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빵 싫고 통밀빵 좋아"...미국인 주식 '빵' 소비 트렌드 변화
"흰빵 싫고 통밀빵 좋아"...미국인 주식 '빵' 소비 트렌드 변화
  • 김민 기자
  • 승인 2020.06.2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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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프리미엄빵·fresh baked 디저트 수요 증가
코로나19발 사재기 열풍으로 빵 품목 '품귀 현상'

2000년대 들어 미국인들의 식생활 패턴이 조금씩 변해오며 빵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인들의 빵 소비에도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빵은 오랜 기간 미국인들의 식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이었지만, 최근 건강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고탄수화물 제품이 다량 포진된 빵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빵 시장의 주력 상품군이 흰 빵(White bread)에서 통밀빵(Whole wheat bread)으로 변하기까지 이르렀다. 기존 유명 빵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현상에 맞춰 건강을 강조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은 치열한 경쟁 중에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빵을 소비하는 국가이다. IBISWorld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빵 시장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13.11%이며 매출액은 458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3%씩 상승한 수치이다. 

미국의 빵 시장은 크게 양산빵(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품) 시장과 베이커리 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양산빵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마트 내에 진열되어 대량으로 판매되는 제품을 말한다. 주요 생산업체로는 Grupo Bimbo와 Flowers Foods Inc가 있으며 두 업체가 전체 시장의 24.5% 이상(2019년 기준)을 점유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지방 소형 도매업체로서 직원 수 5명 이하의 업체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지방 소형 도매업체는 영업활동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어 있어 전체 매출에서 각 중소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낮지만 앞서 언급된 두 개의 대형사보다 지역사회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점하는 상황도 간혹 발생한다.

 미국 빵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식사 시 섭취하는 일반 식빵류(냉동 제품 포함)를 비롯하여 롤, 베이글, 크루와상이며 전체 시장 판매액의 53.5%를 차지하고 있다. 디저트도 미국 빵 시장의 주요 제품군으로서 냉동 및 상온 보관 상품을 합쳐 30.4%를 점하고 있다. 특이사항으로는 미국인들의 간식 섭취가 역대 최대치로 증가하면서 갓 만든(fresh baked) 디저트에 대한 소비가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동 디저트 소비는 감소하였지만 갓 만든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디저트의 시장 점유율은 전과 같은 수준이 유지되었다.

흰 밀가루 소비가 줄고 통밀빵 선호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인 1인당 소득 대비 밀가루 소비량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흰 밀가루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품군의 미국인들의 소비가 지난 10년간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의 주 요인으로는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짐에 있다. 밀가루와 설탕이 주재료로 사용되는 흰 빵에 대한 수요 감소가 미국 내 밀가루 소비량 감소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반면에 통밀빵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증가했다. 흰 빵 소비가 감소하는 것에 대하여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빵 시장 매출에 큰 타격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Statista의 통계에 따르면 건강한 빵과 견과류 등이 첨가된 마진율이 높은 특화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빵 시장 전체 매출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빵 시장의 주력 상품군도 흰 빵에서 통곡물 제품으로 변하면서 주력 상품 교체를 위해 제조업체들의 공정과 제조과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흰쌀밥의 대체재로 현미밥의 수요가 상승한 것과 같은 현상으로 조금 더 건강한 빵을 찾는 미국인들의 소비 경향을 볼 수 있다.

소비구매력 증가가 고가 제품 수요 늘려

 가격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맛과 영양을 상품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고려하는 젊은 세대의 식문화 트렌드가 고가의 프리미엄 빵에 대한 소비를 증가시켰다. 일반적으로 고가의 제품군에서는 흰 밀가루 대신 통밀이 주재료로 많이 사용되며 2013년을 기점으로 미국 내 제빵에 사용되는 통밀 사용량이 일반 흰 밀가루 사용량을 역전하기에 이르렀다. 특정 재료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거나 흰 밀가루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시장에는 기존보다 통밀의 함유량이 높아진 상품들부터 100% 통밀로만 만들어진 빵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천연발효종과 보리새싹을 주원료로 하는 고가의 글루텐 프리(Gluten-Free)와 유기농 제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대형 제빵업체 Flowers Foods사는 유기농 빵 전문 생산업체인 Dave's Killer Bread와 Alpine valley bread를 인수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사 제품 중 경쟁력이 약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업체를 인수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디저트 시장의 성장 기대

