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카페인 음료 판매제한 지역 확대에 대한 고찰
[기고] 고카페인 음료 판매제한 지역 확대에 대한 고찰
  • 이주형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본부장
  • 승인 2020.05.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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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본부장
이주형 식품안전정보원 식품영양정책연구본부장
이주형 법학박사
식품안전정보원 정책연구본부장

규제영역에서 카페인 규제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가 고농도순수 카페인 고체 등의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식품 영역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카페인이 포함된 가공식품이다. 이번 논의 대상인 고카페인 음료나 가당음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 자연적으로 카페인이 포함된 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카페인이 포함된 가공식품, 고카페인 음료의 규제 방안에 대한 의견을 다음과 같다.

고카페인 음료로 인한 식품사고 없어 강행 규제는 정당화 안돼

실질적으로 강행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을 만큼 고카페인 음료는 식품사고 유발과의 직접적 인과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유의미한 과학적 데이터들이 발표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우선, 고카페인 음료는 현행법을 모두 준수하고 있는 식품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어린이나 청소년이 고카페인 음료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명확히 제한되어야 할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고카페인 음료에 대하여 과세, 판매금지, 표시광고강제 등의 제한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레드불 과세법·리투아니아-판매금지법·사우디-표시광고금지 등 각국 규제 시행

2013년 프랑스에서는 에너지음료를 1리터당 1유로를 과세하는 일명 '레드불 과세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대상으로 하는 과세나 설탕세 등에 규제 타당성 방안 연구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특히, 우리나라는 과세를 통한 산업의 직접 규제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2016년 영국은 제조 및 소매 판매에서 자율 규제로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에너지 음료 자율판매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 규제로 되어 있고 위반시 처벌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우리와 달리 영미국가들은 식품법상 사업자 책임이 행정처분 중심이 아니라 사법체계 단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자율규제가 있음에도 판매하여 식품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처럼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가 아니라 사법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묻게 된다.

2014년 세계 최초로 리투아니아에서 에너지 음료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이 시행되었다. 미성년자에게 에너지 음료를 판매 한 자에게는 15만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된다. 리투아니아법상 카페인은 의약품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강함에 따라 리투아니아가 최초로 판매금지와 함께 처벌까지 부과할 수 있었다.

노르웨이나 호주가 의약품으로 분류해서 고카페인 식품 등을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 우리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을 할까. 사우디는 에너지 음료광고를 전면금지하고 특히, 교육, 스포츠시설, 정부건물 내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인도 등은 광고의 전면금지가 아닌 고카페인 음료 광고시 에너지, 핫, 스포츠, 파워 등의 과도한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문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단기적으로 고카페인 규제를 위하여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은 인도처럼 광고 문구를 규제하는 방안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아일랜드처럼 운동전후의 음용행위에 대한 주의문구를 표기할 것을 권고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의무표기사항이 계속 늘어가는 것은 산업체에게도 부담이고 소비자도 결국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식약처 판매제한 지역 확대는 사업자 강제규제로 부담 가중
소비자 행동동태 파악 후 '인지표시' 등 비강제 넛지 방식 바람직

식약처의 검토 방안인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내에서의 고카페인음료 전면 판매금지도 좋은 방법이지만, 사업자의 부담이 너무 크므로 실행방법에 있어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법보다 생각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한다. 이른바 '넛지(nudge)' 방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전등을 끄라는 식의 교육은 아무리 해도 실천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스위치 옆에 숫자가 보이는 계량기를 달아놓으면 스위치를 끄지 않으면 숫자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대부분 스위치를 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법의 체계상 산업을 직접 규제하는 것보다는 소비자의 행동동태를 파악해 비강제적 규제방법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산업체를 직접 강제하는 것보다는 소비자의 행동동태를 파악해 강제적이지 않은 규제 방안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강력한 강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에너지 드링크와 술을 섞어 마시는 문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학업 향상을 위한 졸음 억제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문화이므로 이러한 차별화된 문화적 접근도 매우 중요하다. 즉, 장기적으로는 행동동태를 파악해 이에 맞는 세밀한 넛지 등을 영양 정책에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국가들이 영양 정책에서는 강행 규제가 어렵고 그렇기에 프로그램 단위의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지만, 성과면에서는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넛지이고, 미국과 영국 등은 이미 넛지를 활용한 영양정책 프로그램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행동동태학적 접근법인 넛지를 활용한 3가지 고카페인 음료 소비 감축 방안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엄밀히 말하면 2가지 유형이다.

판매점 구분 진열 및 권고 표시 부착 주의 환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주의사항 전달 의무 부과
구역내 판매는 소형·저카페인 제품 취급 의무화

첫째, 교육이나 홍보는 일상적 상황, 평시에 이뤄진다. 그러나 소비자의 행동동태를 고려해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구매 시점에서의 인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것을 '인지 표시'라고 한다. 진열대에 고카페인 음료를 구분진열하게 하고 진열대나 냉장고 문앞에 크게 표시주의 권고사항을 부착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고르거나 문을 열 때 표시를 인식하고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 선택시 인지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두 번째도 같은 인지의 내용으로 어린이 식품안구역판매시 구매자가 어린이로 인식될 경우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고카페인 음료의 주의 권고를 전달하게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사이즈 규제다. 어린이 식품안전구역내에서의 판매를 전면 차단하는 것보다는 구역내의 판매점은 작은 사이즈 제품만 판매하게 하거나 카페인 함량이 소량인 제품만 판매하게 하는 방안이다. 구역내에서 전면 판매를 금지하면 구역 외에서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안전 기준 내에서 소량 섭취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제안을 하면 여러번 구입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물음은 구역 외에서 다량 구입하는 방법은 어떻게 할거냐는 질문과 같다. 행동동태학의 일반적 데이터를 보면 사이즈만 줄여도 구매 횟수가 실질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와 있지만, 국내적으로 우리 소비자의 행동동태도 동일하다고 입증된 데이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와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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