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간장혼합비율 주표시면 표시' 놓고 업계 vs 이해관계자 간 갈등
[이슈] '간장혼합비율 주표시면 표시' 놓고 업계 vs 이해관계자 간 갈등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10.05 0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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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제품 안전 불구 불신 조장 우려" 반대 입장
소비자단체·학계·안전성 전문가들은 "알권리" 찬성
난립한 간장 분류 명칭 글로벌 표준화 작업 필요
비발효간장 '조미식품'으로 식품 유형 분류해야
정부가 시판되는 간장의 혼합비율과 총질소함량을 주표시면에 표시토록 행정 예고한 가운데 업계와 이해관계자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간장제품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산분해 및 혼합간장의 기준 및 표시 강화에 대해 관련 업계가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학계와 소비자단체, 안전성 전문가들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어서 이해관계자간 갈등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국내 생산 간장제품 중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산분해 간장(22.5%)과 양조간장에 산분해 간장을 섞은 혼합간장(55.4%)은 전체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식생활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월과 5월 소비자의 알권리 확보를 위해 이들 간장의 ‘3-MCPD’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제품의 주표시면에 혼합비율을 표시토록 하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상태다.

‘3-MCPD’ 성분은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가수분해해 간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클로로프로판올류 화합물로,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발암가능성을 고려하는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인체 독성은 알려진 사항이 없다.

그러나 1996년 경제정의실천연합회가 시판 산분해간장에서 발암성분인 '3-MCPD'가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자 식약처가 2002년 5월부터 3-MCPD 기준을 0.3mg/kg 이하로 신설해 규제해왔다.

식약처는 올들어 1월 14일 식품공전 개정을 통해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의 3-MCPD 기준을 0.1mg/㎏으로 더욱 강화해 7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시행하고, 2022년 1월 1일부터는 0.02mg/kg 이하로 시행한다고 고시했다.

28일 최종윤 국회의원과 (사)소비자와함께가 공동개최한 ‘소비자 알권리를 위한 식품명칭 및 표기 정책 간담회-발효간장을 중심으로’ 주제의 제55회 미래소비자포럼에서 주제발표와 토론에 참여한 업계, 학계, 소비자단체, 식품안전 전문가그룹은 자신들이 처한 입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장류업계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장류협동조합 남윤기 전무는 이날 토론회서 "국내 간장시장이 매년 위축되는 상황에서 고부가가치 혁신제;품 개발로 신규 카테고리를 창출하고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이 필요한 시점에서 생계형적합업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산업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분해간장의 안전성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음에도 소비자 오인이 많은 상황에서 간장 혼합비율의 주표시면  표시와 같은 과도한 규제는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금보연 한국식품안전협회장
금보연
한국식품안전협회장

이에 대해 한국식품안전협회 금보연 회장은 “최근의 간장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의 안전성은 지난해 식약처 위해평가 사업을 통해 안전한 것으로 발표됐을지라도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혼합비율 및 총질소 함량을 주표시면에 표시하는 것으로 개선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 회장은 또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는 산분해 및 혼합간장의 식품유형을 일본이나 중국처럼 ‘조미식품(소스류)’으로 분리하는 방안과 발효간장(한식간장, 양조간장)도 김치처럼 보존료 사용을 제한해 전통식품의 고유 가치를 확보하는 정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승남 소비자주권신민회의 식품분과위원장
박승남
소비자주권신민회의 식품분과위원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승남 식품분과위원장도 ”식품 용어의 선택과 정의는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얼이 살아 있으면서 소비자의 알권리 및 선택권에 도움이 되어야 하므로 식품공전 상 간장 용어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한식간장은 양조간장임에도 불구하고 별도명칭을 부여한 점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을 1%만 섞어도 혼합간장으로 분류한 점 △우리나라의 혼합간장을 중국에서는 복합조미료로 분류해 간장이란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점 △혼합간장 중 양조간장의 비율이 작은 글씨로 표기돼 식별이 어려운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양조간장은 한식간장과 일본간장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식품공전상 한식간장은 우리 민족의 우수한 전통발효 식문화와 얼이 담기도록 ‘한식양조간장’으로 개선해야 하며, 양조간장은 ‘일식약조간장’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간장의 분류에서 산분해간장과 효소분해간장 용어를 삭제하고 대신 ‘산수분해식품단백질조미액’ ‘효소분해식품단백질조미액’으로 분류해햐 하며, 혼합간장은 양조간장과 이들 조미액의 혼합비율을 반드시 함께 표시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양조간장 혼합비율이 50% 이상일 경우는 양조의 용어를 앞에 배치해 ‘양조산분해간장(양조간장 60% 함유)’ ’양조효소분해간장(양조간장 51% 함유)‘으로, 양조간장 혼합비율이 50% 미만일 경우는 양조의 용어를 뒤에 배치해 ’산분해양조간장(양조간장 30% 함유)‘ 또는 ’효소분해양조간장(양조간장 20% 함유)‘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박 위원장은 아울러 소비자의 알권리 및 선택권 강화를 위해 혼합비율은 제품 전면 상단에 16포인트 이상 크기로 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명희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박명희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인 박명희 동국대 명예교수는 20여년 전부터 제기되어온 간장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간장, 양조간장, 한국간장, 진간장 등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명칭에 대한 글로벌 표준까지 포함하는 식품공전 상 표준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산분해, 양조, 발효 등 간장 생산방법에 있어서 안전성을 담보할 경우 제품의 가성비에 대한 소비자 선호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을 감안해 혼합비율이나 원료, 첨가제 등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또 생계형적합업종으로서의 장류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과 맛. K-푸드 등 우리 전통식문화까지 아우르는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정확히 인지하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엄애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엄애선
한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한양대학교 엄애선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전통 간장은 자연발효식 메주로 인해 품질의 균일성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우수 종균 개발로 상품성 제고 및 품질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엄 교수는 “간장을 발효할 때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잡균의 번식 등으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간장의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가기 위해서는 위해요소를 줄이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저나트륨간장과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 약콩간장과 같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기능성 제품 개발과 함께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다국어로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엄 교수는 또 하루에 평균 5~6ml의 간장을 섭취하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간장의 안전성에 대한 바른 정보, 특히 현대 가공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부와 학계, 연구소 등의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결과 등을 담은 정보를 교육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정희 중앙대 교수, 박명희 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남윤기 장류조합 전무, 금보연 식품안전협회장, 박승남 소비자주권회의 식품영양분과위원장,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발제자), 엄애선 한양대 교수, 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발제자,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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