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고단백환자식 워크숍] 치료·회복기 환자의 고단백 식사= 김형미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객원교수
[중계-고단백환자식 워크숍] 치료·회복기 환자의 고단백 식사= 김형미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객원교수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10.19 0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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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빠른 회복은 조기 영양공급이 관건...열량은 적당히 단백질은 충분히
환자 영양불량 상태 심각 수준...식욕부진·체중감소 등 정기적 추적조사 필요
식사 총량 줄이고 생선·육류 대신 냄새 없는 곤충 활용 고단백 식사 바람직
김형미 연세대 교수

일반적으로 환자 식사는 건강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식은 질환이나 치료의 단계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의 식사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런 고정 관념은 옳지 않다.

환자의 영양공급 경로를 보면 경구 식사와 튜브를 통한 경관 급식(EN feeding)이나 혈관을 통한 정맥영양공급(PN) 등 세 가지의 유형이 있다. 

오늘날 수술 방법이 표준화되어 환자들의 쾌유는 결국 영양에 좌우되는 만큼 수술 후 영양공급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외과 교수들은 '수술 후 회복을 최적화하고 입원 기간을 줄이기 위한 다단계 접근 방식'이란 지침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수술 후 조기 영양공급’이란 내용이 들어있다.

김형미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교수가 회복기 및 치료기 환자의 고단백 식사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br>
김형미 연세대 임상영양대학원 교수가 회복기 및 치료기 환자의 고단백 식사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수술 후 가스만 방출되면 바로 영양을 제공하며, 수술후 영양불량 상태 예방을 위해 수술 전에 탄수화물 등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기도 한다. 특히 암 환자의 경우 영양섭취와 회복은 정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무조건 수술 후 곧바로 식사할 것과 영양 권장량의 80% 이상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때 열량은 과도하지 않게,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열량을 많이 섭취할 경우 회복 상태가 좋아지다가 다시 나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단백질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이후 환자식의 개념이 조금씩 바뀌었다.

환자식은 영양소 조제식이다. 1일 필요 열량은 환자의 체중관리 목표에 따라 산정되고, 회복기의 경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열량을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양소를 배분할 때 단백질을 환자의 질병과 상태에 따라 체중 kg당 1~1.5g 이상의 범위에서 다르게 배정하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양질의 단백질 식품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체중 kg당 0.8~1g을 공급하는 것에 비하면 환자식은 더 많은 단백질을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환자식에서 좋은 지방 공급은 단백질만큼 중요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비타민과 무기질 수분 등도 권장량만큼 섭취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이 이러한 영양섭취의 중요성을 모르고,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식사를 소홀히 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나마 예전에는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며 억지로라도 영양을 섭취하도록 관심을 가졌지만, 핵가족화 시대가 되면서 돌볼 가족이 없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의 영양 및 식사 섭취 실태’를 조사(2015년)한 결과 수술한 환자는 열량 및 단백질 섭취량이 각각 권장량의 37.5%, 40% 수준에 불과해 체중이 감소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환자의 74%가 단백질 섭취가 부족했고, 고기 반찬에 대한 소화 저하를 우려(61.3%)해 육류를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환자들이 병원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위나 소장, 대장 등 소화기관 암 환자의 경우 절제 수술 후 죽 섭취 단계에서 퇴원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 대다수 환자들은 소화가 안될 것을 우려해 퇴원해서도 계속 죽을 섭취함으로써 체중이 감소돼 다음 항암치료를 불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2009~2015년 245개 병원 입원환자(성인) 99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2.7%가 입원기간 동안 영양결핍 상태를 보였고, 32.1%가 병원식의 4분의1 밖에 섭취하지 않아 병원 사망 위험률이 3.2배나 증가했다. 미국에서 환자의 영양불량 샹태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져 국가에서 고단백 경구 음식을 보급해줄 정도이다.

의료인들은 영양공급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양불량을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입원환자들의 영양공급 실태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식욕부진이나 의도하지 않았던 체중 감소 등을 정기적으로 추적 조사해야 한다. 

그러면 제대로 된 영양공급이 과연 치료에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췌담도 암환자의 수술 후 식사개선 효과로 제시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 사용하는 많은 반찬 가지 수로 영양소를 분배해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식사의 총량을 줄이면서 단백질을 보강하는 영양소 집약형태로 바꾼 실험 결과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 수술환자의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생선과 육류를 제외해 냄새를 없애고 반찬가짓수를 줄임으로써 환자들이 보다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영양공급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또 오랫동안 누워있으면 발생하는 욕창 환자에게 식사의 볼륨을 줄이면서 식용곤충(고소애:갈색거저리)을 활용한 고단백 식사를 2주 동안 제공한 결과 확실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특히 이들 고단백 식사를 제공한 욕창 환자의 치유 속도는 매우 빨랐으며 새로 만들어지는 피부세포가 매우 건강했다는 것이 효과의 지표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병원 식사는 반드시 환자의 적응도에 따라 단계별로 미음→ 죽→ 진밥→ 쌀밥 형태로 진행되어야 하며, 총량을 줄이는 대신 고단백 영양식을 섭취가 용이하도록 제공돼야 한다.

씹기도 삼키기도 소화하기도 힘든데다 식욕도 없는 환자들에게 온갖 산해진미를 주어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게다가 음식의 간이 안맞아 맛도 없고 냄새마저 난다면 최악의 식사일 것이다.

미국에서도 치료식은 환자가 섭취가능하고 최신 식품가공기술을 근간으로 지속가능한 방법들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는 환자용 경구영양보충제(ONS: Oral Nutritional Supplement)를 이용해 개발한 100ml 용량의 ’영양뿜뿜 수제 ONS’가 일부 치료식에 제공되고 있다. 반찬 섭취가 어려운 환자들이 먹기 편하도록 양은 줄이고, 영양은 높인 제품으로 일반 ONS보다 맛과 영양이 더 풍부한 점이 특징이다.

앞으로 국내 환자식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CJ제일제당을 비롯해 아워홈(언더100), 대상웰라이프(마이밀), 현대그린푸드(그리팅소프트), 신세계푸드(이지밸런스) 등 식품대기업들이 일제히 뛰어들었으며, 그동안 환자식이나 병원식의 B2B 중심의 비즈니스였다면 올해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B2C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환자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품의 이름은 다른데 모양이 같고, 식사의 양이 너무 많아 환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경우 125ml 용량의 제품을 100ml로 줄이면서 다양한 영양소를 보강해 열량은 200kcal까지 높인 제품들이 매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흰 죽에 명란젓, 성게알젓 등을 첨가해 다양한 맛과 함께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환자식은 영양필요량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환자의 치아나 삼킴정도, 소화기관 등 식사섭취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조리 시에도 개량화 표준을 통해 음식별 레시피를 수립해 1회분량 개념으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음식의 품질면에서는 반드시 총량을 줄이고, 메뉴 스타일은 한식이나 일품, 원플레이트 등으로, 제품의 형태는 고형, 액상, 젤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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