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14.2% 성장 2030년 205억 달러 규모 전망
고부가 미래 기간 산업 부상... 글로벌 기업들 선점
국내 생산 기술 세계 최고 불구 고가 장비 없어 전량 수입 의존
생체내 소화·면역 작용은 물론 치유·노화방지·항암 등 모든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촉진하는 생체 촉매제로서 효소(Enzyme)에 대한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사람은 물론 동물 식물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체 내에서 다양한 종류로 존재하는 효소는 그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해 '식품의 반도체'로 일컬어지지만, 국내 사용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국내 식품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효소의 국산화가 힘든 이유는 생산 기술이 아닌 거액의 투자를 요구하는 설비 구축인만큼 당장의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우므로 정부 주도의 국가 정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장판식 교수는 25일 오후 서울 코리아나호텔 다이아몬드룸에서 열린 ‘농어업 농어촌특별위원회 제 18차 위원회’에서 ‘효소 국산화 필요성 및 추진 방안’이란 특별 주제발표를 통해 생체 내에서 한가지라도 빠지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효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럼에도 대부분을 수입품에 의존하는 국내 현실을 시급히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소의 분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장판식 교수에 따르면 우리 몸 속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효소가 있는데, 국제생화학연합에서는 산화환원효소(Oxidoreductase), 전이효소(Transferase), 가수분해효소(Hydrolase), 탈이효소(Lyase), 이성화효소(Isomerase), 합성효소(Ligase), 자리옮김효소(Translocase) 등 크게 7종으로 분류한다.
이들 효소는 또 3대 영양소의 기질에 따라 탄수화물가수분해효소(Carbohydrase), 단백질가수분해효소(Protease), 지방질가수분해효소(Lipase)로 나뉘며, 이들 효소에 의해 단당류와 아미노산, 지방산 및 글리세롤 등이 생성된다.
또한 효소는 노화나 면역체계 등 기능에 따라 △체내 대사활동을 거치면서 생기거나 외부에서 유입되는 찌꺼기 물질들을 제거하는 SOD(Superoxide dismutase)와 카탈레이스(Catalase) △동물의 눈물과 코점액, 위분비액과 달걀의 흰자위에서 발견되는,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라이소자임(Lysozyme) △염색체 끝부분에 지속적으로 DNA를 붙이는 기능을 수행해 세포 노화를 막는 텔로머레이스(Telomerase)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효소 결핍 증세
이러한 효소가 결핍되면 각종 질병이 발생하는데, 소화효소인 아밀레이스가 부족하면 고열과 메스꺼움, 구토 등을 일으키고, 펩신은 복부팽만, 락토스가수분해효소는 복통 설사 등 유당불내증, 라이페이스가 부족하면 췌장염과 간비종대가 나타난다.
특히 우유의 유당을 분해하는 락토스가수분해 효소인 락테이스(Lactase)가 부족한 사람이 우유를 마시면 유당이 소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대장까지 그대로 내려와 삼투압작용을 일으켜 장내 세균에 의한 가스 생성으로 복통 설사 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효소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이 바로 발효식품인데, 김치 간장 된장 등과 같은 전통발효식품의 경우 발효과정 중 여러 가지 미생물이 다양한 성분들을 분해하면서 탄수화물가수분해효소, 단백질가수분해효소, 지방질가수분해효소 등을 생산한다.
청국장의 경우 원재료인 콩 속에 지방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는데, 여기에 바실러스 서브틸러스라는 미생물을 넣어 발효시키면 활성이 높은 혈전분해효소가 생겨난다.
메밀국수를 먹을 때 무를 곁들이는 이유는 전분을 가수분해하는 아밀레이스가 소화를 돕기 때문이고, 불고기 양념에 배즙을 넣는 것이나 돼지고기와 새우젓이 어울리는 것도 각각 단백질분해효소와 지방질분해효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각의 음식 속에 함유된 효소를 맞춰 소화흡수력을 높이는 것이 바로 음식궁합이다.
효소 생물전환의 중요성
생물전환(Bioconversion) 공정은 생체 또는 생촉매의 기능을 이용해 의약품이나 유용 생리활성물질, 고부가 식품원료, 농업용 신소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신기술 및 대체기술을 의미한다.
이때 촉매제로 효소를 사용하는 경우 효소 생물전환이라 하고, 미생물을 사용하는 경우는 미생물 전환이라고 말한다. 미생물을 촉매제로 사용할 경우 그 안에 여러 가지 효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물질이 생성되므로 다시 분리 정제해야 하는 단점이 있으나, 효소를 사용하면 이러한 번거로움 없이 고부가가치의 물질을 다량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초콜릿이 비싼 이유는 값싼 유지인 팜유와 트라이스테아린 사이의 효소적 에스터(Interesterification) 교환에 의해 생산된 최고급 기름인 코코아버터 대응물(CBE)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베타-글루코시데이스를 활용해 테르펜 알코올(리날룰)의 생산성을 높이면 맥주 원료인 호프의 풍미를 더욱 증진시킬 수 있다.
이처럼 식품산업에서 효소를 사용하면 제품의 가치를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100배, 1000배는 물론 그 이상으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무한 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다.
국산 효소 생산량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전 세계 효소 시장은 극히 보수적으로 잡아도 28조원 규모이고, 그 중 식품산업 비중은 4조 2천억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nzymes Global Market 리포트에 의하면 향후 4년간 연평균 14.2%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1년 기준 117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엔 205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는 북미 효소시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으로는 아시아 시장인데 중국 일본이 양분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식품효소 시장은 2024년 11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2020)되고, 우리나라의 경우 조단위 규모의 효소를 사용하고 있지만 97%가 수입품으로 자체 생산은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인 아미코젠에서 생산하는 효소를 학계에서 소량 사용하고 있을 뿐, 업계에서는 주로 글로벌기업인 노보자임, 듀폰, DSM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국가기반산업으로 LED, 반도체를 부르짖지만 미래는 효소가 될 것이다. 효소의 국산화가 절실한 이유는 식품으로 포도당을 만드는 아주 단순한 공정에 사용되는 아밀레이즈 효소도 100% 노보자임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이 효소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우리 식품 및 의약품산업은 전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효소의 국산화 왜 어렵나?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생물전환 기술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노 단위의 효소를 분리 정제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생물전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이 기술을 적용할 장비가 없다는 것이 효소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어떤 조직체에서 유용 효소를 분리 정제할 때 사용하는 주변기기는 억대의 고가 장비인데, 1kg의 원료를 투입하면 1마이크로그램의 극소량 효소 물질을 얻는 저효율성 때문에 당장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업계에서는 장비 투자에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효소가 마이크로그램당 몇십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싼 이유는 정제할수록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스위스가 과거엔 정밀 시계 산업을 일으켜서 부흥했다면 이제는 효소산업으로 돌아선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효소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그동안 반도체에 쏟아부었던 예산만큼 효소 산업에 투자한다면 향후 세계 식품시장은 K-Food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가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K-Food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효소산업 지원 육성 정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