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민호 서울우유 상임이사 "우유의 핵심가치는 '신선도'... 2026년 무관세 시장개방 '시간과 온도'로 승부"
[인터뷰] 노민호 서울우유 상임이사 "우유의 핵심가치는 '신선도'... 2026년 무관세 시장개방 '시간과 온도'로 승부"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2.09.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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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수·세균수 최상급 '나100%우유'와 '제조일자' 표기는 수입우유에 대비한 전략
한국 낙농도 서울우유 노선과 궤를 같이한 차별화 전략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
대체우유·인공우유 등은 소비자 선택의 문제...우유의 영양적 우수성 제대로 알려야
노민호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

“2026년 낙농·유가공시장 완전개방에 맞서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쉽게 부패되는 우유의 특성을 이용한 시간과 온도(5℃이하)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 노민호 상임이사는 “목장우유는 상온에서 1시간이면 부패하기 시작하는, 식품 중 가장 빨리 변질되는 취약점이 있다”며 “수입개방 이후 물밀듯이 반입될 외국산 우유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점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목장 단계에서 빨리 가공해서 식탁에 올리는, 국산우유의 신선도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노 상임이사는 “이러한 ‘온도’와 ‘짧은 유통기한’을 기본 바탕으로 생산되는 대표 제품이 바로 서울우유 ‘나100%’다”며, “‘나100%’는 체세포수와 세균수를 최상급으로 유지하기 위한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생산될 수 없다는 점에서 수입 멸균유와 확실한 품질 차별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마트 등 유통점에 가보면 유통기한이 7일 이상인 우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비자들은 신선한 우유를 선호하는데, 최근 유업체들이 시유 제품의 유통기한(11~15일)을 늘리는 의미 없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음식물 쓰레기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도입한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유 제품에 맞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소비 태도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 상임이사는 또 “최근 수입 멸균유가 베이커리나 카페 등 업소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멸균유의 사용을 늘리고 있는 것에 맞서 유업체들이 멸균유 생산을 늘리고 있는데, 이 싸움으로는 원유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한국의 낙농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유통기한이 짧고 신선한 국산우유의 가치 차별화 전략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럽이나 호주, 미국에서 들여오는 우유의 경우 항공수송은 비용이 너무 비싸 선박으로 운송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상온에서도 장시간 변질되지 않는 멸균유만 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아침에 짠 우유를 저녁식단에 올리는 맛과 신선도로 경쟁한다면 한국낙농은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노 상임이사의 논리다.

그는 대체우유, 인공우유와 관련해서도 너무 부정적으로 반응할 필요 없이 비교 우위 측면에서 진정한 우유의 영양과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춰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낙농제도 개선을 서두르는 등 우유시장 완전 개방에 맞서 대책을 정비하고 있는 가운데, 낙농업계는 사료값 급등과 축산환경 문제 등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국내 최대 낙농조합이자 유가공회사인 서울우유가 어떤 대책방안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노민호 상임이사를 만나 현안과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주> 

다음은 노민호 상임이사와 일문 일답

노민호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
노민호 서울우유협동조합 상임이사

▶ 국내 낙농산업이 매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현실적 문제와 대처 방안은?

현재 낙농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매우 위중한 상황이다. 연초부터 낙농산업을 둘러싼 상황들이 불투명하고,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곡물가격 상승 촉발로 목장환경이 급속하게 나빠지면서 조합은 각종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경영에 비상이 걸려 돌파구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큰 틀에서 두가지를 짚자면 첫째, 현실적으로 젖소사료가격이 뛰어 목장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목장환경, 동물복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낙농의 미래가 불확실한 탓에 낙농가들이 선뜻 결정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은 특히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료가격이 급등해 목장경영 부문에서 상당한 애로점이 대두돼 지난달 16일 총회에서 긴급 목장경영 지원자금을 지급하기로 총회에서 결정했다. 물론 목장원유가격 결정은 낙농진흥회가 결정하는 가격에 조합이 따르기에 하루빨리 낙농진흥회가 결정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째, 전 세계적 원자재 및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모든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조합도 예외일수 없다. 연초부터 비상경영을 하고는 있지만 원가인상은 가장 무서운 위협요소다. 또한 소비시장은 가처분소득 감소로 소비량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더더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현안에 대처하기 위해 조합이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것이 바로 2009년 도입한 ‘제조일자’ 표기다. 우유의 핵심가치인 신선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목장에서 착유된 원유는 즉시 가공돼 고객의 식탁에 올려져야 가장 좋은 우유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쉽게 부패하는 우유를 오랜 시간에 걸쳐 수송하고 온도 등의 환경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오는 수입산은 국내산과 품질면에서 분명 차이가 있다. 제조일자는 가장 신선한 우유를 선택하는데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해 도입한 혁신 서비스다. 가장 최근에 생산된 우유를 선택하려면 제조일자를 보고 골라야한다.

