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위기에 처한 낙농 '먹는우유' 개발이 답이다"
"FTA 위기에 처한 낙농 '먹는우유' 개발이 답이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8.01.09 0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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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인터뷰] 문진섭 모산목장 대표
작년 유제품 수입량 역대 최고치... 자급률 50% 붕괴 눈앞 대책 마련 절실
음용유로는 한계...감성 문화 접목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창적 차별성 부여해야
목장은 식품원료 생산공장... 규모별 맞춤형 체험 행사로 홍보 극대화 노려야

“2017년 유제품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에 비해서도 20% 이상 늘어나 자급률 50%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낙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마시는 우유’에서 ‘먹는 우유’로의 소비행태 전환이 시급합니다. 여기에 우리의 감성과 문화를 접목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창성을 부여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차별화된 우리 유제품의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대의원이자 이사, 감사역을 맡고 있는 문진섭 모산목장 대표는 유제품 수입 증가가 오로지 FTA의 영향만이 아닌 국민 1인당 유제품 소비량의 증가도 한몫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작금의 국내 낙농 상황을 위기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결국 국내 전체 유제품시장이 성장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때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어서, 달라진 현실에 걸 맞는 돌파구를 찾으면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그것은 바로 마시는 우유 위주의 단순한 형태가 아닌 식탁친화적인 ‘먹는 우유’ 개발이 답이라고 문 대표는 주장한다.

그래서 모산목장은 요즘 목장체험 행사와 더불어 우유밥, 우유돈까스 우유카레 등 우유를 원료로한 요리는 물론 다양한 치즈제품을 활용한 요리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문 대표는 수제치즈인 찢어먹는 스트링치즈와 구워먹는 할로미치즈의 달인이고, 2세 경영자인 문희준 씨(38세)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치즈를 계속 연구 중이다. 부인 김금산 여사는 이처럼 ‘목장에서 직접 생산된 짜지 않은 신선한 자연 치즈’로 각종 샐러드 요리를 만들어 방문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목장체험의 만족도를 배가시키고 있다.

그 덕분에 국내는 물론 홍콩, 일본, 중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모산목장만의 특유한 치즈를 맛보기 위해 체험객들이 소문에 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바람에 비수기가 없어졌다.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야채 드레싱으로 많이 사용되는 리코타치즈 전용 생산공장이 있다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문 대표는 우리나라도 야채소비가 늘어가는 추세인 점을 감안해 우리 입맛에 맞는 리코타치즈를 개발해 식단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먹는우유로의 소비 패턴 전환이 낙농업의 살길임을 재삼 강조했다.

새해벽두인 3일 경기도 파주군 탄현면 축현리에 위치한 모산목장에서 문진섭 대표를 만나 낙농 최일선에서 동역하고 있는 부인 김금산 여사와 함께 국내 낙농업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Q 국내 낙농업은 위기인가?

A 기회도 많다

2000년 이후 치즈 수입량은 약 3배가량 증가했으며, FTA 체결 이후 그 증가세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 위기로 작용한다. 지난해 유제품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에 비해서도 20% 이상 늘어나 자급률 50%의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유제품의 수입이 증가한 것이 FTA의 영향만이 아닌 1인당 유제품의 소비량의 증가도 한 몫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유제품 시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하다.

다만 달라진 현실은 소비자의 니즈가 예전처럼 음용유 위주의 단순한 형태가 아닌 다양화·세분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낙농가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눈에 보이는 제품형태의 다양성에만 국한하지 말고, 제품에 감성이나 문화같은 눈에 보이지는않지만 독창적인 스토리를 담아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낙농산업의 위협요인도 제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유통점과 편의점의 등장 이후 이른바 ‘가게’라고 일컬어지는 동네의 일반소매점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은 제조업이 유통업에게 종속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제조업 중에서도 유통기한이 짧은 일배(日配)상품인 유가공품 제조업체에게는 이 겨울처럼 더 혹독한 현실이다.

아울러 완전영양식품으로 표현되던 우유의 위상은 건강과 식품이라는 측면에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되어 동종업계에서의 시장점유율 의미가 축소되고, 하나의 식품으로서 소비자의 위장을 얼마나 점유할 수 있느냐 하는 일종의 ‘위장점유율’을 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기회는 시장, 즉 소비자에게서 찾아야한다. 십인일색(十人一色)에서 일인십색(一人十色)으로 달라진 소비자 니즈의 변화에 맞춰야한다. 제품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요즘 편의점의 PB제품이 이러한 추세를 잘 반영한다. 다만 대량생산의 메커니즘에서는 이를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다품종 소량생산과 제품의 유연한 수명관리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 발을 맞춰야한다.

