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임기 마치고 떠나는 정윤희 식품안전정보원장
[특별인터뷰] 임기 마치고 떠나는 정윤희 식품안전정보원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12.29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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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식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K-Food 전도사 될래요~"
각 본부별 업무 전문화·고도화 및 각계 소통 강화로 체계 구축
국민이 필요한 안전정보 영상콘텐츠로 송출 계몽한 것 '보람'
"식약처 순환보직 아닌 분야별 전문직렬 시스템 바람직"
이달 말 3년 임기 마치는
정윤희 식품안전정보원장

정윤희 식품안전정보원장이 이달 말로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2018년 제3대 정보원장으로 취임한 후 정부와 산업계, 국민의 식품안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지원하고, 올바른 정보 제공으로 안전한 먹거리 환경 조성에 힘써 왔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올해 1/4분기 과산화수소가 식용으로 둔갑한 사건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만 하다. 국민들이 코로나 공포에 휩싸일 무렵, 불안 심리를 악용해 과산화수소를 식용 만병통치약으로 판매한 일당들을 적발해 행정처분하도록 발빠르게 조치한 곳이 바로 식품안전정보원이다.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국민건강에 어떻게 기여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식품안전정보원이 ‘1399’ 불량식품신고센터에 접수된 이 내용을 전문가 시각에서 신속히 대처하지 않았다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일으켰을 것이기에 식품안전 전문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돋보인 사건이었다.

그 중심에 서서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세계 각국의 식품안전 정보와 정책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식품안전 정책의 선진화에 앞장서 온 정윤희 원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보다 효율적인 우리나라 식품안전 관리 방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임기만료일을 일주일 앞두고 푸드아이콘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 3년을 되돌아보는 정윤희 식품안전정보원장.

- 2018년 제3대 정보원장으로 취임한 후 3년의 임기를 보냈다. 소회는?
“3년 동안 식품안전정보원의 각 본부별 업무를 보다 더 전문화, 고도화시키고 국민, 산업체,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자 노력한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 매우 보람됨을 느낀다.” 

- 임기 중 정보원의 가장 큰 변화는?
“정보원 전체로 보면 비로소 공공기관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체계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업무 면에서는 단순 정보만 수집하는 단계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활용될 수 있도록 운용의 범위를 확장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가장 피부로 느낄만한 변화는 ‘식품안전나라’가 아닐까 싶다. 크고 작은 식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식품안전나라를 통해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명실상부한 식품안전 대표 포털로 자리매김했다. 방문자 수가 3년 전에는 연간 1,100만 정도였던 것이 올해 2,500만 정도로 2배 이상 증가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기존의 홍보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이뤄낸 결과다. 귀에 들어오기 쉬운 로고 송을 만들어 다양한 채널에 노출시켰고 특히 대형유통센터에서 식품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송출을 해 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과 성과는?
“과거의 우리 기관은 식품안전 관련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고 실제로 큰 성장을 이뤄냈다. 이렇게 생산된 정보가 국민에게 폭넓게 전달되어 개개인의 식생활이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것이 임기 중 목표였다. 이를 위해 국민이 원하는 정보를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확보했고 필요한 때 직접 가공해 유튜브 등을 통해 송출한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급식 에티켓’이라는 동영상을 제작, 배포했는데 조회수가 18만 뷰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정부, 국민, 산업계 등 각 분야에 대응한 업무는 무엇이 있었는지 내용이 궁금하다.
”정부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데이터 관리다. 우리 정보원에는 모든 부처의 식품안전 관련 데이터가 ‘통합식품안전정보망’이라는 시스템 내에 축적되어 있다. 각 정부 기관에서 생산한 데이터들을 관리해 3년 동안 데이터 오류율을 0.26%에서 0.06% 미만으로 개선했다. 그 공로가 행정안전부의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 평가 인증’에서 1등급 수준으로 인정받았다. 이러한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제적 식품안전 정책연구를 통해 정부의 미래지향적 식품안전관리에 기여했다.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접수받은 불량식품 신고 데이터를 소관 행정기관에 단순 이첩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정밀 분석해 ‘불량식품 유선신고 동향보고서’를 발간했다. 불량식품 신고를 분석하면 생활 속 최접점에서 일어나는 식품안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보고서는 2013년 개소해 식품안전과 관련된 소비자 신고 접수 및 상담 등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통계기법으로 분석한 것으로서, 이를 통해 변화하는 식품 소비트렌드에 맞는 식품안전관리가 가능토록 했다.

