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해산물 이야기_딱새우
[류양희의 수다 in Jeju]-제주 해산물 이야기_딱새우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3.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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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딱새우는 밥한그릇 뚝딱 해치우기에 딱! 좋아"
해물 요리의 기본 재료... 대하·쏙 등과 외관 비슷 구분어려워
껍질 벗기는 수고 비해 살은 적지만 식감·맛은 랍스터 수준
숙성 딱새우회 쫀득한 맛 일품...딱새우찜은 그대로 먹어야 제맛

제주 물고기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해산물 이야기’로 분위기를 전환해본다. 바다에는 물고기만 사는 것이 아니니 주제를 보다 넓혀 제주 스토리를 이어가고자 한다.

제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는 그저 에메랄드빛 바다만 보아도 가슴이 뛰었다. 주말에는 늘상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다녔다. 눈에 펼쳐지는 모든 자연들이 멋들어졌기 때문에 맛집도 모르고 입소문난 풍경지도 모르면서 마냥 돌아다녔다. 편식 대마왕(?)인 큰 아이 때문에 어디를 가도 외식 메뉴는 돈가스 아니면 칼국수였다. 서귀포 남원에 집을 구해 살았던 터라 상대적으로 대각선 반대방향은 자주 갈일이 없어 주말엔 일부러라도 북서쪽의 제주를 훑어보곤 했다. 애월, 한림 쪽이 바로 그 곳이다.

하루는 한림의 협재・금릉해수욕장으로 목적지로 하고 길을 나섰다. 서귀포 남원에서 한림으로 가려면 네비게이션만 믿고 길을 잘못 들어서면 70km나 되는 먼길이다. 이젠 제주도에서 특별한 일 아니면 그런 장거리(?)를 뛰진 않지만, 정착 초기엔 제주도 안에서 돌아다녀봤자 거기서 거기지하는 마음으로 큰 부담없이 돌아다니던 시절이다.

어느날 오랜시간 운전하다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슬슬 배도 고팠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좀 더 남았고... 그래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고갯길가에 해물칼국수 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전망이 일단 좋았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협재・금릉에나 가야 볼 줄 알았는데 칼국수집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바다도 작렬하는 태양빛을 받아 에메랄드빛이 쫙 펼쳐지는게 제주에서 사는 자부심을 북돋아주기에 충분했다. 그 바다가 곽지해수욕장이라는 사실을 그 날 그 곳에서 처음 알았다.

주문한 해물칼국수가 나왔는데, 음식 안에 얼핏 보기에 ‘대하’ 닮은 것이 여럿 들어있는 걸 보았다. 대안학교 교사시절 아이들과 이곳저곳 여행한 경험이 많아 그것의 정체에 대해 잘 알기에 아이들과 아내에게 어깨에 힘을 팍 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대하 (출처_국립수산과학원)

언젠가 학교 아이들과 전남 신안 증도로 여행을 갔는데 ‘민어회’를 뜨고 덤으로 얻은 것과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 때도 학교 아이들에게 ‘대하’인줄 알고 침튀기며 설명했더랬는데.... 나의 연설을 듣던 횟집 사장님이 "그 것은 ‘대하’가 아니라 ‘쏙’이다"며 정정해주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 앞에서 민망하기도 하였지만 그 챙피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있었기에 ‘쏙’만큼은 절대 잊을 수가 없게 됐다.

어처구니 없던 경험을 되살리며, 칼국수 속 해산물이 ‘대하’인 줄로만 알고 있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쏙’ 경험담을 아주 재미나게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은 그 설명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국수 흡입에 정신없었지만 말이다.

쏙 (출처_국립수산과학원)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이 아까부터 영 이상했다. 몇 번을 주저하는 표정이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참다못해 다가오더니 “육지에서 여행 오셨나보네요?”하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육지에서 아예 살러 내려왔다고 자랑스럽게 답했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본론을 이야기한다. 해물칼국수에 들어간 것은 ‘쏙’과는 다른 ‘딱새우’라는 것이다. 아차...><

딱새우 (가시발새우, 출처_국립수산과학원)

대하도 아니고 쏙도 아닌 ‘딱새우’라니, 이건 또 무엇인지... 처음엔 육지에선 ‘쏙’이라 부르는 걸 제주에선 ‘딱새우’라고 부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것이었다. ‘쏙’을 ‘대하’로 알던 그 때의 데자뷰였다.

