 것이다"며 "고령화 시대에 맞는 식품 개발과 개인의 유전특성에 맞는 맞춤형 식단 개발 등에 학계와 기업계가 큰 관심을 기울여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