산업체를 위해서는 신남방정책, 교역다변화 등에 따라 동남아 국가의 수출입이 증가하면서 국가별 제도, 부적합식품 등에 대한 정보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기존의 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권 국가 외에 태국, 베트남 국가 정보까지 추가 수집하도록 하였다. 이 같은 수출업체 맞춤형 해외정보를 통해 식품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하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공유주방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정책 개발 및 위생관리지원으로 공유주방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식품안전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건강 식단 앱이 개발되도록 먹거리 정보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최근에는 영세한 식품업체가 행정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알려주는 '스마트 캘린더' 서비스를 구축했다. 우리나라 식품업체의 76%는 10인 미만의 영세업체로, 연간 의무적으로 지켜야하는 준수사항 일정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식품위생교육, 수질검사, 자가품질검사, 종업원 건강검진 준수사항 및 일정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해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식품정보신문-푸드아이콘과 인터뷰 중인
정윤희 식품안전정보원장

- 식품안전정보원의 업무가 매우 폭넓어 일각에서 식약처 업무의 대변기관으로, 일각에서는 행정기관으로, 일각에서는 연구기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원의 정확한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식품안전정보원의 정체성은 국민의 식품안전 확보와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모두 포괄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정보수집,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불량식품신고센터, 식품이력추적, 통합망, 정책연구 등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업무활동이 이뤄질 때 식품안전정보원이 식품안전을 확보하는 완전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3년의 임기가 더 주어진다면 어떤 일에 전념하고 싶은가?
“우리나라 식품은 매우 건강한 음식으로서 세계적으로 인지도도 높다. K-푸드가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수출국 기준 연구를 통한 정보 지원과 해외기준규격과의 조화연구, 이슈 물질에 대한 탐색을 통해 식품안전도 확보되고 식품산업의 발전에도 일조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들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개선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의 고도화를 이루고 싶다.”

- 식품안전정보원 가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일해주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식품안전의 발전에 기여하는 길임을 잊지 않고 더 발전해나가기를 기원한다.”

- 상급기관인 식약처의 식품안전 관련 업무에 조언한다면...
“국민의 식품안전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에 늘 힘든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것에 응원을 보내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식품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순환보직이 아닌 각 분야별 전문 직렬이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도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기타 하고 싶은 말씀
“1988년부터 식품안전에 몸담아 역할을 해왔다. 현재의 식품안전 수준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우리나라 식품이 매우 우수하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자부심 또한 크다. 앞으로도 K-Food의 글로벌화를 위한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

▶ 취재 뒷얘기...

정윤희 원장은 10년 동안 파킨슨병을 앍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보살피고 있다. 누군가를 간병하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이 이루 말할 수 없기에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연로하신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는 이유이다. 더구나 사회생활을 하는 입장이라면 불가피한 선택으로 여긴다.

하지만 정 원장은 사지가 경직되어 활동할 수 없는 모친이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요양원에 방치할 수 없어 직접 모시고 있다. 그러나 이 일이 국가 식품안전분야의 한 축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에 영향을 미치면 안되기에 정 원장은 아무리 피곤해도 퇴근 후 운동을 거르는 일 없이 철저한 체력 관리에 힘쓰고 있다. 

퇴임 후에는 새로운 임지로 가기 전까지 6개월여 모친 병간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정 원장은 그동안 소비자 최접점의 현장과 국가기관에서 쌓아온 식품안전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학 양성하는 일에 종사하길 원하고 있다.

정 원장은 그동안 각계 인사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의외로 식품에 대해 잘 모르는 국회나 정부 관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특히 건강성이 뛰어난 우리나라 식품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일을 자처하는 ‘식품전도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세 시대 건강하고 안전한 식생활 환경 조성에 일익을 담당할 정 원장의 미래 행보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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