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1300억 떡볶이 시장' 놓고 대기업-중소기업간 기싸움 팽팽
[핫이슈] '1300억 떡볶이 시장' 놓고 대기업-중소기업간 기싸움 팽팽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1.04.28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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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중소기업 "방앗간 시절부터 자구노력으로 일궈온 터전 대기업 참여로 일순간 도태 우려"
대기업, "글로벌 경쟁 위해 신개념 소재떡과 HMR 떡볶이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서 제외해야"

“전통적으로 떡집, 방앗간 등 소상공인이 생산한 떡국떡이나 떡볶이떡 등 소재떡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도 무방하지만, 대기업이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통해서 상품화한 급속 냉동떡이나 치즈 떡볶이떡과 같은 충진떡, 압출떡, 누들떡 등 새로운 개념의 소재떡과 HMR떡볶이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기업 주장) 

“초기 방앗간의 소재떡에서 시작되어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자구노력으로 소스인 제품 등 가정간편식(HMR)으로 발전시켜온 떡볶이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경우 취약한 재무구조, 불안정한 유통망 등의 한계를 갖는 영세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주장)

1300억 규모의 국내 떡볶이 시장을 놓고 대표적인 K-Food로 꼽히는 떡볶이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롭게 진출하려는 대기업과 이를 절대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혼신을 다해 막으려는 중소기업 간 신경전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떡볶이 시장에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동원,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식품 대기업들이 직접 제조를 통해 진출을 시도하자 기존 시장을 지켜온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보호해 줄 것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소영세기업으로 구성된 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24일 aT센터 세계로룸에서 ‘떡볶이 시장, 대기업 진출 괜찮은가’를 주제로 떡볶이 소상공인 보호‧육성 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라고는 하지만 대기업의 시장 진출시 장단점을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문제점을 드러내어 부정적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성토의 자리였다.

참석한 50여 중소 떡볶이 제조업체 대표들은 '대기업 떡볶이 시장 진출 NO!"라고 적힌 노란색 보드를 들고 외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최한 떡볶이 시장 대기업 진출 괜찮은가 좌담회에 참석한 떡볶이 제조업체 대표들이 "대기업 진출 반대"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조상현 쌀가공식품협회 부장
조상현 쌀가공식품협회 부장

이 자리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쌀가공식품협회 조상현 부장은 떡볶이와 떡국용 떡류 시장은 2013년 568억원 규모이던 것이 2019년에는 1274억원으로 2.3배 성장했고, 떡볶이 수출은 2013년 1190만 달러에서 2020년 5376만 달러로 연평균 30% 증가율로 4.5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조 부장은 특히 이때는 떡볶이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기간이어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위주로 시장을 확대해 왔는데, 이를 지켜본 대기업들이 OEM(주문자상표제품생산) 방식으로 가세해오다 작년 말로 중기적합업종 제도가 끝나자 직접 제조하는 방향으로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교급식과 외식이 감소하면서 매출 급락으로 인한 소상공인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떡볶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력으로 소상공인을 도태시킬 우려가 커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선택권 상실로 후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중소떡볶이 제조업체들은 코로나19로 소재용떡 매출이 급감하자 가정간편식 제품개발과 온라인 판매로 이를 타개해 왔고, 미생산업체 중 60%가 가정간편식 생산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의 업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직접 제조를 제한하는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 최정권 교수, 심상욱 부장, 황선옥 고문, 이상효 위원
(왼쪽부터) 최정권 교수, 심상욱 부장, 황선옥 고문, 이상효 위원

패널 토론에 나선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 최정권 교수는 떡볶이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필요한 이유로서 대기업 진출로 어려움을 겪었다가 적합업종 제도 도입 이후 되살아난 면류와 장류, 순대산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최 교수는 특히 떡볶이의 경우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와 만나 국민 간식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이러한 다양성은 없어지고 천편일률적으로 변해 절대 문화적인 상품으로 성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심상욱 상생협력부장은 “떡볶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는 이견이 없을 듯해 대기업의 간편식 시장 허용에 중점을 둔 논의가 바람직하다”며 “대기업의 자본력을 통한 각종 할인 등을 통해 소상공인 제품을 시장에서 배제하여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장기적으로 일자리 등을 고려할 때 경제의 건강한 하부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상임고문은 "대기업의 떡볶이 간편식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동반성장을 무시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의 목적에 위배된다"고 전제한 뒤 "적합업종에서 수출은 허용하고 있으므로 내수 테스트가 필요하다면 현재처럼 OEM사와 협력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국제농산업개발원 이상효 식품전문위원은 "원칙적으로 자유시장경쟁 체제에서 대기업의 떡볶이 시장 진출은 법적으로 통제할 수 없으나 대기업이 직접 참여할 경우 수년내 고부가가치 떡볶이 시장 장악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국내 떡볶이산업의 과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정 개선과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탈피해 해외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므로 과거보다 더 확고한 대기업-중소기업간 상생협력과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수출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 대기업이 직접 진출해야 하는 이유

