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시장 1조원 규모... 소비자 절반은 아직 몰라
국내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시장 1조원 규모... 소비자 절반은 아직 몰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12.17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기축산물 출하량 연평균 27%↑…무항생제 시장도 회복세
학교급식·소매유통업체가 주요 채널...온라인 비중은 13%
소매유통은 생협-슈퍼마켓-친환경전문점-대형마트-백화점-농협 순
생산농가는 "안전·높은 가격"·소비자는 "건강·안전"에 관심

국내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시장 규모가 건강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비트렌드에 힘입어 1조원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지속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절반가량은 아직도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축산물은 생산측면에서 유기는 우유, 무항생제는 계란 닭고기 등 특정 품목에 편중되는 불균형 현상을 보이고 있고, 유통 측면에서는 생협 및 친환경전문점을 통한 매출액 비중이 높으나 전국 유통망을 갖춘 슈퍼마켓(SSM) 및 대형마트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와중에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11월 생산자 203명, 취급자 85명, 유통업체 13개, 소비자 206명으로 대상으로 시행한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생산·유통·소비 실태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정부는 환경 보전과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해 2001년부터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제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유기 축산물은 100% 유기사료를 공급하고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등 인증기준을 지켜 생산한 축산물로 2001년 처음 도입됐다.

무항생제축산물은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사료를 주고 항생제 등 동물용의약품을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 인증 기준을 지켜 생산한 축산물로, 2007년 도입했다.

농식품부는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 현황과 시장 경향을 파악하고 제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2001년 인증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번에 처음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생산 현황

지난해 기준 유기축산물 생산 농가 수는 106호이고, 최근 5년간 연평균 1.8%씩 소폭 늘었으나 출하량은 2014년 1만4000t에서 지난해 4만6000t으로 연평균 27.0%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품목별 출하량은 우유가 97.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일반 우유의 소비량은 줄고 있는 것과 달리 유기 우유의 출하량은 꾸준히 늘어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즉석편의식품의 샐러리 키트 제품이 식사 대용으로 많이 활용되면서 유기 닭고기의 출하량은 2018년 12t에서 지난해 177t으로 15배 가까이 많아졌다.

다만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등급 판정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무항생제축산물 생산농가는 6087호로 최근 5년간 연평균 5.7% 감소했다. 출하량은 2017년 이른바 '살충제 계란' 사건 이후 부진했다가 최근 들어 점차 회복하는 추세다.

품목별 출하량을 보면 최근 5년간 닭고기는 연 9.8%, 돼지고기는 연 8.0%, 오리고기는 연 19.2% 늘었다.

소고기와 달걀은 2017년 이후 사육환경 검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출하량이 감소했다가 지난해 반등했다.

■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유통 현황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시장규모는 약 1조660억원으로 추정된다. 학교급식(45.0%)과 소매 유통업체(41.8%)가 주요 유통 채널이며 온라인 비중은 13.2%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을 취급하는 소매 유통업체 13개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매출액은 약 4459억원으로 추산됐다.  

소매유통 채널별 매출 비중을 보면, 아이쿱‧한살림 등 생협이 전체의 35.6%, GS더프레시‧롯데슈퍼 등 슈퍼마켓(SSM) 23.6%, 초록마을‧올가홀푸드 등 친환경전문점 17.6%, 대형마트 14.3%, 백화점 4.5%, 농협 4.4%의 순이다.

생협·친환경전문점을 통한 매출 비중이 크지만, 기업형 슈퍼마켓(SSM)이나 대형마트의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코로나19 이후에는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의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A 온라인 유통업체의 올들어 지난달까지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매출액은 약 1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78% 뛰었다.

소매 유통업체별 취급 품목은 친환경전문점의 경우 소고기와 계란, 생협의 경우 돼지고기와 소고기, 대형마트의 경우  계란과 돼지고기, 백화점의 경우 소고기가 높은 비중을 보였다.

■ 생산자 인식도

축산농가는 유기·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취득한 이유로 '환경 및 축산물 안전 고려'와 '인증을 통한 높은 가격 판매'를 꼽았다. 그 다음은 학교급식과 생협 납품 등 안정적 출하처 확보에 기대 심리를 나타냈다.

유기축산물 인증을 취득한 후 초기비용 부담을 극복하고 수익이 회복되는 기간은 평균 3.9년으로 조사됐다. 축종별로는 육계 7년, 젖소 4.4년, 소 4.1년, 돼지 3.5년 순이었다.

유기축산물 생산비는 100% 유기사료 공급, 자가 조사료포 확보 등으로 인해 일반 축산물에 비해 20〜7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항생제 인증농가의 9.6% 정도가 유기 인증 전환 의사를 밝혔으며, 축종별로는 오리알 50.0%, 젖소 13.6%, 육계 11.1%, 오리 7.1%, 소 5.6% 순이었다.

이들은 '직불금 등 지원 부족', '사료 등 생산비 증가', '인증 절차의 복잡성' 등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

■ 소비자 인식도

소비자의 53%는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에 대해 '잘 또는 조금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47%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젊을수록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주요 구입처는 접근성이 좋은 대형마트가 44.2%로 사장 높았고, 친환경전문점(16.5%), 생협(15.2%)의 순을 구매한 후 87.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한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주된 이유로 지적했다.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을 사는 이유로는 '건강을 위해서'가 40.8%로 가장 높았고, '안전하기 때문에' 38.1%, '환경을 생각해서' 7.2%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품목별 생산여건과 애로사항을 면밀히 분석해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품목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유통채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가치 홍보를 강화하고 연령대별 차별화된 홍보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유기·무항생제 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를 활성화할 방안을 계속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조사를 매년 시행해 정책에 신속히 반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