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창간3주년특집-케어푸드 어디까지 왔나?] 일본 개호·고령친화식품 현황과 전망
[FI창간3주년특집-케어푸드 어디까지 왔나?] 일본 개호·고령친화식품 현황과 전망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11.12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개호식품협의회 87개 회원사 개호식품 통일 규격 'UFD' 도입
2018년 기준 개호식품 등록수 2103개로 5년 연속 시장 확대 추세
가정용 vs 업무용 26대 74...슈퍼마켓·드럭스토어 등 가정용 판매 늘어

● 일본 고령인구 3588만명...총 인구의 28.4% '초고령화 사회'

2019년 9월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3,588만 명으로 총인구의 28.4%를 차지했다.

일본은 이미 2006년에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이후 2013년에는 전체 인구 4명 중 1명(25%)을 차지할 정도로 고령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3년에는 3명 중 1명이 고령층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00세 이상도 7만 명을 넘어 49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 중 누군가 곁에서 돌보는, 개호(介護, 간병)가 필요한 고령 인구(2019년 10월 기준)도 681만 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일반 고령 인구도 건강 상태에 따라 섭취가 필요하거나 제한이 필요한 음식 및 영양성분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관련 식품 제조업체들은 다양한 특징을 가진 고령친화식품을 개발·출시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호용 식품은 1980년대에 병원이나 노인시설 등에서 개별적으로 생산되다가 1990년대에 들어 시설용 개호식품이 산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요양보험에 해당하는 개호보험제도가 1989년부터 시행되면서 2000년대에는 식품기업들의 개호식품 시장 진입이 크게 늘어났으며, 이에 발맞춰 2002년 4월 당시 개호식품 제조업체 및 관련기업 42개사가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개호식품의 규격 정비를 위해 일본개호식품협의회를 결성하고 자체 규격인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niversal Design Food: UDF)’를 제정·운용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식품기업의 참여가 더욱 활발해져 복수의 개호식품 규격 기준이 탄생했고, 농림수산성은 이들을 통일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신개호식품인 ‘스마일케어식(Smile Care Food)’이란 표시 제도를 정책적으로 도입했다.

● 선물용 두부 푸딩·냉동도시락·흑당소주젤리 등 고령친화식품 다양화

메이한식품(名阪食品)은 부드러운 식사 위주의 기존 상품 외에도 부드러운 디저트 제품인 두부 푸딩을 연말연시 백화점의 오세보(お歳暮)용 선물 상품으로 판매했다. 오세보는 평소에 신세를 진 친척이나 지인에게 연말연시에 보내는 선물로, 일본 문화의 하나다.

두부 푸딩은 개호식품(介護食品)을 선물로 주고받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를 위해 상품 포장과 디자인을 백화점의 일반 선물 상품들처럼 만든 것이 특징이다.

두부 푸딩의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아 연말연시에만 1,000세트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관련 업체들은 여름철인 음력 7월 보름 전후에 보내는 선물인 오츄겐(お中元)으로도 판매될 예정이다.

아사히그룹식품(アサヒグループ食品)은 고급 일식당 ‘나다만(なだ万)’과 공동으로 개발한 개호식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일식당 나다만의 ‘모양’과 ‘재료 본연의 맛’을 20여년간 개호식품을 생산해온 아사히그룹식품의 노하우를 접목해 만든 상품이다. 두 회사는 40대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나다만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홍보를 통해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개호식품을 알려 나갈 예정이다.

의료식품 도매업체인 미시마상사(三嶋商事)는 의료시설 및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개호식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판매망을 바탕으로 PB상품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저염(低鹽), 저단백질 개호식품과 함께 9종류의 냉동도시락 제품도 취급하고 있다. 또한 카고시마현(鹿児島県) 아마미오시마(奄美大島)의 명물인 흑당(黑糖)소주 ‘렌토’로 만든 ‘렌토 젤리’도 판매하고 있다. 알코올이 2.9% 함유된 렌토 젤리는 흑당소주(렌토)에 비해 알코올 흡수가 느리기 때문에 식사 제한으로 주류를 섭취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의 대표 개호식품 제조업체 큐피(キユーピー)는 개호식품에 사용되는 쌀과 재료를 부드럽게 가공 처리하는 기술로 6개의 특허를 획득하고 다양한 개호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큐피가 판매 중인 시판용 개호식품은 약 60종류에 이르며, 주식(主食)뿐만 아니라 반찬과 디저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 소비자의 선택 돕는 UDF 규격

일본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개호식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도 함께 증가했다. 2002년 4월에는 개호식품 관련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일본개호식품협의회(日本介護食品協議会, 회원 87사)’가 결성해 개호식품 통일 규격인 UDF(Universal Design Food)를 도입했다.

UDF는 이용자의 씹는 힘이니 삼키는 힘에 따라 구분한 일반식품과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곤란 환자를 위해 음식 및 음료에 첨가 또는 혼합해 점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보조식품으로서의 점도(粘度)조정식품이 있다.

기존에는 업체별로 상이했던 개호식품 규격이 UDF 규격으로 통일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보다 자신에게 맞는 개호식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업체들은 UDF 규격에 맞는 개호식품의 제조·판매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일본개호식품협의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UDF 규격 개호식품 총생산량과 생산액은 2017년 대비 각각 10.2%, 14.9% 증가했으며, 등록된 제품 수도 2,103개로 5년 연속 시장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가정용과 업무용의 비율은 25.7% 대 (‘17년 23.1%) 74.3%(’17년 76.9%)로 대형 슈퍼마켓 및 드럭스토어 등 취급 점포가 증가함에 따라 가정용 개호식품의 판매도 확대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드럭스토어 및 대형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서서히 취급이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규모가 작은 지역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는 판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개호식품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의 50% 정도만이 개호식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일반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인지도 제고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유니버설 디자인 푸드(UDF) 규격
※ 점도조정식품(粘度調整食品) : 점도증진제.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한곤란 환자가 사용하는 보조식품으로
음식과 음료에 첨가·혼합하여 점도(걸쭉함)를 조정할 수 있음
* 출처 : 일본개호식품협회 UDF란(https://www.udf.jp/outline/udf.html)
일본개호식품협의회 회원사 목록

● 부정 이미지 '고령자·시니어' 등 문구 삭제하고 생활스타일 맞춤형 가정용 개호식품 등 선봬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고령친화식품·개호식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관련 제조업체는 개호식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고령자’, ‘시니어’ 등의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UDF 인증 마크 등을 통해 개호식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맞벌이 및 단신 고령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가정용 개호식품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기존의 죽과 같은 제품 외에도 생활 스타일, 건강 상태 등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개호식품이 출시되고 있다. 매년 일본의 개호식품 시장은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개호식품 및 UDF 규격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다면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의 관련 시장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며, 한국산 개호식품의 일본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참고: aTFIS 식품산업통계정보: '일본 개호·고령친화식품, 다양성에 날개를 달다', 농경연, 고령친화식품시장 현황 및 활성화 방안(20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