"위생·품질 취약...신기술·신설비로 제품 혁신 필요"

이에 맞서 떡볶이 시장에 직접 제조방식으로 진출하려는 대기업들도 한 치 물러섬이 없다.

이들 대기업이 속한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최근 한국농업경제학회에 ‘떡국떡 및 떡볶이떡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에 따른 쟁점 및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를 의뢰해 대기업이 떡볶이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당위성을 도출한 결과로 논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연구보고서는 현행 떡류의 시장구조 및 적합업종 지정 가이드 라인을 분석해 생계형적합업종 제도 도입의 영향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르면 우선, 떡볶이떡 시장은 제품군별로 대기업, 대형 중기업, 소상공인의 영업활동 형태와 범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소상공인 보호 영역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기술에 의한 다양한 떡볶이 제품과 HMR 떡볶이 제품은 대기업 생산의 고유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군납, 급식, 외식, PB 등 B2B 제품은 품질위생에 대한 시장 수요를 감안하고, OEM 제품은 협력업체의 피해 방지를 위해서 각각 예외 승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경쟁력 제고 위해 국내 생산기반 유지해야"

보고서는 또 떡볶이 제품은 위생 품질에 취약한 품목으로서 신기술, 신설비 투자를 통해 제품 혁신을 이뤄야 하며, 대기업이 국내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떡볶이 제품 분야는 오래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OEM 사업 협력체계로 발전되어 왔는데, 만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소상공인을 포함한 중소업체의 매출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동반성장의 생태계에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해 사회적 혼란 및 비용 초래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보고서는 HMR 떡볶이 제품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이유로 △대기업이 최초로 개발해 시장을 확장시킨 점(소상공인 점유율 0.5% 불과) △제품의 글로벌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생산기반 유지 필요 △유사제품 생산하는 중국에게 진출 여지를 제공하는 역차별 가능성 △품질 및 위생 안전 이슈 대응 위해 신규 투자 통한 설비 및 위생품질관리시스템 구축 △부족한 OEM 생산에 대응한 생산능력 구축 필요성 등을 꼽았다.

■ SNS에서도 갑론을박 한창

중소식품기업의 브랜드 및 마케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품기획 컨설팅을 맡고 있는 좋은상품연구소 최낙삼 소장을 비롯해 장류 중소기업인 순창장류(주) 홍재길 대표, 로쏘(주) 성심당 식품안전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는 한국농식품HACCP기술정보원 김현근 대표, 고려인삼연구(주) 신왕수 대표 등은 대기업의 떡볶이 시장 직접 참여보다는 현재와 같이 중소기업과 역할 분담을 통한 상생협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푸드비즈랩(Food Biz Lab)을 운영하는 문정훈 교수와 식품R&D사업자 아이엔비솔루션즈 정광호 대표는 대기업의 참여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문정훈 교수는 "대기업이 직접 참여할 경우 자금력과 마케팅력이 약한 중소떡볶이 업체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논리라면, 그보다 더 어려운 영세한 소상공인을 위해 연매출 5000만원 이상의 업체는 떡볶이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정의로운 일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고 "대기업은 수출만 담당하라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교수는 "어떤 기업이든 제품에 대해 가장 세련된 구매자들이 있는 곳 즉, 신제품 혁신이 유리하고, 매출을 꾸준히 올릴 수 있으며, 다양한 제품 선호 요인이 존재해 신제품 시장 테스트에 유리하고,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본사와 주 공장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며 "수출만 전제조건으로 대기업의 떡볶이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생계형 적합업종은 폐지되어야 하고 공정거래법이나 공정경쟁관련법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정광호 대표도 "비좁은 국내 떡볶이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한다하니 중소기업들이 날벼락 맞은 기분이겠지만, 대기업들은 기존과는 다른 노선으로 시장을 확대하려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각자 다른 영역에서 그만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기업의 시장 참여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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