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창간특집] ① 4차 산업혁명 시대 농업의 변화와 정책 방향
[FI 창간특집] ① 4차 산업혁명 시대 농업의 변화와 정책 방향
  • 정리=김주은 기자
  • 승인 2017.1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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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연 농림축산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과장

 

기술혁신에 수반하여 나타나는 경제 사회 구조의 변혁을 의미하는 ‘산업혁명’이 화두다. 1차 증기기관, 2차 전기, 3차 컴퓨터 인터넷에 의한 기술혁신을 거쳐 이제는 지능과 정보가 결합해 기계에 인간과 같은 지적능력을 부여하는 ‘지능정보기술’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고 있다. 농업과 식품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부와 학계, 업계, 연구기관에서 이에 대응한 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농장에서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스마트팜이 운용되고 있고, 식품기업들은 생산 공정은 물론 영업, 마케팅 부문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대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능정보기술의 빠른 적응은 곧 기업의 생존 문제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급변하는 사회 경제 물결에 순조롭게 편승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자금력이 낮은 영세중소기업 비중이 90% 이상인 식품업계의 형편을 고려하면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데이터마이닝 등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현장에 접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푸드아이콘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스피드가 생명인 현대 경쟁사회에서 국내 농식품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진단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연구기관, 업계의 의견을 개진하는 특집을 마련해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을 계기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기도 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빠르게 진행 중이며, 그로 인해 촉발된 변화의 속도와 범위, 그리고 영향력은 이전 혁명들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동인은 ICBM으로 요약되는데, 이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을 의미한다. ICBM 기술들을 적절히 조합시키면 인공지능과 로봇처럼 인간 노동력과 지능까지 대체하는 새로운 혁신 수단이 등장한다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등장하게 될 초(超)지능, 초(超)연결 사회는 경제, 환경 등 다양한 글로벌 위기의 극복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제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와 영향력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순연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과장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잠재적 위협 요인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효율성과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일자리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향후 5년간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210만개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반복적인 업무수행이 특징인 사무‧행정직종이 475만개로 가장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맥킨지 또한 국내 414개 직종, 총 2,500만명의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2030년까지 국내 총 노동시간 중 최대 49.7%가 자동화 가능한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과 그 영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농업과 농촌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지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농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보다는 급속하게 다가올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서 농업이 도태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미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은 기후변화, 고령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의 기계화와 자동화, 첨단화를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조업 혁신전략인 ‘인더스트리4.0’을 발표하며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독일이지만, 농업과 같은 타산업 부문으로의 확산 사례는 아직까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로봇 신전략’을 수립해 2020년까지 실용화 가능한 수준의 무인농기계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2015년 중국 정부는 IT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2025년까지 일본과 독일의 수준으로 자국의 제조업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중국제조 2025’을 발표했는데, 이때 향후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전략산업의 하나로 농업기계장비를 선정하여 핵심기술에 대한 전략적 R&D를 추진하고 있다.

민간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 

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성상 혁신성과 기술력, 그리고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 특히 아마존이나 구글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들이 선도적인 사례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이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기술별로 현장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농업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이는 첨단 기술들이 어떻게 농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지 이해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는 단순히 데이터의 크기만이 아니라 데이터의 형식과 처리 속도 등을 함께 아우르는 개념으로, 기존의 방법으로는 수집과 저장, 검색, 분석이 어려운 데이터를 총칭한다. 특히 최근에는 대용량의 정형화된 데이터뿐만 아니라 비정형화된 일상의 정보들 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데이터의 집합을 의미한다. 몬산토나 듀폰과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옥수수나 대두와 같은 작물을 계약재배하고 있는 세계 전역의 농부들에게 빅데이터를 활용한 ‘처방식 재배(prescriptive planting)’ 방식을 보급하고 있다.

몬산토에서 개발한 ‘필드스크립트(FieldScript)’는 토양 상태, 작물의 생장 상황, 일기예보, 지난 수십년간의 기후변화, 농업 전문가들의 견해를 모아놓은 정보망으로, 이를 활용할 경우 연간 200억 달라, 한화로는 약 21조원 가치의 증산을 기대하고 있다. 듀폰은 인공위성에서 위치정보를 수신하여 농작업을 수행하는 트랙터와 무인 이양기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으며, 동시에 농업 관련 뉴스와 시장정보, 가축 및 장비, 토지관리, 농업정책, 선물옵션 및 투자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래시브파머(Progressive Farmer)’를 서비스 하고 있다.

