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료값 폭등으로 생업 포기해야할 판" 서울우유 낙농조합원들 본사서 원유가격 인상 촉구 집회
[르포] "사료값 폭등으로 생업 포기해야할 판" 서울우유 낙농조합원들 본사서 원유가격 인상 촉구 집회
  • 김현옥/강영우 기자
  • 승인 2022.08.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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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유 농가, 최근 6개월 유대 수익 작년 초 대비 40%나 감소..."은행 이자 갚는 일도 버겁다" 호소
송아지 한 마리 당 가격 20만원에서 치킨 한 마리 가격인 1만원으로 폭락 "유대 인상 안되면 망한다"
10일부터 3일간 500명씩 총 1500명 참여.... 축산시설 적법화ㆍ환경규제 대응 등 목장운영 어려움 토로

10일 오전 11시, 한낮 기온 29℃.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우유협동조합 본사 앞마당에 둘러쳐진 벽이며 건물 곳곳에 여러가지 구호가 적힌 하얀 현수막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여러 개의 흰색 그늘막 아래 의자들이 가지런하게 채워지고, 조합원들을 실은 대형 버스가 하나 둘씩 도착한다. 영문을 모르는 행인이 밖에서 보기엔 흡사 동네 잔칫날 분위기다.

그러나 ‘낙농가 다 죽는다! 원유가격 즉각 인상하라!’ ‘협상 없는 제도개편 낙농가 다 죽인다!’ '사료값 폭등 무대책 농식품부 규탄한다!' '사료값 폭등, 유대 제로, 암송아지 치킨값도 안된다' '낙농말살 정부대책, 즉각 폐기하라!' ‘낙농가 목숨 줄 쥐고 장난치나, 원유가격 즉각 인상하라!’ '원유가격 협상 거부하는 유가공협회 규탄한다!' 등등 각종 프래카드 문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순간 정신을 번짝 들게 한다. 한바탕 전쟁이라도 벌어질 듯한 비장함과 살벌함마저 느껴진다.

오후 1시, 빨간 조끼와 챙이 큰 햇빛 가리개 빨간 종이 모자를 똑같이 갖춰 입은 서울우유 조합원 500여명이 마당에 집결했다. 전체 조합원 1500명 중 1/3이 모인 셈이다.

지난 4일 서울우유 서울·경기권 낙농가 지역 대표 43명은 모임을 갖고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본사에서 원유대 현실화 촉구를 위한 궐기대회를 열기로 결정한 데 따른 집회 행사다.

서울우유로 목장원유를 납유하고 있는 이들은 최근 사료값 폭등, 송아지 값 하락, 기름값 상승에 따른 목장 운영의 어려움을 서울우유 측에 전달하고 원유기본가격 인상을 하루빨리 결정해 줄 것 요구하기 위해 집단 행동에 들어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낙농가 대표 강보형 축산계장은 “지난 해부터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사료값 때문에 낙농가는 생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번 원유기본 가격 인상은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될 낙농가의 생사를 가르는 시급한 사안이다”고 호소했다.

또 A목장 대표는 “최근 생산비 절감을 위해 시중 은행으로부터 10억을 빌려 목장 규모를 늘렸다. 우사도 새로 짓고 쿼터도 추가 구입했는데 최근 6개월 간 사료값 폭등으로 유대 수익이 작년 초 대비 40%나 감소해 은행 이자 갚는 일도 버겁다.” 며 암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B목장 대표는 “그동안 원유가격 연동제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최근 축산시설 적법화와 환경 규제에 대응했고, 퇴비장 마련은 물론 정화처리 시설도 갖췄다” 면서 “정부가 요구하는 것을 다 했는데 최근 축분 냄새 민원에 우유 생산비 증가까지 겹쳐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경영이 많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요즘엔 소장수에게 송아지를 그냥 준다 해도 가져가지 않는다. 사료값이 많이 올라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송아지 한 마리당 20만원씩 했는데 지금은 치킨 한마리 가격인 만원밖에 안되는 실정이다. 이번에 유대인상이 안되면 다 망한다”고 말했다.

후계자를 보유한 C목장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년 전부터 젖소 먹이용 원료를 구입해 직접 자가배합을 해오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착유하는 젖소 한 마리당 드는 비용이 15,000원 초반 대였는데 지금은 자가배합 원료인 조사료, 첨가제 등 비용이 어제 오늘 다르게 급등해서 어느덧 두당 비용이 19,000원 후반 대를 훌쩍 찍는다.

유대를 받으면 딸아이를 키우는 아들 부부에게 월급 식으로 일정금액을 줘야 하는데, 최근 유대 통장에 남는 게 별로 없어 아들은 다른 일거리를 알아보려 목장 일을 그만 두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 잘 다니는 아들을 목장으로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슴이 터지는 일이다”며 신세를 한탄했다.

한편 지난 8월 4일 발표한 한국낙농육우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낙농가 호당 평균 부채는 5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20년 배합사료 kg당 가격은 500~648원이었으나 2022년 5월 현재는 667~852원 사이로 31.5%~33.4% 상승했고, 조사료는 동기간 kg당 348.7원에서 455.2원으로 평균 30.6%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부터 매일유업평택공장에서 시작된 원유대 인상을 위한 낙농가들의 아스팔트 투쟁에 유업체와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지, 언제 끝날 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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