건강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디저트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간식을 즐겨먹는 미국인들의 식문화와 함께 조금 더 건강한 상품을 찾는 구매 성향이 동시에 반영되어 fresh baked 디저트(통밀 케이크, 글루텐 프리 케이크)의 소비가 늘었다. 냉동 디저트 상품의 판매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상승으로 비슷한 제품이라도 냉동보다는 갓 만든 디저트 상품을 선호하는 구매 트렌드가 소비자들을 디저트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업체들은 유기농 및 글루텐 프리 디저트를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통밀로 만든 케이크의 인기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빵 제조 및 유통 전문업체 Sara Lee사는 케이크, 파이 전문 베이커리 중소업체 Cyrus O’Leary’ Pies를 인수하면서 대형업체에서 소포장한 fresh baked 디저트 판매가 가능함을 알렸다.

코로나바이러스 후 사재기 현상이 매출 급상승 이끌어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발생 후, 미국 빵 시장의 매출 변화도 눈에 띈다. 3월 13일 미국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본격적으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며 대형마트 내 휴지와 식빵류가 가장 먼저 품절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2017년 초강력 폭풍 ‘스텔라’가 북동부 지역을 강타할 때도 일시적으로 발생한 바 있다. 210 Analytics의 시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같은 기간의 빵 판매량보다 44.3%가량이 상승했으며 롤빵, 베이글, 페이스트리는 각 58.6%, 49.7%, 29.1%까지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러운 빵 수요상승은 빵 반죽에 사용되는 이스트와 밀가루 공급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Nielsen Data에 따르면 제빵에 사용되는 이스트 판매량이 2019년 동기 대비 비교하였을 때 647%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선언 후 미국 내 사재기로 인해 매출 상승 특수효과를 본 장보기 상품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증가한 수치이다. 사재기로 인해 일반 빵 구매에 어려움을 느낀 소비자들이 자택대피령에 대비하여 오랜 기간 두고 먹을 수 있는 홈 베이킹을 위한 이스트 구매를 선호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 홈 베이킹이 자택대피령 기간 동안 미국인들의 취미 생활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미국 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대형 이스트 제조업체인 Red Star Yeast는 “우리는 최대한 빠르게 이스트를 생산하려 하고 있지만 이처럼 높은 수요는 전례에 없었다”라는 문구를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다.

 시사점

 미국 내수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변화한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곡물, 천연, 글루텐 프리 제품군 개발이 꾸준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비만이나 당뇨병과 같은 건강 위험에 대한 대중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더욱 명확한 영양성분 기준을 바탕으로 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의 식품 영양성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특히 디저트 제품군에서 더 건강하고 좋은 재료로 만든 상품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수화물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빵 시장 총매출액이 상승했다는 점은 국내 제품 수출의 또 다른 기회이다. Fresh baked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낱개 소포장한 디저트 상품이 시중에 꾸준히 선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실온 보관이 가능한 국내 디저트 상품 수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오랜 기간 보관하더라도 섭취에 지장이 없는 냉동식품 수요상승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PB(Private Brand)상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만큼 국내 중소 제빵업체들도 미국 유통업체로의 납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한-미 FTA 이후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 파이와 케이크(HS CODE 1905.90)는 대미 수출에 있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혜택을 활용하여 국내 소포장 냉동 디저트의 수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수 있다.

건강과 맛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의 즉각적 시장 대응으로 시장 전체 매출액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의 소비여력이 확충되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과 특화된 빵들에 대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간 미국 빵 시장은 대량생산 위주로 성장해왔으나 앞으로는 대형업체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고급 제빵 기술력을 갖춘 소규모 업체를 인수하는 경우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빵을 생산하기 위한 투자도 대형업체들 사이에서 최근 주요 이슈이다. Fresh baked 베이커리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기존 소형 지방 베이커리들의 동반성장도 기대된다. 이 추세를 활용하여 국내 제과, 제빵 기술 수출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대형 제빵업체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미국 전역의 제빵 비즈니스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사재기 현상 초기에는 충분한 대응 시간이 부족해 재료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재에는 정상적으로 제조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고 전했다. 코로나바이러스발 사재기 현상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미국 빵 제조업체들은 시장의 갑작스러운 수요상승에 따라 재료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료: Grupo Bimbo, Flowers Foods Inc, Euromonitor, IBISWorld, Statista U.S. Census Bureau, Simmons National Consumer Survey, IRI, Total US, MULO, 시카고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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