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맛집 소개는 '대략 난감'
[류양희의 수다 in Jeju]- 맛집 소개는 '대략 난감'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18.06.27 0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에 살다보니 육지의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된다. 육지에서는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미루고 미루다가 결과적으로는 몇 년이 지나도록 못 만난다. 하지만 제주에 살면 상황이 다르다. 여기와선 기필코 만나고 간다. 지인이 제주에 살고 있다면 제주에 갔을 때 꼭 만나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드는가보다. 아마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음 만남을 기약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제주에 살아보니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내려오는 건 언제든 반갑다. 여기서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육지 것’은 ‘육지 것’. 그래서 ‘육지 것’들은 늘 옛 친구가 그립다. 오랜만의 만남이다보니 무엇이든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은 절실한데, 매번 뭘 어떻게 대접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내려오는 이들은 일상을 벗어난 제주로의 여행이라 특별한 시간이지만 여기서 사는 입장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니 서로의 입장 차이에서 혹시라도 오랜만에 만난 벗들을 섭섭하게나 하지 않을까 염려되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초보 제주도민으로서 겪는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금씩 편안하게 손님을 맞으려한다. 그것이 벗들의 입장에서도 훨씬 덜 부담스러운 길이겠지 위안 삼으며. 내 벗들은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여러모로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들이다. 결국엔 나도 벗들도 모두 의도치 않게 부담스러운 만남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며 좀 더 편안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의 이주민들이나 원래부터 여기 살던 제주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제주로 여행온 지인들이 ‘맛집’을 물어올 때 적잖이 난감하다는 말을 한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제주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외식은 특별한 일이다. 일터에서 점심을 먹더라도 보통 가던 식당을 습관적으로 가게 되니 그것 역시 단편적인 정보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제주의 맛집 정보는 육지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있다. 이런 사실을 여행 온 지인들에게 호소(?)하면 또 이런 요청이 다시 들어온단다. “인터넷에 소개된 유명 맛집 말고 제주도 토박이들이 자주 가는 싸고도 맛좋은 집을 알려 달라”는 것이다. 갈수록 태산이다.

그런 요청은 인터넷에 소개되는 맛집 정보가 그다지 신통치 않다는 걸 알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나는 맛집은 잘 모르지만 ‘안맛집’은 몇 군데 점찍어 둔 곳이 있다. 그런데 그곳도 맛집으로 소개된 경우를 봤다. 아마도 개인 블로그나 SNS를 하는 이들이 제주에 와서 방문한 곳 정보를 무조건 사진과 함께 올리면 그것이 돌고 돌아 어느 순간 맛집으로 둔갑하는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이제는 없어진 식당들도 여전히 맛집으로 올려져 있는 것도 봤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결과적으로 정보가 없던 시절과 별다를 바 없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진다. 그래서 여행객들이 제대로 된 정보에 목말라하는 이유일 것이다.

제주도 토박이들이 자주 가는 싸고도 맛좋은 집이라면... 물론 그런 식당들이 있긴하다. 나도 몇 곳은 알고 있고, 소개해봤는데 평가는 늘 엇갈린다. 입맛이라는 게 주관적인 영역이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제주 토박이들과 육지 사람들 간 입맛이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있어 제주사람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들은 육지사람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제주 음식으로 많이 알려진 고기국수가 그렇다. 고기국수의 경우 설렁탕에 국수를 말아놓은 것같아 맛있다는 이도 있고 반대로 느끼해서 입에 맞지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나는 제주사람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에서 고기국수도 먹어봤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기국수집에서도 먹어봤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기국수집은 확실히 덜 느끼한 대신 진한 맛이 덜하다.

제주 사람들이 여름철 잘 먹는 ‘자리물회’의 경우 육지 사람들에겐 호불호가 확연히 갈린다. 베트남 쌀국수나 중국음식에 들어가는 향채(香菜) ‘고수’와 비슷한 향내를 내는 ‘제피’가 들어가기도 하거니와 자리돔 특유의 맛이 세서 역하게 느끼는 이도 많다. 하지만 관광객들을 상대할때는 ‘제피’를 넣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밖에도 전반적으로 보면 제주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식당은 조미료도 세고 간도 세다. 그렇게 안하면 도민들에게 맛없다고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객들은 대개 조미료나 간이 세면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주사람들이 가는 식당과 관광객들이 가는 식당은 자연스레 구분되는 것 같다. 그러니 관광객들은 관광객들을 주로 상대하는 식당에 가는 것이 여러모로 코드가 맞다. 다만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식당은 가격이 싸지 않은데다가 경기(景氣)에 민감해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폐업하는 일이 잦다. 지난해 가봤던 식당이 올해는 사라지고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맛집이야기를 쓰는 유명 블로거들만큼 나는 맛깔나게 글을 쓰지도 못하고 먹음직스럽게 사진을 보정할 줄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나는 식객으로서는 최악의 ‘단짠’을 좋아하는 초딩입맛을 지녔다. 제주도 음식은 배지근한 맛이 특징인데, 이것은 달달하고 적당하게 기름지고, 감칠맛이 난다는 말로 내게는 딱(!)이다. 그러니 웬만한 제주 음식은 다 맛있다. 그래서 난 도무지 객관적으로 맛있는 제주 맛집을 소개해줄 능력은 없다.

다만 그동안 제주이야기를 너무 무겁게 끌고 온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조금은 가볍게 제주의 음식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제주는 국내에서 전주를 비롯한 호남지역 다음으로 잘 먹는 지역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맛집이야기가 새 나올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믿지는 말기를...

다시 말해두지만 내 기준은 어디까지나 ‘단짠’이며 제일 존경하는 셰프는 백선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