유통기한은 제품마다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잣대가 될 수 없다. 서울우유는 외국산 유제품이 국내에 들어올 경우 신선도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광고캠페인 슬로건도 “우유는 신선도가 중요하고, 유통기간이 짧을수록 신선하다. 그 기준은 제조일자입니다.”로 설정했다.

결국 유통기간이 긴 수입산과 짧은 국내산의 ‘신선도’ 대결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따라서 국내 낙농산업 종사자 모두가 마시는 시유의 경쟁력 요소는 ‘시간과 온도’라는 공감대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 다음은 2016년에 선보인 ‘나100%’ 우유다. 국내산 원유의 우수성과 차별성으로 2026년 무관세되는 수입우유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탄생시킨 제품이다. 이는 서울우유만 잘 살자고 한 것이 아닌 한국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광고자막에 ‘서울우유가 먼저 실행하겠습니다’라며 문제가 없으면 따라 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 결과, 현재 서울우유의 유질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2022년 6월 기준 세균수 1A등급 비율이 98.2%, 체세포수 1등급 비율이 82.5%다. 지난 7년동안 원유품질이 엄청난 속도로 좋아졌음을 의미한다. 품질과 신선도, 두 가지만 엄선한다면 한국 낙농산업의 2026년 결코 두렵지 않다고 확신한다.

▶ 2026년 FTA에 따른 유제품 시장 완전 개방에 대한 대책은?

2026년부터 시유도 FTA협정에 따라 관세가 철폐된다. 앞으로 낙농산업은 매우 험난한 길을 가야될 것 같다. 마시는 시유의 경우 외국에서 들어 오려면 유통기간과 물류비용 때문에 국내산 우유의 경쟁력은 분명 있지만, 유통기한이나 물류비용은 기술의 발전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만큼 그렇다고 안일하게 대처해는 안된다. 조합은 이런 외형적인 부분보다 소비자의 인식의 영역을 지배하는 국산우유의 차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이 바탕에서 차근차근 준비해 왔고, 한국낙농 역시 이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한다.

▶ 서울우유가 올해 창립 85주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100주년을 향한 지속경영 정책방향은 무엇인가?

서울우유가 85년을 버텨온 것은 투명성과 도덕성이라는 엄격한 조합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고객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 정신으로 조합의 자원을 집중시킨 결과가 오늘의 서울우유를 만들었고, 그 중심에 조합원의 헌신적인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원유를 만들어 내는 것만이 한국낙농이 수입자유화에 맞서 시장을 지키고 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조합원의 의지와 확고한 인식, 실행정신이었다.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또 다시 미래를 약속하기 위해 2021년 “초일류 유제품 전문기업을 지향한다”는 비전을 선포했고, 고객지향 –혁신제품개발 –원가절감 –신바람조직문화를 행동지침으로 구체화해 새로운 문화 구축을 선포했다. 이젠 실행할 행동만 남아 있다. 저는 서울우유의 미래가 분명 제시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국산우유시장을 위협하는 대체우유, 인공우유 등에 대한 조합의 대응방안?

