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낙농부문 대처 동향
[이슈분석]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낙농부문 대처 동향
  • 김민 기자
  • 승인 2020.03.31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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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아시아는 물론, 중동, 유럽, 미국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세계 낙농산업도 우유 집유 및 유제품 운송지연, 소비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 등으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적절한 이동 통제와 효율적이고 발빠른 대처로 코로나가 3월 중순이후 주춤하고 있으나, 유럽과 미국은 최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국경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세계 낙농산업에도 상당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IDF코리아 대외협력본부 국제협력팀이 정리한 코비드-19에 확산에 따른 세계 낙농업계의 최근 대처 동향과 전망을 소개한다.

1. 낙농생산 및 유가공부문 동향

▲ 미국, 코로나 위기 심화에 따라 산업차원의 확산 방지 노력 추진

최근 급격한 확산에 따른 충격이 미국사회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미 농무부는 경제 전반의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학교 폐쇄, 유통망 붕괴에 따른 유가공 침체 등의 여파가 지속될 경우 낙농분야 손실액이 3조 4천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낙농가연합(NMPF)은 최근 자체 웹사이트의 코로나 대응 매뉴얼 확대에 이어 전문가들이 출연하는 팟캐스트 시리즈를 새롭게 추가했다. 팟캐스트 시리즈는 낙농생산 전문가가 출연해 목장이 어떻게 코로나 관련 안전대책을 도입하는지와 환경 및 규제관련 전문가가 출연해 코로나로 인해 낙농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부와 민간이 어떻게 협력해서 해결해야 하는지 등을 다뤘다.

유가공업체가 회원인 전미 유제품협회(IDFA)도 3월 12일 각 회원사에 ‘코로나 관련 수칙’을 전달했다. 이 수칙은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개인위생수칙, 유업체의 직원 관리, 식품 안전과 관련한 사항 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IDFA는 우유와 유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강조했는데, 현재 어떤 보건당국도 이 병이 식품을 통해 전염되거나 전염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미국에서 생산되는 우유의 경우 소비자에게 도달되기 전 17가지의 각종 안전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유럽, 코로나 비상대책과 함께 원활한 물류이동 노력

아일랜드 낙농업계는 정부가 3월 12일부터 공공시설 폐쇄, 모임 및 행사 제한 등 ‘코로나 비상대책’을 시행함에 따라 ‘집유 및 가공업무와 관련한 업무규약’을 마련하고, 정부에도 필수적이지 않은 목장 방문지도나 검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 규약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해 코로나 감염 및 확산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서 집유 및 가공과정에서 원유폐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기 위해 만들었다.

벨기에 등 각국 낙농기관들도 자사 직원들과 목장 관리자들을 위해 코로나 관련 위생수칙을 마련해 배포했다. 이 수칙은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개인위생관리, 목장에서의 바이러스 예방법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은 고유한 정치․경제적 특성으로 인해 국경에서의 물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어 이에 대한 EU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유럽 유제품연합은 3월 14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EU 집행위원회에 우유와 유제품의 국가간 이동이 제한받지 않도록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럽 식품연합의 이같은 요구는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는 유럽에서 국경간 물류이동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원유운송은 물론 신선도를 생명으로 하는 유제품 소비에도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U는 이에 대한 대책마련 등을 위해 3월 23일 각국 농업장관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 뉴질랜드, 대다수 사업장 폐쇄 속 낙농분야는 필수 서비스로 가동 중

뉴질랜드에서는 정부가 코로나 대응단계를 격상함에 따라, 상당수의 사업장이 영업 중단에 들어갔으나, 유가공 부문은 영업 중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23일 뉴질랜드 정부는 코로나 경보 4단계 발령 후 48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3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술집, 식당, 카페, 체육관, 영화관, 도서관 등 상당수의 사업장이 영업 중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원유생산, 집유 및 유가공 산업은 필수산업으로 분류돼 영업중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관련 업무시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정부에서 정한 엄격한 지침을 따라야 한다.

▲ 중국, 첨단기술을 활용한 정부의 강력한 이동제한 정책으로 코로나 확산세 주춤

중국은 코로나 확산으로 2월부터 정부주도로 강력한 이동제한 정책을 추진해 3월 중순 이후부터는 코로나 확산세가 현저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을 빅데이터 기술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개별 전자 건강증명서 발급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추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2. 소비 및 가격 동향

▲ 유럽,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유제품 사재기 횡행

유제품을 포함한 식품 사재기도 횡횡하고 있다. 영국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에 따라 장기보관이 가능한 멸균류를 비롯해 우유, 버터, 요거트 등 냉장 유제품 판매가 급증하는가 하면, 미국에서도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이른바 '패닉 사재기(panic buying)'가 확산된 바 있다.

