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바이러스 효능' 논쟁 속 미국 김치 판매 급증
'항바이러스 효능' 논쟁 속 미국 김치 판매 급증
  • 김민 기자
  • 승인 2020.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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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김치 미국 수출 전년 동기 대비 61%까지 증가
전 WHO 전문가 '발효배추' 섭취권장 발표 시너지 효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항바이어스 효과와 관련한 한국산 김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인의 코로나19 사망률이 타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로 주식으로 먹는 ‘김치’ 섭취가 화두가 되면서 미국의 김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하는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미국으로의 김치 수출액은 113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61.7%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김치 수출액 누계는 7470만 달러,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44.3%를 훌쩍 넘는 수치다. 또한 뉴욕포스트 4월 14일 자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기업 블룸리치(Bloomreach)가 전자상거래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2월 셋째주 기준 미국 내 김치 판매율이 952% 증가, 사워크라우트는 3월 넷째주 기준 960% 증가했다.

세계적 연구가 뒷받침...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부스케 교수팀 '발효배추' 중요성 강조 

이와 같은 수출 증가에 이어 최근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세계만성호흡기질환퇴치연맹' 회장을 지낸 호흡기·알러지 분야 권위자의 관련 연구 발표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의 쟝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이 한국과 독일 등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국가들의 경우 발효 음식을 먹는 식습관에 그 실마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스케 교수는 국제학술지 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 게재된 관련 논문에서 ‘김치’라는 특정 단어를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들이 먹는 발효 배추와 독일인들이 먹는 사워크라우트(Sauerkraut·절인 배추로 일종의 독일식 김치)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부스케 교수는 "식습관은 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면역 작용을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 발표 이후로 나도 식습관을 완전히 바꿨으며, 생배추를 주 3회 섭취하고 사워크라우트는 주 1회, 절인 야채와 Kefir(양젖을 발효시킨 음료)를 아침마다 먹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김치의 판매 증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15년 무렵에도 있었던 현상으로 당시 한국에서의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 알려지며 미국의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김치 판매가 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의학계에서는 김치와 호흡기 바이러스와의 상관 관계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의견과 김치의 유산균이 면역 증강과 항 바이러스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K팝과 함께 K푸드 인식 고취...BTS 인기 힙입어 미국 김치수요 매년 10%씩 증가

미국 시장조사기관 Statista가 2019년 발표한 ‘한국 음식의 미국 내 인기도 조사 통계’에 따르면 500명의 응답자(연령대 15~59세) 중 ‘매우 인기있다’는 응답이 37.2%, 인기 없음은 6.8%로 한국 음식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증명했다. 종가집 김치로 잘 알려진 대상 그룹 관계자는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인기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도 K-푸드인 김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매년 약 10%씩 증가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수입 동향...올해 5월기준 한국산 절인배추 수입액 작년동기 대비 34.9% 늘어 

Global Trade Atlas에서 김치에 사용되는 얼리지 않은 절인배추의 미국 수입동향을 올해 1월부터 5월 포함 3년간의 누적기록을 대조해 살펴보면 한국은 9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증감률은 고무적이다. 올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총 578만6662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429만6486달러 대비 34.9%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항목에 대해서는 중국과 태국 등의 수입액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부터 2020년 1월에서 5월 사이 한국의 김치용 절인 배추 국가별 수출 동향을 보면 미국이 수출국 2위다. 2020년 1월에서 5월 수출액은 1207만7213달러로 전년 동기 840만 973달러 대비 51.1%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판매 김치 순위

대기업들의 김치 시장 경쟁 치열... 대상 '종가집김치' 첫 공장 추진

현재 미국에는 대상그룹의 ‘종가집 김치’, 풀무원의 ‘나소야 김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왕식품의 ‘나파 김치’ 등 대기업들이 한인들의 입맛에 맞춘 김치 제품 수출을 통해 한인 식료품점은 물론 미국 주류 마켓에까지 포진해 있다.

미국의 한인 마켓과 주류 마켓인 코스트코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종가집 김치’ 생산기업인 대상은 지난달 2일 김치공장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업계에 새로운 도전장을 제시했다. 뉴저지주에 미주법인을 둔 대상에 따르면 코로나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매출은 2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으며, 미국 내 주요 유통업체 입점도 추진 중이다. 대상의 이번 미국 김치공장 사업 계획 발표와 관련 미국에 진출해 있는 동종 식품업계인 풀무원,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기업 간의 미국 김치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풀무원도 지난해 6월부터 월마트 매장 등에서 한국산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볼케이노·마마오스·트루 등 신생 김치브랜드 현지인 입맛 공략 한창

미국 김치 시장을 선점한 대기업들이 현재 미국 내 한국인들의 입맛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면 독자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김치 신생 브랜드들은 타민족들의 입맛에 맞춘 무김치나 물김치 등의 메뉴개발에 힘쓰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존 김치 브랜드들이 대형 유통망을 통해 한인 마켓에서 판매되어 왔다면 신생 김치브랜드들와 판매 경로는 유기농마켓인 홀푸드마켓이나 딘&델루카 등 고급 식료품점, 치즈 등 발효식품 전문점 또는 로컬 유기농 식재료를 판매하는 파머스마켓, 온라인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시사점

김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과거 냄새나는 ‘스팅키 푸드(stinky food)에서 ‘암 예방 식품’ ‘면역 증강 식품’ 등으로 개선돼 왔으며, 코로나19 사태에 오히려 힘입어 ‘코로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리포트츠월드(Market Reports World)도 2018년 30억 달러 선이었던 세계 김치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42억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코로나로 인해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조사 내용처럼 미국의 김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볼케이노 김치(Volcano Kimchi)를 설립한 한인 아루나 이씨는 23일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주문을 받아 직접 배달해주는 굿 에그즈(Good Egg) 같은 회사를 통한 볼케이노김치 판매가 코로나 확산 이후 3배 이상 증가했다”며, “파머스마켓에 와서 직접 사가는 고객들은 김치의 프로바이오틱스가 코로나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며 많이 사간다”고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 판매되는 김치 시장을 선점한 식품 대기업들이 현재 미국 김치 시장의 주류를 담당하고 있지만 미국인들과 색다른 맛을 원하는 한인 2세 등을 겨냥한 틈새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대중 식료품점 크로거(Kroger)의 식품 바이어 D씨는 23일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내셔널 푸드 섹션에 스낵부터 메밀국수, 고추장 등 한국 제품들이 매년 한 두가지씩 늘고 있다. 김치 고유의 맛도 중요하지만 주 고객이 미국인인 마켓에 납품하는 김치는 미국인의 입맛을 고려하는 것이 판매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료: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Global Trade Atlas, USITC, Statista, Amazon, Newyork Post, 각 기업 웹사이트 등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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