낙농산업을 위협하는 요소는 주변에 널려 있다. 가축사육 측면에서 보면 환경과 동물복지 부분에서 목장경영을 힘들게 하고, 소비시장에서 보면 대체우유, 인공우유 등이 시장을 잠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경쟁해서 살아남고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문제이지, 시장에 진입하는 그들을 못 들어오게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시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그들의 약점을 찾아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그들의 핵심논리는 축산은 환경을 파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과 과다한 물소비, 고생산비등의 논리를 내세우며 대체우유와 인공우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유산업이 대응할 방법은 그들보다 더 좋은 유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 전체 낙농구성인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 준비해야 한다.

▶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생산기반의 원천인 낙농가들의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서울우유의 전략은?

최근 배합사료와 조사료 가격이 많이 올라 목장 차원에서 영양성분 저하가 발생하지 않는 사료원료 배합 요령과 비싼 건초를 대체할 수 있는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해 낙농컨설턴트를 통한 현장 지도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비싼 알팔파 건초는 대두박 믹스, 면실 등으로, 티모시 건초는 보다 저렴한 연맥으로 각각 대체하고, 일반건초는 생균제가 처리된 볏짚을 세절해 공급하고 있다. 

또한 조합은 조합원 목장의 경영안정을 위한 교육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지역별 사양관리를 돕는 낙농컨설턴트와 적법한 목장 환경관리를 돕는 환경컨설턴트 및 목장의 번식관리 지원을 위한 지정인 수의사∙수정사 제도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 지속가능한 낙농을 위해서는 탄소배출 저감 등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포괄하는 ESG경영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견해는?

‘우유로 세상을 건강하게’ 서울우유의 존재가치이자 경영이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2021년 1월 공표한 바 있다. 여기서 우유라 함은 서울우유가 생산하는 유제품을 말하고 세상은 사람과 사회, 지구를 뜻한다. 사람을 건강하게 함은 고객건강과 고객만족을 뜻하며 사회를 건강하게 함은 낙농발전과 상생사회를 의미하고, 지구를 건강하게 함은 서울우유가 보다 나아가 동물복지와 친환경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의지이다.

2021년 2월, 서울우유는 ESG경영 실천을 구체화 하기 위해 유업계 최초로 ‘ESG 위원회’를 발족해 27개의 안건을 상정하고, 이에 대한 전담 부서를 신설해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멸균유 재활용을 위해 협회에 가입했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 설비투자를 추가했으며 전사적으로 일회용 종이컵 대신 다회용 개인컵 사용을 권장, 복사용지마저도 재활용 용지 사용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하기 시작했으며 탄소중립기본법 취지에 걸맞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탄소저감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할 것이다.

더불어 축사 환경에서 비롯되는 메탄가스 발생량과 축분 문제에 대한 ESG 교육지원사업 규모를 늘렸고 원유생산 과정에서 친환경과 동물복지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서울우유는 ESG경영이 지속가능경영을 담보한다는 신념으로 제조업체가 할 수 있는 친환경 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유가공공장인 서울우유 양주 신공장 전경

▶ 서울우유조합은 세계적인 유가공 신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운영 현황이 궁금하다 

서울우유 양주 신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종합 유가공 공장으로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용암리 일대 약 6만 4218㎡의 부지 면적에 생산동, 분유동, 수유동과 공무동으로 구성된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준공됐다.

양주 신공장은 원유의 집유에서 생산과 출하 전 과정 모니터링 시스템 뿐 아니라 이력 추적 시스템 등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장으로 하루 최대 1690톤 원유 처리와 분유 및 버터, 가공유를 비롯한 60여개 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2022년 1월 기준 일 평균 819톤의 원유를 수유해 전국 일 평균 원유 생산량의 약 15%에 달하는 양의 다양한 유가공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물류 자동화 창고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재고관리는 물론 포장 다양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 견학홍보관을 건립해 아시아 최대규모 종합 유가공 공장이라는 독보적인 브랜드를 홍보, 건강과 맛 그리고 즐거움까지 전하고자 한다. 서울우유는 양주 신공장을 통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 원유의 품질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고객, 즉 소비자 중심의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일류 유제품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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