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 물고기이야기_돔, 돔! 돔!!
[류양희의 수다 in Jeju] - 제주 물고기이야기_돔, 돔! 돔!!
  • 제주=류양희 통신원
  • 승인 2020.02.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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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의 줄임말...손맛 강렬한 바다 낚시 인기 어종
돌돔 참돔 벵에돔 감성돔 등 4대돔은 귀하고 비싸
연안성...먹이 많은 암초위 몰려 갯바위서 채취 가능
돌돔 벵에돔, 지방 많고 단단해 맛 식감 만족도 커
대형 참돔은 회맛 좋지 않아 매운탕 조리 등이 적합

벌써 20여년도 훨씬 전, 여름에 비가 내려 물이 제법 불은 계곡에서 대나무에 낚시줄을 연결한 간이 낚시대로 물고기를 잡아본 적이 있다. 그 이전에도 비슷하게 낚시질을 해본 적이 있고 그 이후에도 몇 번 시도는 해보았지만 그때를 굳이 기억하는 건 처음으로 물고기를 잡아본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빠르고 세찬 물살을 입질로 착각해 낚시대를 들었다 내려놓기를 여러번, 그런데 과연 입질의 느낌은 물살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팽팽해지면서 파르륵 떨리는 낚시줄의 느낌이 낚시대 끝에서부터 손끝까지 전해오는데 ‘아! 바로 이거구나!’하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바로 이 손 맛에 낚시를 한다고들 한다.

이미 낚시는 꽤 인기있는 취미활동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고 심지어 낚시 예능도 주목을 끌고 있다. 아예 낚시 전문 케이블방송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러한 낚시 인기 속에 바다에서 낚고 싶은 물고기로 꼭 등장하는 것이 있다. 돌돔, 참돔, 벵에돔, 감성돔... 이른바 4대돔이다. 이 돔들이 인기를 끄는 데는 우선 시중에서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귀한 물고기인데다가 낚시인들에게는 웬만한 낚시대로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강렬한 손맛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낚시인들에겐 이래저래 성취감이 큰 물고기들이고 그래서 인기 어종이다.

추자도 참돔(출처_운해횟집 홍보사진)

주로 돔들은 남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그러니 제주만의 특성을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아서 제주 물고기 이야기에 꼭 써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제주에서 안 잡히는 것도 아니고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닌데다가 제주 곳곳에서 낚시인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는 돔을 낚으려 하고 있는데 언급을 안할 수가 없다.

‘돔’은 ‘도미’의 줄임말이다. 그렇다고 돌돔, 참돔, 벵에돔, 감성돔이 모두 같은 도미 종류는 아니다. 참돔과 감성돔만이 도미과이고 벵에돔은 황줄껌정이과, 돌돔은 돌돔과이다. ‘돔’은 가시지느러미를 뜻하는 말로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들에 ‘돔’을 붙였다.

벵에돔회(출처_해녀와바다 횟집 홍보사진)

참돔은 4대돔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아마도 양식이 많아서 가격하락 요인이 됐을 것이다. 참돔은 20~30년을 산다. 그래서 보통 제사상이나 회갑연에 단골로 오르는 물고기인데 5kg이 넘는 참돔은 ‘빠가 참돔’이라 해서 맛이 떨어져 회로는 잘 먹지 않는다. 낚시인들이 가끔씩 대형 참돔을 낚는 경우가 있는데 성취감 면에선 클지 모르겠으나 회 맛은 크지 않아 매운탕이나 조림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

벵에돔이 인기 어종이 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제주에선 특히 자리돔 만큼이나 잡어로 취급받았던 고기다. 실제로도 벵에돔과 자리돔은 서식 환경이 비슷해 자리돔이 떼로 몰려들면 벵에돔도 근처에 있을 것으로 보고 낚시인들은 낚시대를 던진다.

제주에서는 검다고 해서 ‘가문돔’이라고 불렀던 ‘감성돔’이 있다. 다만 감성돔은 요즘 제주에서 보기 드물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 행정구역상 제주에 속하지만 정서상 제주보다는 전남 남해안에 가까운 추자도에서 낚시객들에게 종종 잡힌다.

돌돔회(출처_다미진 횟집 홍보사진)

돌돔 역시 쉽게 잘 잡히는 어종은 아니다. 그리고 워낙 힘이 좋아 고가의 낚시 장비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무나 쉽게 낚을 수 없고 낚시 고수들만이 잡을 수 있어 낚시인들이 꼭 한번 잡아보고 싶은 로망이 있는 것이다. 낚시인들의 이런 바람과는 별개로 돌돔 역시 양식이 되고 있고 사실상 시중 횟집에서는 대부분이 양식산이다. 돌돔은 지방이 많은데도 살이 단단해 맛과 식감을 동시에 만족시키기에 늘 인기가 높다.

4대돔은 연안성 어종으로 그리 깊지 않은 바닷 속 암초가 발달한 곳에서 주로 산다. 특히 감성돔은 암초 위를 타고 다니는데 물이 맑을수록 위로 뜬다. 암초가 발달하고 물이 맑은 제주에서 감성돔이 많이 잡힐 수 밖에 없던 까닭이다.

참돔이나 돌돔도 감성돔과 비슷한 편이다. 4대 돔이 암초를 좋아하는 까닭은 우선 이들의 먹이가 되는 성게나 소라, 따개비류가 암초에 서식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대돔은 배를 타지 않고서라도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도전해볼만해 더더욱 낚시인들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제주공항에서 보면 중년 남성들이 골프가방 아니면 낚시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이 시대 그 정도 되면 비교적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겠는데 왠지 그 분들의 뒷모습을 보면 조금은 짠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지나친 감정의 이입일까.

어쨌든 이 분들이 제주에서 머무는 동안 삶의 활력을 얻고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활력을 얻는 방법 중 하나가 맛있는 요리를 맛보는 것이라면 돔회나 돔지리 등 관련 요리를 추천해본다. 돔 낚시로 펄떡이는 생명력을 손 맛으로 제대로 느껴보는 것 역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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