‘대하’는 십각목 보리새우과의 갑각류다. 우리가 그저 보기엔 전형적인 큰 새우다. ‘쏙’은 십각목 쏙과에 속한다. ‘딱새우’의 정식 명칭은 ‘가시발새우’로 십각목 가시발새우과다. 비전문가로 대하와 쏙과 딱새우를 구분 못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는 변명으로 위안삼아본다. 그러나 셋을 다 경험해 본 지금은 이제 좀 구분할 수 있는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대하’는 그야말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새우다. 그런데 쏙과 딱새우는 대하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껍질이 무척 단단하다. 맨 손으로 쏙과 딱새우를 씻으려면 손에 꺼끌꺼끌한 감촉이 느껴지고 잘못하다간 손을 베일 정도다. 철수세미로 쓱쓱 닦아도 보았지만, 철수세미의 가닥이 꺼끌한 부위에 걸려 끼어버리는 탓에 오히려 더 낭패였다. 그래서 어떤 이는 칫솔로 문질렀다는 경험담도 있다. 

그런데 손질하다가 알게 됐다. 딱새우는 쏙과는 달리 길다란 집게다리가 두드러진다는 것을 말이다. 쏙과 딱새우는 서식환경도 아예 다르다. 쏙은 해안 갯벌에서 살지만 딱새우는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살아 저인망으로 잡는다. 그러니 갯벌이 발달한 전남 신안에서는 쏙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이고 육지와는 멀리 떨어진 제주에선 딱새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주에선 해물이 들어간 거의 대부분의 요리에 딱새우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런 갑각류 음식들은 감칠맛이 한결같지만 문제는 먹기까지 너무 많은 품이 든다는 것이다. 껍질 벗기는 수고에 비해 입에 들어가는 살은 너무 적은 것도 문제지만 말이다. 그런데 딱새우는 요령만 알면 아주 쉽다. 딱새우의 구부러진 등 방향과는 90도 틀어진 방향으로 꺽으면 쉽게 꺽어지면서 그 안에 먹음직스런 살들이 몽글몽글 탱글탱글 전부 딸려 나온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돈다.

피어22의 딱새우요리 (출처_비짓제주)

그럼 실제 맛은 어떨까? 식감이나 맛이나 딱 랍스터 맛이라고나 할까. 한미정상회담 만찬장에 올라 더욱 유명해진 독도새우보다 오히려 한 수 위라고 평하는 이들이 있는데 필자는 아직 독도새우를 먹어보지 못했으므로 그냥 그런 이야기가 있더라는 말만 전하련다.

제주에선 딱새우를 품들이지 않고 먹을 수 있게 손질한 ‘딱새우회’를 판다. 약간 숙성시킨 것인데 맛은 쫀득하니 맛있다. 딱새우찜은 초고추장이나 간장에 찍어먹기보다는 그냥 먹는 것이 딱새우 본연의 맛을 느낄수 있다. 다른 소스 없이도 충분히 감칠맛이 난다.

딱새우회(출처_ 업체 새벽시장 홍보사진)

그 밖에도 딱새우는 국물을 내는 재료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심지어 된장찌개 같은 일반적인 음식에도 들어간다. 그런데 딱새우를 먹다보면 딱새우에 파란색 알갱이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파란색이라는게 음식과는 맞지 않는 색이라 꺼림칙할 수도 있다. 곰팡이가 핀 것 아닌가 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딱새우 알이다. 그러니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된다.

제주에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 식사를 주문하면 어떤 메뉴든지 딱새우를 마주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제주에서 많이 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말이지 제주에서 딱새우는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는데 정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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