대기업만이 아니다. 2006년 설립된 미국의 클라이밋은 기후예측 모델인 ‘FieldView’를 구축하여 미국 내 250만개 지역의 기후정보를 분석하여 농업경영체와 농업보함회사의 의사결정을 지원해 왔는데, 그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아 2014년에 몬산토에 11억 달라, 한화로는 약 1조 3,000억원에 매각되었다. 또한 프랑스의 에어이노브(Airinov)는 광학 탐지장비가 탑재된 드론으로 경작지 자료를 모아 분석한 후 특정 포인트에 적절한 양의 비료를 사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지능을 가지고 수행해야 하는 일을 기계에 시키고자 하는 기술을 말하며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딥러닝(Deep Learnig)과 같은 기계 학습 기술과 함께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그 개발이 가속화 되고 있다. 미국의 블루리버테크놀러지는 트랙터에 기계학습 엔진을 탑재한 잡초 제거 로봇인 레터스봇(LettuceBot)을 개발했다. 트랙터에 연결된 레터스봇은 실시간으로 농지를 촬영하면서 상추와 잡초를 구별하여 최소한의 제초제 주입만으로 잡초를 제거할 수 있어 화학물질 사용량을 90% 가량 절감할 수 있으며, 현재 미국에서 매년 생산되는 양상추 중 10%를 공급하는 농지에서 실재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펜실베니아대학 연구팀은 질병 26종에 감염된 작물 14종을 이용하여 사진으로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인공지는 앱을 개발 중이다. 앱이 완성된다면 전 세계 농민이 병에 걸린 작물 사진을 업로드하면 인공지능이 질병의 원인을 판단해 주게 된다. 현재 5만개 이상의 이미지를 학습시킨 프로그램은 99.35%의 정확도로 식물의 건강 여부를 식별해 내고 있다.

로봇은 인간을 모방하여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농업용 로봇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스스로가 제어하며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지능형 농업생산시스템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전통 농기계와 무인비행장치(드론), 농산물 선별‧유통 자동화시스템, 시설원예‧축산 로봇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존디어사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트랙터는 GPS 신호를 기반으로 이동경로를 스스로 선택하고, 작물의 상태를 측정하여 수행할 작업을 자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존디어사는 원격통산이 가능하며 위치 인식을 통해 브레이크, 3점 히치 등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과수원용 플랫폼도 개발하였다.

사물인터넷은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특히 Technavio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농업분야의 사물인터넷 시장은 2014년 6.9억달러에서 2019년에는 42.4억달러 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네덜란드의 스파크드(Sparked)는 가축의 귓속에 무선 인터넷 센서를 이식해 건강을 감시하고, 질병을 예방하고 있다. 즉 소에 부착된 센서가 사료 섭취 정도, 행동 패턴 등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하면 이를 분석하여 가축의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농업의 변화모습

이렇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 인련의 움직임들은 농업과 농촌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변화는 농업 생산 분야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스마트 센싱과 모니터링’이다. 이는 기후정보, 환경정보, 생육정보를 정밀하고 자동화된 방법으로 측정, 수집,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이렇게 수집된 영상, 위치, 수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영농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스마트 분석 및 기획’이 가능해 진다. 이를 통하여 수집된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축적, 가공, 분석하여 사람의 지능과 지혜, 경험을 능가하는 정밀한 의사결정이 가능해 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농기계를 활용하여 농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같이 잡초 제거, 착유, 수확, 선별, 포장 등 농작업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부분부터 점차 지능화된 농업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이렇게 정보의 수집, 판단에서 실행까지 전 과정이 4차 산업혁명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첨단 기술이 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2014년부터 본격적인 보급이 시작된 스마트 팜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자동화된 온실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하여 원격으로 온실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하림은 닭의 성장 정보와 환경 정보를 센서로 수집하고, 빅데이터 분석하여 닭의 중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를 통하여 학교급식, 프렌차이즈 등 대규모 수요처들이 원하는 중량에 맞춘 닭을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 팜이나 하림의 사례와 같이 새롭게 부각되는 기술과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농림축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농업‧농촌의 4차 산업혁명이다. 실제로 앞서 예시로 든 사례들과 같이 미국, 네덜란드 등의 농업 선진국의 4차 산업혁명 사례로 제시되는 것들도 노동력 부족이나 환경문제와 같은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계화와 자동화, 첨단화를 추진한 결과들이다. 우리 농업과 농촌도 빅데이터나 사물인터넷, 로봇 등 새롭게 부각되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는 동시에 농산업 전반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역동적이고 성장하는 농업과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 농업 정책의 방향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는 정책의 방식도 이전과는 달라야한다. 이제는 기술이 정책과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 시대이다. 특히 기존의 농식품 산업과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전문 지식과 기술력을 갖춘 외부 전문가나 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농업에 대한 외부 전문가들의 관심과 이해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기술을 농업부문에 신속하게 도입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화를 따라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성과를 농업‧농촌 전체가 공유하기 위해서 농업인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상향식 4차 산업혁명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소규모 농가들도 최신 기술과 사회 변화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농업인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고 농업‧농촌 현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관련 기업과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네트워크 형성을 촉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농업‧농촌 정책의 범위도 더욱 넓혀나가야 한다. 기술적인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농기계, 기자재 등 투입재 기업도 정책 대상으로 확대하여야한다. 농자재 기업의 성장은 농업인들이 질 좋은 투입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아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현재 생산 분야의 스마트 팜에 집중된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유통, 소비를 포함한 농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한다. 이를 통하여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최적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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