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려오는 중국산 바이주 막을 '한국형 고량주' 개발된다
[단독] 밀려오는 중국산 바이주 막을 '한국형 고량주' 개발된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0.03.10 0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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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체결 이후 고급 고량주 수입 2.6배 급증
농진청, 국산 수수 활용 올해 말 시제품 선보일 예정
다수확품종 시범재배단지 2곳 조성...쌀문제 해결도 일조할 듯

중국은 ‘천하에 술이 없으면 친구를 만날 수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술과 음식 문화가 크게 발달한 나라다. 넓은 땅만큼이나 다양성을 자랑하는 중국술은 무려 5000여 종에 달하는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증류주인 ‘고량주(高粱酒)다.

’고량‘은 우리말로 수수를 일컬으며, 고량주는 ’수수로 만든 술‘을 의미한다. 고량주는 또 백주(白酒, 바이주)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색이 없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량주는 위스키 브랜디 럼 진 보드카와 함께 세계 6대 증류주에 속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대표적인 고량주는 향이 은은하고 목넘김이 깔끔해 인기가 높은 연태고량주(烟台高粱酒)를 비롯해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모태주(茅台酒, 마오타이주), 서민들이 즐겨마시는 대중적인 백주인 이과두주(二锅头酒), ’공자의 술‘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공부가주(孔俯家酒), 보리누룩을 발효시킨 분주에 한약재와 당분을 넣어 향이 일품인 죽엽청주(竹葉靑酒) 등이 손꼽힌다.

이러한 중국 고량주가 최근 우리나라 술 시장에 강하게 노크하며 애주가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에 수입된 고량주는 6308t에 2251만달러(약 225억9400만원) 규모로, 수량면에서는 약간 줄었으나 금액면에서 3년 전에 비해 무려 2.6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12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고량주에 대한 관세가 30%에서 매년 1.5%씩 낮아지면서 양하대곡, 백년호도, 노주노교 등 중국 유명 고량주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고급고량주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국산 농산물 활용 확대를 위한 한국형 고량주 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청장)은 수수 다수확 품종을 논작물로 재배해 고량주 원료로 사용할 경우 남아도는 쌀 문제 해결은 물론 한-중 FTA 체결이후 눈에 띄게 증가하는 고량주 수입을 대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고체발효 고향기 증류주 제조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미 국립식량과학원을 통해 키가 작으면서 수확량이 많은 동안메, 남품찰, 소담찰, 밀양15호 등 수수 다수확품종을 개발했으며 올해 안에 충북 제천과 강원도 영월에 각각 10헥타르(ha) 규모의 수수 재배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들 시범단지에 수수 다수확 품종을 식재할 경우 연간 110톤 상당의 수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진청은 수수 재배단지 확대에 따른 생산물 소비확대 방안으로 그동안 떡 위주의 가공에서 벗어나 국산 고량주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고 지난해부터 R&D를 통한 구체적 실용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외부 연구기관과 생산업체가 참여하는 연구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연구과제를 통한 발효 수율 향상 및 향기 집적기술을 개발하고, 지난해 11월 곡류와 처리조건에 따른 시험생산 고량주 평가회를 가졌다.

2개월 정도 숙성한 국산 고량주 3종과 중국산 연태고량주, 공부가주 등을 비교 평가한 결과 우리 술 중 하나가 연태고량주 다음으로, 공부가주보다는 높게 호평받아 시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김행란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장
김행란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장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주도로 진행되는 한국형 고량주 개발은 올해 상반기 2단계 발효 방법에 의한 발효수율 향상 기술을 특허출원하고, 하반기에는 ‘저분자 향기 성분 농축 고체발효 증류장치’를 개발 특허출원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곡류를 이용한 고체발효 특성 분석으로 최적 제조공정을 확립한 후 생산업체 접목을 통한 현장 실용화 및 성과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현재 충북 영동의 고량주 농업법인회사 ‘르까올리앙’과 2단계 발효법 적용 고량주 상품화를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시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수 시범단지인 제천과 영월의 지역내 고량주 생산 희망업체를 발굴해 발효기술을 지원하는 한편 21~22년에는 파일럿 규모의 발효 및 증류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연구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김행란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장은 “중국 산동성에 위치한 마오타이 제조업체의 경우 한 회사가 전주 혁신도시 크기의 생산 및 부대시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 고량주 시장의 크기를 대변해주고 있다”며 “현재 중국에서는 마오타이 수정방 오량액등 유명 고량주의 짝퉁 제품이 난무하는 탓에 중국인들의 자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큰 반면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어 국산 고량주가 개발될 경우 국내외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고 내다봤다.

김 부장은 “특히 중국산 고량주는 일반적으로 다양한 향미증진제를 사용해 인위적인 맛과 향을 조합하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형 고량주는 숙성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자연의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는 발효 수율 향상 및 향기 집적 핵심기술을 개발할 경우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술인 소주의 경우 담백하면서 밋밋한 맛인데 반해 수수 완두 밀가루 쌀 콩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고량주는 각각의 원료가 갖는 특성과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독특한 풍미로 인해 깊고 풍부하면서도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 개성 있는 젊은 애주가들의 입과 코를 즐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진청은 국산 수수를 원료로 개발된 한국형 고량주가 시장에 성공할 경우 아산만, 새만금 등의 간척지에서 재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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