인도의 구자라트 주에서는 코로나 공포 확산으로 지난 3월 20일 우유 및 유제품 판매량이 15%나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별 소비량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필수 식량으로 인식되는 우유의 경우 수퍼마켓은 물론 목장에서 소유한 판매장까지도 지난 10일간 판매량이 급증하는가 하면, 식물기반 대체우유 소비도 덩달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치즈의 경우 식당, 푸드서비스 소비감소, 각종 행사 취소 등으로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치즈의 경우는 찾는 사람이 없어 생산시스템 붕괴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일본, 휴교령으로 잉여원유 증가하자 네티즌들 우유소비 촉진 홍보 나서

일본의 경우 3월 2일부터 전국에 휴교령이 내려져 학교우유 공급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우유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이번 휴교조치로 하루 소비량 2만톤 중 약 10%인 2천톤의 잉여원유가 발생해 유업체들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낙농가들 또한 원유가 음용용이 아닌 가공용도로 사용될 경우 원유수취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우유푸딩, 젤리, 스튜 등 다양한 우유요리 레시피를 활발하게 공유해 우유소비 촉진에 동참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 국제유제품 시장, 2월 이후 하락세 지속...경기침체에 따른 낙농수요 대폭감소 우려

국제 유제품가격은 코로나 영향으로 2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가 주도하는 온라인 유제품 경매시장인 GDT(Global Dairy Trade) 경매가격은 작년 12월 조정 이후, 올해 1월에는 다소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4회 연속(8주) 떨어졌다. 이탈리아 우유시장물가(spot milk market)도 지난 달 대비 7% 떨어졌고, 유럽에너지거래소(EEX)의 유제품 선물가격(milk-products futures)도 5월 계약건이 5.7% 하락하는 등 시장지표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안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유제품 가격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지난 3월초 ITNL FCStone의 대표 Nate Donnay는 "코로나 영향으로 향후 1년간 유제품 가격이 6-7%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지만,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전역으로 코로나가 확산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경제충격에 취약한 개발 도상국들이 경제위기로 내몰릴 경우 세계 낙농수요 급감으로 이어져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3. 향후 전망

▲ 유럽낙농위원회(EMB), "코로나로 낙농업계 최악의 위기 상황 올 수도" 경고

- EU 차원의 원유생산 감축 등 산업 전체의 신속하고 자발적인 행동 강조

유럽 15개국 20개 낙농가협회의 연합체인 유럽낙농위원회(EMB)는 지난 23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위기에 전 부문이 나서서 대응하지 않으면, 낙농업계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먼저 EMB는 현재 낙농관련 모든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는 GDT 유제품 경매가격은 3월 18일에도 3.9%나 떨어졌고, 이탈리아의 3월 우유시장물가(spot milk market)도 지난 달 대비 7%나 떨어졌다. 유럽에너지거래소(EEX)의 유제품 선물가격(milk-products futures)도 크게 떨어져, 5월 계약 건은 5.7%나 하락했다.

EMB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 사우스 티롤의 유가공업체 밀라는 소속 농가들에게 현 상황에 맞게 자발적으로 생산량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 또는 기관별로 서로 다른 대응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광범위한 범위에서 모든 부문이 참여해 코로나로 인한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MB는 현재 대부분 지역의 원유생산량이 가공업체 및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양에 비해 너무 많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 확산으로 가공업계의 원료 조달 및 유통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인력 부족이 심화될 수도 있으며, 특정 제품의 경우 수요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따라, EMB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측에 즉시 자발적인 생산 감축 계획을 준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으므로 신속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IDF, 회원국간 네트워크 활용한 세계낙농업계 공동대응 노력 강조

이런 가운데 국제적인 공조 및 협력을 통한 위기극복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쥬디스 브라이언스 IDF 회장은 특별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낙농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유제품을 공급하는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를 위해 각 회원국의 코로나 대응 조치사항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IDF측에 공유해 줄 것을 요청하고, IDF가 위기극복을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IDF Korea는 이러한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무상급식대상자 학교우유 공급, 코로나 대응요령 포스터 제작 등 최근 정부와 진흥회의 조치사항을 IDF측에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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