Q 낙농업에서 목장체험 프로그램의 의미는?

A 수익구조 다변화 포트폴리오

200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체험형 관광이란 트렌드와 급변하는 낙농업에 대응한 미래 준비로 2014년부터 목장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농업은 작물을 다변화하는 시도라도 할 수 있지만, 낙농업은 그런 변화조차 할 수 없는, 운신의 폭이 거의 없는 분야이다. 그러나 유사업종에서만 다변화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즉, 1차 낙농업에 3차 관광업을 접목하는 이른바 ‘융합’을 통한 포트폴리오 방식의 운영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추진하고, 동료나 후배조합원들과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낙농업의 미래를 조금 더 밝게 하고자 한다.

Q 모산목장 체험 행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A 정서안정 및 정신건강 회복

현재 모산목장은 총 부지 8000평 규모로, 축사 4개동 800평을 제외하고 착유실과 치즈제조실, 밀크하우스(아이스크림체험장), 송아지우유주기 등의 체험장 외에도 사슴, 염소, 토끼, 강아지 등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연못이 있는 뒤뜰로 구성돼 자연과 더불어 호흡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연간 2만5000여명이 견학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단체관광객이 몰려왔으나 사드 문제로 거의 발길이 끊어진 상태이며. 대신 최근에는 홍콩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몰려오고 있다. 도시로 구성된 홍콩의 경우 농촌의 정서가 그리워 가족단위로 찾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생활문화와 식문화를 함께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낀다.

목장 체험은 또 아이들의 인지(오감)발달에 도움을 주는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돼 어린이들의 정서안정은 물론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연교육의 현장이다.

Q 목장체험 행사가 6차 산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A 도농간 감성교류와 규모별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

체험목장이 6차 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도-농간 감성교류이다. 그 다음은 목장 규모에 따른 체험프로그램을 차별화해 개성을 살려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산목장은 단순한 체험기능 외에도 ‘식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공장’이란 개념으로 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1만평 이하 규모에 맞는 치즈만들기, 피자굽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부단한 학습을 통해 성장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치즈의 경우 외국에서 우리의 김치솜씨를 따라갈 수 없듯이 우리도 외국의 치즈제조 기술을 따라가기 힘든 만큼 우리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치즈개발 연구와 아울러 소비자들이 치즈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안 및 홍보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Q 최근 낙농가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A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실효성 있는 기간연장과 지원 절실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다. 낙농가들에게는 오래되어 곪아버린 상처와 같다. 정부는 2013년 2월 ‘선대책 후규제’를 원칙으로 무허가축사 개선대책을 발표했으나 세부대책은 2015년 11월에 마련돼 2년 9개월이나 지연됐다. 축산단체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무허가 축사 적법화는 현재 13%에 불과한 실정이다.

행정처분이 시작되는 금년 3월 25일까지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등 4개부처 장관 합동 협조서신이 최근에서야 각 지자체에 전달됐다. 그 동안 농가들은 지자체별로 다른 법리해석으로 추진이 저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법화기간 연장에 대한 국회 환노위에서의 논의가 지지부진해 낙농가들이 애를 끓고 있다. 실효성 있는 적법화기간 연장과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Q 환경규제 등 여러 문제로 낙농산업 기반이 위축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낙농업이 가야할 방향은?

A 낙농단지 조성...체계적 방역관리와 ICT 연계 생산성 향상 꾀해야

최근 도시개발, 환경규제 강화, 노동력 부족 등 목장경영 여건 악화로 낙농가 수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목장 이전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환경, 민원문제 등으로 신규 목장부지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낙농생산 기반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는 시화, 화옹, 새만금 같은 지역을 낙농단지로 조성해 목장 이전이 가능하도록 추진해야 한다. 낙농단지는 단순히 위치의 이전만이 아니라 체계적 방역관리는 물론 ICT 연계를 통한 비용절감 및 생산성 향상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돼야 한다. 아울러 생산비 감축을 위해 자급 조사료 생산을 위한 단지 조성도 필요하다.

앞으로 낙농산업에는 ICT와 빅데이터 분석 등 4차 산업과의 활발한 접목이 이뤄질 것이다. 실제로 로봇착유기는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커넥테라는 만보계 형태의 젖소 농장용 스마트센서를, 일본에서도 커넥티드 카우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한다. 해외에서는 젖소의 건강 뿐만 아니라 IoT(사물인터넷)을 통해 우유의 품질을 높이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추세로, 우리나라도 낙농과 4차산업의 접목을 서둘러 경쟁력을 갖춰야한다.

우리나라 낙농의 33%를 차지하는 서울우유도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와 스마트 센서의 접목 등 ICT를 융합해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데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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