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카페인음료 판매제한 지역 확대는 효율성 없는 산업 규제”
“고카페인음료 판매제한 지역 확대는 효율성 없는 산업 규제”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05.28 0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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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집 등 금지구역 외 판매 증가로 풍선효과 발생 가능
판매점 구분진열 후 주의권고사항 표시로 주의 환기해야
소비자 행동 동태학적 접근 넛지 방식 규제가 더 바람직
식약처, 관리 강화 방안에 업계·전문가들 부정적 의견 제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6일 ‘고카페인 음료 관련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강화방안’ 주제로 온라인 열린포럼을 개최했다.

정부의 고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 방침에 대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효율성 있는 정책이 아니라며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고카페인 함유(150ppm 이상) 표시 등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이 2015년 3.3%에서 2019년 12.2%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과다섭취에 따른 건강 위해 우려로 적극적인 관리 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성동천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 사무관

특히 초등학생의 경우 에너지음료에 콜라나 커피우유, 초콜릿 등 주요 카페인 급원식품을 추가로 섭취할 경우 1일 최대권고량을 2배 이상 넘는 카페인 과다섭취로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고카페인 음료 판매 제한 지역을 현행 학교매점에서 학교 주변 200m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을 거쳐 오는 9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개정을 통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식약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 성동천 사무관은 "식품안전보호구역 내 편의점 등의 청소년 대상 고카페인 음료 판매금지 관리는 POS(Point of Sales) 시스템을 기반으로 주의문구 표출 및 구매자 연령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실행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행정처분 등 사후조치 등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를 위해 26일 소비자단체 학계 업계 전문가 등 이해관계자를 패널로 초청한 가운데 ‘고카페인 음료 관련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강화방안’ 온라인 열린포럼을 개최했으나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정책안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날 포럼에서 한국식품산업협회 송성완 식품안전본부장은 “고카페인 음료 판매제한 지역 확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자칫 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며 “규제 강화보다는 교육을 통한 청소년의 식습관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의 이러한 주장은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이 식약처가 정한 최대 1일섭취권고량에 훨씬 못미처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식약처는 이미 국민의 카페인 과잉 섭취로 인한 건강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설정 관리하고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은 65.7mg으로 최대 1일섭취권고량의 17.6% 수준에 불과했으며, 연령별로도 성인 19.8%, 청소년(만13~19세) 11.3%, 어린이(만7~12세) 6.2%, 미취학어린이(만1~6세) 3.7% 수준이었다.

송 본부장은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섭취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판매제한 지역을 확대하는 것은 해당 지역 내 편의점이나 마트,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등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식품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식품기업들은 시판되는 모든 고카페인 음료의 주 표시면에 총 카페인 함량을 표시하고 있으므로 규제 강화보다는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1일 섭취기준에 대한 이해를 높여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고 올바른 식품을 선택하는 습관을 형성케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송본부장은 강조했다.

정윤화 교수(맨왼쪽)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패널토의 모습(오른쪽부터 식품안전정보원 이주형 박사, 식품산업협회 송성완 본부장, 프랜차이즈협회 박호진 사무총장.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박호진 사무총장도 "학교 주변의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내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판매 금지하더라도 학원이나 집 등 구역 외에서는 아무런 제재없이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풍선 효과처럼 정책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과도한 규제는 목적하는 바는 이루지 못하면서 기업활동만 심각하게 옥죌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특히 청소년들이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이유는 시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늦은 밤 졸음 방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인데,  과연 학교 주변에서 제품 판매를 제한한다해서 실질적으로 섭취량이 줄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식약처는 판매점에서의 신분증 검사와 행정 처분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편의점의 경우 현행 POS 시스템으로는 고카페인 음료인지를 파악할 수 없을뿐더러 술이나 담배 팔 때처럼 음료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도 불편함이 크다고 말했다. 

더더욱 문제되는 것은 파파라치나 블랙컨슈머들이 성행할 우려가 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이직률이 높은 탓에 이와 관련한 교육에도 애로가 뒤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품안전정보원 이주형 식품정책연구본부장은 “식약처가 검토하고 있는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내에서의 고카페인 음료 전면 판매금지는 사업자의 부담이 너무 크므로 산업체를 직접 강제하는 것보다 소비자의 행동 동태학적 접근법인 넛지(nudge) 방식의 규제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3가지 유형의 규제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판매장소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구분 진열하게 하고, 그 앞에 주의 권고사항을 크게 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제품 선택시 주의를 환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어린이식품안전구역에서 판매할 경우 구매자가 어린이로 판단되면 판매자로하여금 고카페인 음료의 주의 권고사항을 알리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사이즈를 규제하는 방안으로, 어린이식품안전구역 내의 판매점은 용량이 적은 제품이나 카페인 함량이 낮은 제품만 취급토록 하는 것이다. 이는 구역 내에서 전면 판매를 금지하면 구역 외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으므로, 안전기준 내에서 소량 섭취할 수 있게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이 본부장은 “행동동태학의 일반적 데이터를 보면 제품 크기만 줄여도 구매횟수가 실질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의 행동동태는 입증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와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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