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박테리아 실시간 검출로 식중독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인터뷰]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박테리아 실시간 검출로 식중독 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17.11.23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재료에 투영된 빛 형태로 수 초 안에 미생물 오염 여부 판단
흐르는 물 속 박테리아도 실시간 판별...즉각 대처로 피해 방지

카이스트 박용근 교수 '빛의 특성 이용 미생물 탐지 장치 및 방법' 특허기술 상용화
유럽 미국 등지서 기술력 인정...美 FDA GMP 공정 의무화 장비 허가 신청 계획
◇서울 강남의 네이버 스타트업팩토리 사무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

빠르게 흐르는 물속의 박테리아 하나까지도 실수 없이 잡아낼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다 차치하더라도 더 이상 식중독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하는 식품업계는 말할 나위 없고 보다 정밀한 위생청결을 요구하는 의약품이나 백신관련 업계에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마저 ‘꿈같은 얘기’라며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던 일을 우리나라 연구진이 개발하고 스타트업 회사가 사업화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바로 그 주인공은 미생물 오염 측정 장치 개발업체 (주)더웨이브톡(The Wave Talk).

이 회사는 ‘빛의 특성을 이용한 미생물 탐지 장치 및 방법’에 관한 KAIST의 특허기술을 이전 받아 작년 7월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식재료에 투영된 빛의 형태를 통해 수 초 안에 미생물에 의한 오염 여부를 판단하는 측정 장치를 개발했다.

최근 열린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 학술대회 기간 중 전시 부스에서 만난 김영덕 대표의 장치에 대한 소개 내용은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김영덕 대표가 식품위생안전성학회 학술대회 기간 중 전시부스에서 미생물오염 측정장치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사진

파일럿 시스템으로 알아 본 그 작용 기작은 이렇다. 센서가 싸고 있는 10㎝의 관에는 초속 수 미터로 흐르는 물이 있다. 여기에 10²정도의 박테리아를 넣으면 빨간 불과 함께 알람 신호가 울리며 모니터에 자동 기록된다. 그 때 물의 속도를 계산해서 밸브 옆쪽으로 오염된 물을 즉시 빼낸다. 여기서 밸브는 식품이나 의약품 공장의 생산라인, 혹은 링거액으로 간주하면 된다.

“초속 30~200번 정도 신호를 수집해 소프트웨어 분석을 통해 결과치가 나오면 자동적으로 모니터에 뜹니다. 물이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도 10²의 박테리아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초속 수 미터로 흐르는 물에서 10¹의 박테리아를 잡아내는 것은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전문가들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할 정도이지요.”

전문 인력이 표본을 채집해 일일이 배양하는 현재의 미생물 검사시스템은 시간과 경비 부담은 물론 실험오차 등에 따른 늑장 대처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예로 모 기업의 경우 생수 생산라인에서 일정량의 샘플을 채취한 후 필터를 통해 박테리아만 걸러낸 뒤 38℃에서 2박3일 동안 배양한 결과 부적합 판정돼 결국 많은 양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웨이브톡의 측정 장치를 사용하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판별할 수 있을뿐더러 오염된 내용물을 곧바로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로 막대한 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위대한 발명은 준비된 사람에게 맞닥뜨린 우연’이란 말이 있듯이 이 기술은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됐다. 마치 공기 중의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페니실린과 같은 것이다.

원천기술은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팀이 개발한 시간 역행 거울(Time reversal mirror) 원리로, 천개가 넘는 미세거울을 이용해서 입사된 빛이 거쳐 온 과거로 되돌아가 처음 모습을 복원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닭가슴살에 쪼인 빛은 시간 역행 거울에서 그대로 되돌아가지 않고 경로가 바뀌는 것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연구한 결과 박테리아의 움직임 때문이라는 것을 규명한 것이 사업화의 계기가 됐다. 빛의 입사각을 완전히 이해하고 경로를 콘트롤하면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박 교수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가디언지, 타임지, BBC 등 외국 유명 언론들의 인터뷰가 쇄도했고, 최근에는 니케이아시안리뷰에서도 한달에 걸쳐 심층 취재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더웨이브톡의 미생물오염 측정 장치는 먹는 샘물(생수)을 비롯한 각종 식음료품, 링거액, 주사액, 백신, 줄기세포 배양액에 이르기까지 전수 검사가 필요한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현재 국내 20대기업 중 10곳과 NDA(기밀유지협약) MOU를 맺었다.”고 말한 김 대표는 “모 기업의 경우 웨이브톡의 박테리아 솔루션을 못믿겠다며 농도별로 준비한 자체 솔루션으로 실험한 결과 모든 테스트를 다 통과한 다음에야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이미 성능이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을 하기 전에는 식품시장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 식품이 자동차나 반도체 분야보다 크고, 리콜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만 미국에서 100조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6억 명의 인구를 감염시키고, 42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식중독의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데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더웨이브톡의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 국내 식품대기업 빅5 중 3곳과 업무협약을 맺은 상태로, 먹는 샘물의 경우 완벽에 완벽을 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웨이브톡은 앞으로 지하수를 사용하는 김치 제조공정에 이를 적용하도록 비즈니스 범위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B2C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사안의 중요성을 알아챈 외국 기업들이 더웨이브톡에 투자를 검토 중이며,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해 자본을 참여했다. 더웨이브톡은 지난달 프랑스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헬로 투모로우가 주최한 경진대회서 우수기술상을 받았으며, 12월에는 IBM 푸드블록 체인저 사업과 협의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최근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신선식품 사업에의 적용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드의 경우 작년에 미국에서 가장 많은 강제리콜을 당한 적이 있어 만일 웨이브톡의 미생물 측정장치를 사용해 전수 검사한다면 땅에 떨어진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꿈은 "웨이브톡 미생물오염 측정장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mandatory test procedure(의무적인 시험 절차)'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공장용 시스템을 출시하고, 내년에 FDA 제조품질관리(GMP) 공정의 의무화 장비가 될 수 있도록 관련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식중독 없는 세계“를 비전으로 하는 웨이브톡의 행보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